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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 건축가 이현욱 씨의 모바일하우스 / 덧셈 뺄셈의 산수를 건축에 담다
House & People / 건축가 이현욱 씨의 모바일하우스 / 덧셈 뺄셈의 산수를 건축에 담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5.2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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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 People

건축가 이현욱 씨의 모바일하우스
덧셈 뺄셈의 산수를
건축에 담다

한국사람만큼 집에 관한 애착이 많은 민족이 또 있을까. 그런데 그 애착이란 것이
‘나의 손을 타고 정이 깃든 것’이 아닌, ‘크고 부러움을 살 만한 것’으로
변질되어 가는 세태가 아쉽다.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딱 골라 사용할 수
있도록 덧붙이고 줄여나갈 수 있는 모바일하우스를 방문했다.

진행_ 양지은 기자  사진_ 권오경 기자

 

집=부동산’은 고정관념일 뿐

용인시 수지구에 가면 전원주택 단지 속 특별한 비밀이 숨어 있는 집이 있다. 집을 크레인으로 들어 차로 운반하는, TV 속에서나 보던 바로 그 움직이는 집이다. 광장건축사무소 대표 이현욱 씨 가족이 거주하는 곳으로 콘테이너 박스를 마치 레고처럼 조립해둔 그 모양이 독특하다. 3×6m 박스 두 개를 나란히 붙이고 같은 크기의 박스 하나를 그 위에 쌓아 올린 집이 한 채, 거기에 아이들 놀이방으로 쓸 수 있도록 3×3m 박스를 연결했다. 별도로 3×6m 박스를 2층으로 쌓은 독립된 집이 한 채 더 있는데 연구실로 이용하거나 세를 주기도 한단다. 이현욱 씨가 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스승이자 공동대표인 김원 씨의 영향이 컸다. 90년대 중반 입사 이후 선배들과 함께 선험적인 실험을 많이 한 경험 덕이란다. 지금도 건축주를 설득해 특별한 집을 짓곤 한다. 대지가 231.4㎡이면서 정원이 231.4㎡인 건물.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지만 1층에도 정원, 2층에도 정원, 옥상에도 정원을 조성하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러한 기획은 건축주의 호감을 살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회사의 오랜 프로젝트였던 모바일하우스는 모두 꺼려했단다. 하는 수 없이 이현욱 씨는 직접 투자하고 제작해 모바일하우스의‘마루타’를 자처했다. 그의 아내는 집을 지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땅에 단독주택을 짓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공사를 시작한 후 점점 이상함을 느꼈는데 골조공사가 하루 만에 끝났을 뿐더러 다 지어진 집이 산을 가린다는 옆집 민원에 뒤로 3m 밀기까지 하
더란다.

꿈꾸는 건축가의 좌충우돌 실험실

국내 ‘1호점 모바일하우스’에서 사는 일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아직 기술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고 모든 일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직접 알아내야 했기 때문. 이동식 집에서 난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으니 그는 그동안의 일을 솔직히(?) 털어놨다.
“처음에는 집 안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전기로 해결했어요. 누진에 누진이 붙어 한 달 전기요금이 1백19만원이 나오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많이 쓸 줄은 몰랐어요. 아내가 못 내겠다고 해 제가 다 냈습니다. 지금은 LPG 통을 이용해 난방과 온수만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태양열 전지판을 어떻게 적용할까 연구 중이에요.”
프레임에 이슬이 맺히는 것도 예상치 못했던 부분. 컨테이너박스를 만들 때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했더니 외부와 내부의 온도 차로 인해 물방울이 생기더란다. 그제야 큰 프레임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목조를 섞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동식 집이라는 콘셉트에 집중한 나머지 분리할 것만 염두에 두었는데 살아가는 동안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그래서 다음에 지을 때는 이러한 사소한 부분들까지 수정, 보완할 예정이다. 실제로 이현욱 씨의 집을 보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찾아와 이미 2호점, 3호점까지 신축 예정이 되어 있단다. 여름이 되면 1호점을 분리해 이동할 건데 벌써부터 각 방송사에서 그 현장을 촬영하겠다고 요청이 들어올 정도다.


1 건축가 이현욱 씨. 그는 아내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고정된 주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모바일하우스에서 직접 살아보고 있는 중이다.
2 동화 속 집으로 향하는 입구. 칠판으로 만든 문패와 아기자기한 화분들이 눈에 띈다.
3 천장을 유리창으로 뚫어 실내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원래는 서재로 사용하려고 했던 공간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해 놀이방으로 양보했다고.
4 모바일하우스의 모형도. 여러 개의 컨테이너박스를 쌓고 이어붙인 만큼 입주자가 원하는 대로 위치를 바꿔 조립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집도 자동차처럼 골라 사올 수 있는 세상

하루 종일 남의 집을 짓다 돌아오면 편히 누워 쉬고 싶을 법도 한데 그는 왜 이런 ‘결점 많은 집’을 고집하고 직접 생활하면서까지 연구하는 것일까. 이현욱 씨는 모바일하우스의 대량생산이 자신의 평생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거실과 방 하나와 주방이 갖춰진 A타입 집을 신혼부부가 구입한다. 이사를 갈 땐 집을 운반해 가고 아들딸이 생기면 방 2개짜리로 이뤄진 B타입 집을 덧붙인다. 또 성인이 된 자녀가 독립을 하면 일부를 중고로 팔 수도 있다. 우리가 자동차를 사듯이 주택도 A, B, C 타입별로 골라 살 수 있는 세상. 그것은 단순히 집을 구입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존에는 처음 집을 지을 때 가능한 한 크게 완성을 했지만 그렇게 되면 유지비가 많이 들고 사용하지 않는 일부는 방치해두게 된다. 만일 새 주인이 이사를 오면 허물고 다시 짓는 일도 허다하다. 그는 이러한 모습들을 보며 친환경에 대한 개념을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자연과 소통하는 구조를 지녔어도 재개발이 들어가면 다 쓰레기가 되거든요. 헐고 다시 지어야 해요. 이동식 집은 공장에 리모델링 맡기고 필요한 사람이 다시 가져다 쓰면 되니 효율적이죠.”

그는 얼마 전부터 캐나다와 기술 제휴를 맺고 남양주에 타운하우스를 조성 중이다. 아파트가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에서 목조로 만든 집을 지어 아파트와 비슷한 가격에 공급할 예정이란다. 그렇게 되면 도심 속에서도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로 지은 집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며 집을 설계하는 것, 건축가 이현욱 씨의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은 사람과 지구를 함께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 기대해본다.

1 모던하면서도 실용적인 분위기의 침실. 심플한 베이지 가구와 침실의 한쪽 면을 장식한 빅 로즈 프린트 벽지의 조화가 우아한 느낌을 준다.
2 첫째 아들 한세 역시 아버지를 닮아 모험심이 많은 편이다. 얼굴이 다쳐서 들어오는 일도 잦고 자연과 어우러져 놀다 보니 개구리와 뱀도 무서워하지 않게 됐다고.
3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편안한 느낌의 거실. 천장 가운데 부분을 자세히 보면 컨테이너박스를 연결한 이음새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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