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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주년, 무대 위를 걷는 가수 이은미의 ‘Music and Life’
데뷔 20주년, 무대 위를 걷는 가수 이은미의 ‘Music and Life’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5.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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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다 

데뷔 20주년, 무대 위를 걷는
가수 이은미의 'music and Life?

맨발로 무대에 선다. 아무리 카메라가 쫓아와도 지그시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할 뿐이다. 팬들의 환호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몰입한다.
이은미, 그녀가 새로운 앨범을 가지고 사람들의 마음에 노크한다.

취재_ 엄지혜 기자  사진_ 김도형 기자

 ‘소리 위를 걷다’. 이은미의 새 앨범 타이틀이다. 역시 이은미다운 제목이다. 맨발의 디바, 라이브의 여왕, 신촌의 괴물…. 유난히도 수식어가 많은 가수 이은미가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았다. 날짜로는 7천2백 일, 시간으로는 17만2천8백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른 것이다. 그 안에는 7백여 회의 공연이 이은미의 음악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4월 18일부터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20개 지역 투어 대장정에 들어간 이은미. 앨범이 나오자마자 실시간으로 화제가 됐던 타이틀곡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여러 번 듣고, 그녀와 인사를 나눴다. 예상대로 솔직하고 거침없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또렷한 눈빛이, 일상의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소탈한 웃음이 그녀의 매력을 더해준다. 이따금 그녀가 소녀 같은 표정을 지을 때는 피식 웃음이 나올 뻔도 했다.

‘이은미답게’ 살아온 음악인생 20년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그녀는 남다른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저 꿈결같이 흘러갔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많았다. 
“여러 생각이 많이 들어요. 감사한 기억도 많고 안타까운 것도 많죠. 선배들이나 함께 음악을 했던 동료를 만나면 음악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백만 장 나갔다’고 이야기할 때가 좋았죠. 지금은 음반 유통과정도 그렇고 음악시장에 문제가 많아요. 저는 딱 낀 세대인 것 같아요. 혜택도 누려보고 어려움도 겪어보고…. 후배들이 더 이상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지 않았으면 해요. 그래도 지금까지 20년간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건 어쨌든 음반도 사주시고 노래도 들어주시는 그런 아껴주시는 분들 때문에 가능했어요. 이번 앨범은 ‘보은의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팬 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은미 음악을 담으려고 노력했죠.”

새 앨범을 소개하는 라이브 프로그램. 함께 출연한 후배 가수는 이은미의 열창에 열광적인 ‘팬심’을 보였고, 관객들은 앙코르를 외쳤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그녀의 히트곡 ‘애인 있어요’를 부르기도 했다. 이은미는 방송에서 오랜만에 신발을 벗고 노래를 불렀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이지만, 모든 공연에서 그러한 것은 아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신발을 벗게 돼요. 발바닥이 땅에 닿는 느낌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거든요. 신발이 없는 편이 제게 편해요.”

관객의 입장에서 그녀의 컨디션이 마냥(?) 좋게 보였는데, 사실은 아니었나 보다. 며칠 밤을 새워가면서 밴드와 무대를 준비했는데, 그녀의 기대치보다는 조금 부족했던 모양이다. 열광적인 관객들의 반응이 있었지만, 그 분위기 때문에 만족감이 오르지는 않았다. 
“그날의 환호, 정말 고마웠죠. 진심이라는 것도 잘 알고요. 하지만 거품이 없을 수는 없고, 이제 제가 그 거품을 거둘 줄 아는 판단력이 생겼으니까요. 거기에 휘둘려서 이렇게 저렇게 가지 않는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대중음악을 하지만 제가 대중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잖아요. 우선 제가 음악이 미치게 좋으니까 내 만족 때문에 음악을 할 수 있는 거겠죠.”
이은미는 음악을 대하는 생각이 분명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마음이 짝사랑으로 끝나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고 또 기쁘게 하고 있으니 ‘행복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함께 나이 들어가는 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음악인생을 추억해보기도 한다.

“팬들도 잘 만나요. 어쩌다가 연락이 끊겼던 팬들을 콘서트에서 다시 보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역시 대중음악은 시대를 반영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 친구가 벌써 이만큼 나이 들었고 또 아이가 저렇게 자랐구나. 그만큼 나는 또 달려왔구나. 제 삶은 확실히 쉽지 않았어요. 앨범을 한 장 한 장 만들어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요. 제가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스스로 객관적으로 볼 때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요.”
빛이 조금도 들어오지 않는 녹음실에서 소리 하나 만들겠다고 며칠 밤을 고민했던 지난날. 아니, 지금도 이은미는 노래를 녹음하는 순간만큼은 더 지독해진다. 누군가 녹음실을 시끄럽게 지나치면 참을 수 없어한다. 점점 사운드에 대한 개념이 아날로그로 향해가고 있다는 지금, 이은미는 더욱 ‘소리’에 집중해 앨범을 만든다. 앨범 재킷 사진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연륜이 묻어나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한다.

“연륜이라고 하면 좀 고루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가장 이은미다운 연륜이 느껴지는 사진을 담고 싶었어요. 그냥 원초적인 그대로의 느낌을 만들고 싶어 모공이 훤히 드러나도록, 보디페인팅을 하고 사진을 찍었어요. 내가 20년 세월을 이렇게 살아왔구나, 내가 앞으로 걸어가야 하고 추구해야 하는 길에 대한 생각을 했어요.”

이번 앨범은 이은미 자신의 욕망을 한껏 줄인 작업이었다. 계속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닌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은미 노래를 불러보자’라고. 한때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를 부를 때면, 옆으로 서서 녹음할 정도로 음악적 고집이 분명했던 이은미가 달라졌다.

“내가 추구하려는 욕망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윤일상 씨한테 노래를 부탁하기도 했고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이은미의 어떤 음악을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에 집중했어요. 예전에는 신파 같은 노래를 부를 때면 그게 너무 싫어서 마이크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깨닫게 됐죠. ‘내 목소리 안에, 내 표현력 안에 이런 게 있고 사람들이 이런 것을 좋아하는구나’. 여기서 제 음악이 멈출 게 아니니까 작업을 하면서도 기뻤어요.”

가장 공감이 가는 노랫말 ‘결혼 안 하길 잘했지’
지난해 국민적인 애창곡이 됐던 노래 ‘애인 있어요’. 한동안 그녀는 제목에 얽힌 질문을 많이 받아 조금 난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헤어지는 중입니다’이다. 마치 제목이 연결되는 것도 같다.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노래를 녹음하던 중 작곡가 윤일상이 눈물을 흘렸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랫말이 이렇게 시작되거든요. ‘햇살이 눈부셔 눈을 감고 말았죠. 흐르던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누구나 이별 후에 그런 느낌 받아본 적 있잖아요. 그 사람을 생각하다 밤을 지새우고 어느 순간 아침이 돼서 창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데 그게 더 슬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고 또 왜 이러는지 모르겠고, 마치 진공 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은 기분. 이런 노랫말이 다 공감이 돼요.”

누군가 이은미에게 물어봐달라고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무대 위에서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는 이유를. 그녀는 소리에 집중하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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