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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전성기 누리는 배우 장미희
제2의 전성기 누리는 배우 장미희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3.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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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사랑을 기다리며 카메라 앞에 선다”
제2의 전성기 누리는 배우 장미희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 언제나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 그리고 좀처럼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로움까지… 장미희는 그녀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지닌 배우다. ‘엄마가 뿔났다’를 통해 지난해를 누구보다 행복하게 보낸 그녀는 최근 Korea CEO Summit이 주최한 ‘Creative Awards’에서 문화경영대상을 거머쥐며 2009년을 기분좋게 열었다. ‘엄마가 뿔났다’ 종영 후 행복한 휴식에 들어간 장미희. 그녀의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 속으로.
취재_ 김은희 기자 사진_ 양우영 기자

"‘엄마가 뿔났다’종영 후, 산책길에 마주치는 이웃과 다정하게 인사 나누는 소박한 일상으로 돌아와 행복을 발견하고 있다"

1976년 영화 ‘성춘향전’으로 데뷔한 이래, 장미희는 언제나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스타 중의 스타였다. 1970∼80년대 유지인, 정윤희와 함께 제2대 트로이카로 군림하며 청순한 아름다움을 뽐냈던 그녀. 3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그 미모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지난해 ‘엄마가 뿔났다’에서 귀여운 속물 ‘고은아’를 맡아 장안에 ‘엄뿔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장미희. 본지는 ‘엄마가 뿔났다’ 촬영 당시부터 그녀와의 인터뷰를 수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한번 작품을 시작하면 연기에만 몰입하는 그녀인지라 좀처럼 인터뷰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마침내 만남이 이뤄진 날, 우아하게 차려입은 그녀에게서 주변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풍겨져왔다. 하지만 장미희가 입을 열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꺼내놓자 다정한 목소리에 실려오는 그녀의 소탈한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학력 위조 파문의 위기 딛고 화려한 재기에 성공
2008년은 그야말로 ‘장미희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마가 뿔났다’의 고은아는 배우 장미희와 만나 사랑스러운 악역이라는 전대미문의 캐릭터가 되었다. 그녀가 특유의 억양으로 부르던 “미세스 문∼!”은 2008년을 강타한 유행어. 드라마뿐만 아니라 CF에서도 그녀는 노처녀 부장 역을 맡아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며 큰 화제를 모았다.
사실 장미희에게 ‘엄마가 뿔났다’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을 통해 2007년 여름에 불거진 학력 위조 파문을 딛고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아하고 품위 있는 상류집안의 사모님이지만 알고 보면 속물인 고은아는 평범한 집안 출신의 며느리 영미(이유리)가 마음에 차지 않아 온갖 구박을 하는 시어머니기도 하다. 이렇듯 악역의 기본을 충실히 갖춘 인물인데도, 시청자들은 뜨거운 사랑을 보냈다. 장미희가 아닌 다른 고은아는 떠올릴 수도 없을 만큼 역할을 200%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녀. 여전한 미모와 화려한 스타일링도 화제를 불러모았다. 장미희가 보여준 상위 5%의 화려하고 기품 있는 모습은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또 하나의 매력이기도 했다.

 
 
 
 

‘장미희’ 아닌 ‘고은아’의 마음으로 살았던 날들
“처음 배역을 맡게 되었을 때, 감독님은 ‘악역’이라고만 간단히 말해줬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미움 받는 독한 시어머니 역할이겠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나중에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인물이 되더군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김수현 작가님이 고은아를 두고 ‘귀여운 여자야’라고 표현했던 기억도 나고요.”
장미희는 한 인터뷰를 통해 고은아를 처음 만나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엄마가 뿔났다’에 출연을 결심한 이후 그녀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고은아’라는 인물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아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바라봐야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의 진정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셈.
고은아가 자기 세계 안에서 갖고 있는 확고한 믿음들이 과연 악한 것일까, 고민하던 그녀는 ‘악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고은아가 되기 위해 현실 속에서도 철저히 배역의 모습으로 살았다. 남편으로 출연하는 김용건과는 촬영장에서도 살갑게 지냈지만, 늘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며느리 역할을 맡은 이유리와는 최대한 함께 있는 시간을 줄였다. 사적인 감정이 결국 연기에도 스며들 수밖에 없다는 그녀의 연기 철학 때문이다.
완벽한 고은아로 변신하기 위한 또 하나의 노력. 도도하고 품위 있는 인물을 보여주기 위해 외적인 부분도 무척 중요했다. 패션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장미희는 직접 스타일링의 원칙을 정하고, 매 장면마다 감정선에 따라 꼼꼼하게 의상을 챙겼다. 그녀는 그동안 인터뷰를 통해 ‘고은아식 스타일링’의 비밀을 털어놓기도 했다.
“감독님이 ‘볼거리를 많이 제공해달라’고 주문했어요. 그래서 원 없이 은아의 화려한 면모를 표현할 수 있었죠. 의상은 광택 나는 옷감을 썼고, 움직일 때마다 실루엣의 여운이 느껴지는 옷을 골랐어요. 액세서리는 가급적 목걸이 대신 반지·팔찌·귀걸이 세트로 한다는 원칙을 정했죠.”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자신을 가꾸는 데 열심인 고은아라는 캐릭터는 루비(RUBY)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루비족은 상쾌하고 비범하며 아름답고 젊은 40∼50대의 아줌마 같지 않은 아줌마를 가리키는 말. 장미희 역시 루비족에 대해 들어봤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루비족’이라는 말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고은아가 루비족이지, 장미희를 말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웃음).”
여러 배역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일 뿐, 본인은 별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의미인 듯했다. 매번 다른 삶 속에 빠져들었다가 어느 순간 벗어나야 하는 것이 배우의 숙명. 장미희는 이를 두고 ‘윤회’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고은아로서의 삶은 실제 장미희의 삶과 얼마나 비슷하고, 또 얼마나 다른지 궁금했다. 장미희는 이에 대해 이전의 인터뷰에서 이미 ‘씨앗론’이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제 안에는 은아의 특성도 있고, 한자(김혜자)의 특성도 있죠. 연기자는 어떤 것도 만들 수 있는 작은 씨앗들을 안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안에 있던 은아의 풀뿌리가 자라나 큰 나무를 만들었던 거겠죠.”
고은아의 유일한 친구가 앵무새 ‘베키’였던 것처럼 실제로도 동물을 좋아하는 그녀. 새를 키워본 경험도 있다고 한다. 내면은 떼쟁이 어린아이 같았던 은아의 모습도 분명 자신 안에 있는 모습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그렇게 지독히 우아하거나 화려하거나 비활동적인 옷은 잘 입지 않는다”고 웃어넘긴 그녀이지만, 대중이 그녀에게 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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