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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서갑숙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서갑숙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3.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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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체험 고백서 이후 꼭 10년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서갑숙

딱 10년이 지났다. 성 체험 고백서를 내고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일이.

과거를 회상하거나 추억하지 않는다는 서갑숙이 오랜만에 옛 기억들을 오롯이 떠올려보았다. 두 딸과 어머니를 모시고 자연인 서갑숙으로 살아가는 요즘. 이제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노래도 부르고 배우로서의 삶을 조심스레 준비하고 있다.


취재_ 엄지혜 기자 사진_ 조준원 기자

"오랫동안 감기를 앓아왔다고 할까요.
요즘은 몸이 많이 좋아졌어요.
올해가 소의 해잖아요. 제가 소띠예요.
이제 열심히 밭을 갈고 싶어요"

낙천적인 성격이라 불면증 같은 건 없다. 웬만한 걱정이나 고민거리도 눈을 딱 감고 나면, 지우개로 싹싹 지우듯이 잊어버린다. 뒤를 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의 삶을 하나둘씩 생각해본다. 그녀가 건넨 명함에는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서 여전히 소녀 같은 여인이 미소를 짓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가든을 운영하면서 매일같이 손님을 만나고 정을 나누는 서갑숙. 그녀를 만나러 가는 날은 무척이나 쾌청했다. 마치 편안해진 그녀의 마음을 보여주듯이.

3대 모녀가 자연을 벗 삼아 지내는 요즘
남양주시 수동면을 지나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가든이 있다. ‘서갑숙’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쓰인 간판도 그렇지만 멀리서도 들리는 노랫소리, 또 활활 타고 있는 모닥불과 작은 주전자가 도시에 없는 여유를 주겠다고 손짓하는 듯하다.
“열심히 유리창도 닦고 청소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그냥 하루하루가 다 고맙고 감사해요.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요즘 병원과 가든을 오가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얼른 일어나시면 정말 더 행복하겠죠.”
그녀는 요즘 성인가요 앨범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친한 작곡가로부터 ‘우리 어머니’라는 곡을 선물 받았다. 마치 그녀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가사 내용이 똑 닮아 있다.
“어머님 은혜 같은 노래예요. ‘힘내요 힘내요, 우리 어머니, 자리 툭 털고 일어나세요’ 이런 가사인데, 말이 씨가 된다고, 딱 제 상황이네요. 꼭 제가 쓴 가사 같아요.”
현재 녹음 준비 중인데, 선뜻 노래를 부르려니 쉽지 않다고 한다. 마이크를 잡아본 일도 없지만 연습하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라며, 수줍은 미소를 보인다. 그래도 진심을 담아 노래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그녀는 지금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전 남편과 이혼할 당시, 잠시 떨어져 지내기도 한 딸들은 이미 대학생, 고등학생으로 성장해 친구 같은 모녀관계가 됐다.
“큰딸은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있고, 작은딸은 애니매이션 고등학교 영상연출과에 재학 중이에요. 작은아이는 영화감독이 꿈이에요. 이번에 상도 많이 탔어요. SBS대한민국영상대전에서 청소년부문 우수상도 탔고, 청소년영화제에서 대상도 수상했어요. 아이들 둘 다 예술적인 재능이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보통의 엄마들처럼 조금 수다스러워진다. 둘째가 학교 실습작품으로 찍은 영화에서는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배우 엄마를 두어서일까, 아이들 모두 문화에 관심이 많다. 어떤 작품을 많이 구상할까 물으니, 청소년기에 느끼는 가족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하기도 했고, 자기들 나름대로 가족관계에 대한 숙제가 많나 봐요. 청소년기에 느끼는 자식과 엄마라는 테마로 작품을 풀어가기도 하고요. 문학이나 영화를 통해 청소년기의 가족관계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 같아요.”
엄마 서갑숙은 요즘 딸들과 고민상담을 하는 중이다. 딸들의 고민을 속 시원히 해결해줄 것 같지만, 오히려 자신이 딸들에게 기대는 것 같다고 한다. 딸들은 늘 엄마의 건강을 가장 걱정해주는 존재. 매일같이 “엄마는 좀 쉬어야 한다”며 채근한다. 그러면 서갑숙은 “네”라며 재빨리 대답하는 귀여운 엄마다.
“제가 아이들을 교육하고 양육하는 그런 게 아니라, 같이 한 배를 탄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서로 돌봐주고 협조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어요. 그동안 떨어져 살았던 시간의 공백은 모두 다 극복했고요. 아이들은 제게 가장 큰 힘이고 살아가는 이유예요.”

 
 
 
 

오랫동안 감기 걸린 상태, 지금은 건강해졌다
서갑숙은 1999년 성 체험 고백서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를 펴내 세간의 화제가 됐다. 4년 이후, 또 다른 에세이 ‘추파’로 세상과 부딪치며 얻은 경험과 삶의 변화, 쉽지 않은 내면의 고백을 했다. 개인의 솔직한 고백서가 이토록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적은 없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최근 “때론 후회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놓은 그녀에게 진짜 속내를 물었다.
“후회한다는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이제 와서 왜 이러지? 다시 방송을 하고 싶은가 보지’ 이런 반응들이요. 아마 제가 방송을 하고 싶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진짜 힘들었을 때, 책이 나오고 나서 2, 3년 안에 했을 거예요. 그런데 요 근래 이야기를 한 것은 생각이 좀 자랐다고 할까요. 책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나의 고백을 통해 사람들이 나 같은 실수를 안 하고, 진정한 사랑이나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는데, 사람들은 ‘서갑숙이란 여자도 그런데, 나 같은 실수쯤이야’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거죠. 그래서 책임을 느꼈어요.”
스스로 ‘공인으로서 삶을 좀 더 깊이 생각해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한다.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더라면 아마도 그렇게 책을 내지는 못했을 것 같다고. 그래도 지금에 와서 ‘후회’라는 단어를 털어놓을 수 있게 된 것은 책임이고 용기였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편견과 시선 때문에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던 지난날은 마치 쓴 약처럼 느껴졌다.
“누드집을 냈을 때도 이미 아이를 낳은 엄마의 몸이었어요. 살도 트고, 심장판막 수술도 했기 때문에 가슴에 흉터도 있었고요. 사진을 찍은 것은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제 몸이 저의 삶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보기 싫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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