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0 (토)
 실시간뉴스
남편 죽음 후 7개월 만에 복귀한 정선희의 풀 고백
남편 죽음 후 7개월 만에 복귀한 정선희의 풀 고백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5.15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물 고백

'평생 잊히지 않을 아픔 딛고 세상으로 돌아오다’
7개월 만에 라디오 DJ로 복귀한
정선희를 만났다

그녀가 다시 라디오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난해 9월 남편 고 안재환의 죽음 이후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듯 연이어 닥치는 시련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그녀. 세상과 접촉을 피한 채 보내온 지난 7개월. 가슴 깊이 가시처럼 박혀버린 아픔을 보듬으며 정선희가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취재_ 김은희 기자  사진_ 매거진플러스 DB·SBS 제공    


지난 4월 13일 낮 12시 20분. SBS 라디오 ‘정선희의 러브FM’ 시그널 음악이 끝나자 곧이어 친숙한 목소리가 라디오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른한 점심시간, 많은 이들에게 언제나 유쾌한 목소리로 활력을 전해주던 그녀, 바로 정선희였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정선희입니다. 오랜만에 마이크 앞에 앉으니까 진짜 많이 떨리는데요. 저는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입니다. 예전에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가 걸어가는 삶의 여정에서 때때로 모퉁이를 만나는 건 참으로 감사하고 다행한 일이라고요. 모퉁이를 만나면 설레기도 하고 경계하게 되기도 하지요. 저는 가파른 골목길에서 모퉁이를 만나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아서면 그 너머에서 봄 햇살을 만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이제 또 다른 시작, 뒷걸음질치지 않고요. 가만히 첫발을 내딛어보겠습니다.”

혼자 방에 숨어 있기보다 나오길 잘했어요
첫 곡인 김동률의 ‘출발’을 듣고 난 후, 그녀는 물기 어린 목소리로 “첫인사를 하기까지 굉장히 망설이고 걱정도 했는데, 인사가 끝나고 나니 긴장이 풀어져 눈물이 나네요”라고 말을 이었다. 지난해 9월 남편의 죽음 이후, 오랫동안 진행해온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에서 하차한 그녀는 이번 복귀를 앞두고 참 많은 고민 끝에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전에는 많은 부분을 당연히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이 빠져나가며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힘들게 마음을 털어놓은 정선희는 7개월 만의 세상과의 소통에 감정이 북받치는 듯했다. 눈물을 참지 못해 방송 중간중간 호흡을 가다듬거나 울먹이는 목소리로 방송을 이어가야만 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녀는 “저희 팀들이 제가 하도 우니까 휴지를 밖에서 전달해주셨는데, 키친타월을 보내주셔서 많이 따가워요”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밝은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힘들게 걸음을 뗀 정선희의 첫 방송을 위해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탰다. 가수 이승철과 알렉스가 게스트로 출연했고, 개그맨 강호동 역시 깜짝 전화연결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진행자라고 생각했던 정선희가 복귀해서 너무나도 반갑다”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그렇게 두 시간여의 방송이 끝난 후, 기자는 마침내 라디오 스튜디오로 들어가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바짝 조였던 긴장의 끈이 풀어진 탓일까.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을 수가 없다”며 이내 의자에 주저앉고 마는 정선희. 그녀는 지난 7개월간 너무도 힘겹게 절망과 고통을 견뎌내고 세상 속으로 다시 걸어나온 심경을 털어놓았다.

-7개월 만에 라디오 방송에 복귀한 소감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조금 전 방송 클로징 멘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말 집에 가면 생각이 막 날 것 같아요.

‘아, 이 얘기는 하지 말걸’, ‘그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할 걸’, ‘그 자리에서 왜 버벅거리며 울었지’ 등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떠올라 좀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머릿속이 멍하고 아무 생각도 안 나요.

정말 많이 긴장하고 많이 망설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나서 시작한 첫 방송이라 그런지, 뭔가 큰 줄기가 안 잡혀 있는 느낌이에요.
라디오 스튜디오로 들어오는 순간 ‘아, 내가 이곳에 다시 왔구나’라는 느낌이 가장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제일 크게 들었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하는 방송인데, 그동안 복귀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사실 마음의 준비가 가장 컸어요. 어떤 멘트를 하고, 어떤 색깔로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보다도 가장 시급했던 것이 제 마음이 정말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였어요. 사람들과 얘기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제 목소리로 인해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까지 생각하려면 마음의 준비가 가장 중요했어요. 그래서 정말 그것 하나만을 생각하며 계속 준비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마음으로 용기를 내려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요. 그리고 좋은 목소리들, 제 가능성을 생각해주고 믿어주는 친구들의 목소리와 가족의 응원을 힘으로 삼아서 계속 일어나려는 준비를 했어요. 마음으로 일어나려는 준비, 그것이 복귀를 앞두고 제가 한 준비의 거의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것이 안 됐다면 오지도 못했을 테니, 그게 제일 중요하고 많이 한 준비였죠.

- 특히 1부에서 눈물을 많이 흘리고 참으려 애를 쓰던데, 왜 그렇게 눈물을 흘렸나요?

진짜…(한숨) 지난 7개월 동안 정말 하루가 1년 같아서(울먹) 그냥 너무 시간이 안 가고… 숨 막히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다시 마이크 앞에 앉을 거라는 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이곳에 들어와 마이크를 보고, 스튜디오를 보니까 진짜 ‘참아야지’ 하는데도 눈물이 마구 북받치더라고요. ‘나는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되는구나. 여기에 왔구나’라는 생각에 믿어지지가 않고, 진짜 말 그대로 북받치는 기분이었어요. PD님이 우리 모니터를 보라고 그러셔서, 게시판을 이렇게 조금씩 봤어요. 아시다시피 제가… 어떤 이야기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너무 힘이 들다 보니 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른 이야기들이 난무했어요. 패닉상태에서 정말 너무나 고통스러웠는데, 저한테 응원해주는 목소리들을 이렇게 보니까 ‘아, 응원하는 목소리가 있구나’라는 것을 오늘 정말 피부로 느낀 거예요. 그전까지는 그저 친구들이나 지인들, 동료들에게 들었고 때로는 전해듣기만 했던 말들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응원하는 글들을 보며 ‘아, 내가 세상으로부터 내쳐진 게 아니구나. 나를 응원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것을 확인하니까 그냥 계속 (눈물이) 줄줄줄 나오더라고요. 그런 느낌 때문에 눈물이 나왔던 것 같아요. SBS 라디오의 정태익 CP님이 제가 10년 전에 라디오를 처음 시작했을 때 PD님이셨어요. 처음 라디오 방송을 하는 동안 실수도 많았고 사연도 많이 안 와서 걱정을 했는데, 절 보면 늘 “잘될 것”이라고 응원해주셨죠. 제가 절망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나는 네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왜 너는 스스로 안 된다고 생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