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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상처 묻고 다시 비상하는 가수 편승엽
지난날의 상처 묻고 다시 비상하는 가수 편승엽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3.22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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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궁금한 얼굴

‘무대에 오를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
지난날의 상처 묻고 다시 비상하는 가수 편승엽

몇 년 동안의 길고 긴 법정분쟁에 본인 스스로도 지쳐서일까. 편승엽, 그가 오랫동안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두문불출이다.
더 이상의 무대는 없는 걸까. 가수생활을 포기한 것일까. 궁금했다. 아직도 그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불리고 있는데 정작 주인공은 무대에 없다. 근황만이라도 들으려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만났다. 숱한 토크쇼 출연도 고사하던 그가 오랜만에 자신의 깊은 절망과 슬픔을 토해냈다.
그리고 약속했다.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취재_ 이시종 기자 사진_ 우미진 (프리랜서) 촬영협조_ 카페 로카 (02-2625-4327)

“한동안 노래를 부를 자신감을 잃었다.
내 마음도 못 다스리면서 남을
어떻게 즐겁게 해주겠냐는 생각에
자꾸만 움츠러들었다”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니 편승엽이 먼저 와 앉아 있었다. 말끔한 정장차림에 단정하게 정리한 머리, 건장한 풍채는 예전과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오랜만의 인터뷰가 낯설다고 말하는 그. 한동안 세상과 담을 쌓으며 지냈던 그는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리 벗어나 있었다.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활동을 쉬다 보니 대중 앞에 나서는 것 자체가 어색해졌을 법도 하다. 오랫동안 벌였던 법정싸움에서는 승소했지만, 그 사건으로 그는 많은 것을 잃었다. 자신에 대한 오해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어 자신감도 점점 잃어갔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무대에 설 때”라고 말한다. 복귀를 향한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마음속 상처로 연예계 은퇴도 생각했다
“지난해 8월에 운영하던 라이브 카페도 정리했어요. 경기가 어렵다 보니 일이 없네요. 가수활동도 오래 쉬어서 솔직히 섭외순위에서 많이 밀려나 있고요. 아무래도 방송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사람을 찾기 마련이니까요. 생애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일로 한동안 연예계 은퇴를 고려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수활동을 쉬면서 했던 음식점과 카페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또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했던 음반제작까지 실패했다.
“제가 수완이 없어서라기보다 여건이 안 좋았어요. 장사라는 것이 여유자금이 좀 필요하잖아요. 무리해서 장사를 한 건 가수 안 하고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노래하는 것은 좋지만, 연예인은 본인의 실제 모습보다는 타인에 의해서 이미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고, 그 일을 겪고 나니 미련도 없어지더라고요.”
그는 먼저 자신의 지나온 이야기를 꺼냈다. 오히려 기자에게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아느냐”며 묻기까지 했다. 어쩌면 곪은 상처를 누군가 터트려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일을 겪고서 많은 것을 잃었다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은 가수로서의 자신감이라고 했다.
“마음을 다잡고 몇 년 전에 방송을 다시 시작했는데, 무대에 서기가 편치 않더라고요. 자신도 없고 무대에서 노래도 잘 안 나오고요. 신인 때보다 무대가 더 두려웠어요. ‘아직 준비가 안 됐구나’라는 생각이… 그래서 활동을 하다가 말았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 무엇보다 가장 미안한 것은 아이들이다. 1남 4녀를 둔 아버지인 만큼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마음이 아려온다.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가슴이 답답한 듯 담배를 연신 꺼내 물었다.
“군대 간 아들이 4월에 제대해요. 경제적으로 상황이 어렵다 보니 빨리 입대했죠. 큰딸은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말로는 학교에서 배울 것도 없고 사회에서 부딪히면서 배운다고 하지만 경험상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하고, 상황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것하고는 다르잖아요. 아이들에게 미안한 정도가 아니죠. 나중에 다시 여유가 생겨도 아이들에게 아빠로서 뒷받침 못해준 것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거예요.”

 
 
 
 
 
‘그 누구에 대한 원망’, ‘세간의 오해’
씻을 수 없는 상처마저 모두 가슴속에 묻겠다
그를 가장 괴롭혀온 것은 사람들의 오해였다. 법에 의해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그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고 했다.
“면전에 대고 ‘당신 나쁜 사람 아니냐’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 앞에서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2002년에 아시안게임 끝나고 장애인올림픽에 홍보대사로 임명됐어요. 그런데 그 일이 생기면서 활동을 못하게 됐죠. 활동이 좀 뜸해졌을 때 다시 봉사활동을 시작하려는데, 사람들이 ‘이미지 마케팅하려고 한다’면서 안 좋은 시선으로 보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뒀어요. 그래도 소신을 가지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네요.”
판결이 난 후 그에게 많은 토크쇼에서 섭외가 들어왔다. 그곳에서 모든 것을 속 시원히 밝혔다면 재기의 시간이 앞당겨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모두 거절했다.
“너무 힘든 일을 겪었기 때문에 판결이 났으니 ‘이제 됐다’ 싶었어요. 솔직히 한 번쯤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만약 한다고 해도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내게 재기의 기회가 주어질지 몰라도, 다른 한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솔직히 ‘다 용서했다’고는 말 못해요. 그래도 그것은 제가 가슴속에 묻고 갈 짐이죠.”

긍정적인 생각으로 복귀를 위한 열정 불태우다

“가수활동을 하면서 안 좋은 기억도 있지만, 뿌듯했던 기억도 많아요. 솔직히 무대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을 때도 노래는 항상 하고 싶었어요. 어떤 일보다 무대에 섰을 때의 느낌을 대신할 수는 없더라고요. 솔직한 이야기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있고요. 팬들과 교감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희망의 불씨도 살아 있다. 아직도 그를 응원하는 팬들도 많다. 그는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 있는 것도 자신을 믿어주는 팬들 덕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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