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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컴백하는 최진영 대중 앞에 다시 서기까지 심경 풀 고백
연극으로 컴백하는 최진영 대중 앞에 다시 서기까지 심경 풀 고백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6.17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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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오다

깊은 슬픔 딛고 연극 무대 오르는
최진영
두려움 떨치고 대중 앞에
다시 서기까지의 심경 풀 고백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술과 수면제 없이는 잠 못 이루던 날도 계속됐다. 누나 최진실의 죽음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최진영. 올해 한양대 연극학부에 입학한 그는 지독한 슬픔 속에서도 한 차례의 결석 없이 수업에 매달렸다. 학교는 그리고 연기는 깊은 수렁에 빠진 그가 붙잡을 수 있었던 유일한 끈이었다. 그리고 그는 6월 27일 막을 올리는 연극 ‘한여름밤의 꿈’을 통해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서게 된다.
취재_ 김재우·김은희 기자 사진_ 권오경 기자


논현동 집에서 만난 최진영은 “오늘 인터뷰 때문에 연극 연습시간을 미뤘다”고 했다. “다른 배우들은 벌써 모여서 연습을 시작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의 마음은 이미 연극 무대에 쏠려 있는 듯했다. 오랜 침묵 끝에 최진영은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활동을 재개한다. 오는 6월 27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한여름밤의 꿈’은 김효진, 이문식, 안내상, 홍석천 등 한양대 출신의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뭉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진영은 이 연극에서 주연 ‘드미트리어스’를 맡았다.

지금은 연극이 나의 전부다    

Q‘한여름밤의 꿈’을 통해 오랜만에 연기를 다시 시작한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연극 무대에 서는 감회도 남다를 것 같다.
처음부터 연기자로서 어떤 큰 의미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다. 처음에는 무언가에 몰두하기 위해 연극을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연습을 하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Q 연습은 몇 시간이나 하나.
거의 날마다 연습이 있는데, 하루에 네댓 시간 정도다. 아직은 리딩 연습만 하고 있는데, 워킹 연습에 들어가는 다음 주부터는 더 힘들어질 것 같다. 하지만 연기자로서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쌓고 있는 기분이다.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것이 많다. 사실 예전에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도 내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데 연극을 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열정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이다 보니 훨씬 더 과장된 연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연극 연기는 내가 기존에 해왔던 연기와는 하늘과 땅 차이지만, 모든 연기자들이 다 같이 어우러지니 재미있다.

Q 연출을 맡은 최형인 교수가 연극 참여를 권유했다고 하던데?
교수님이 처음 연극 제안을 하셨을 때는 워낙 내가 안 좋은 상황에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힘들 것 같다고 고사했다. 그런데 시간이 좀 더 흐르고 학교에 적응하니 다시 제안을 하셨다. 날씨가 무척 좋은 어느 날이었는데, 수업 대신 소풍을 가자고 하기에 대낮에 벚꽃 구경을 간 적이 있다. 학생들에게 동동주를 사주셨는데, 한참 취기가 오르자 “진영, 아무래도 ‘드미트리어스’는 진영이 해야 될 것 같아”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얼떨결에 “해야죠”라고 대답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 지금은 너무나 좋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교수님께 감사하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내게 도움이 많이 된다. 만약 연극을 안 하고 그냥 학교만 다니고 있었다면 (괴로움이) 훨씬 오래가지 않았을까 싶다.

Q 최형인 교수에게 많은 의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이다. 어느 정도로 교수님께 의지를 하고 있는가 하면, 내 인생에서 이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 이 순간 교수님께 많은 가르침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내가 가야 할 길을 교수님께서 열어주시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떤 것이 지금의 내게 가장 최우선인지, 말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런 길로 날 인도해주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교수님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의지가 된다.

그동안 살기 위해 학교에 매달렸다

Q 올해부터 시작한 학업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데 정말 많은 힘이 된 것 같다.
입학한 처음에는 ‘얼마나 다니겠냐’라는 식의 시선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입학 후 아직까지 수업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늘 가장 먼저 출석해서 맨 앞줄에 앉아 수업을 들으니 사람들이 처음에는 모두 의아해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어떤 엄청난 포부를 갖고 학업에 임하는 줄 안다. 사실 그런 거창한 이유보다는 ‘살려고’ 간 거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Q 처음부터 연기를 다시 배우면서 느끼는 것이 많을 것 같다.
사실 지난해 초부터 학교에 들어가려고 준비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서 하나하나씩 기쁨을 느끼고 보람을 느낄 때면 ‘내가 생각했던 것이 맞구나. 그때의 순간적인 충동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최대한 열심히 배우고 싶다. 꼭 4년 안에 학교를 졸업할 생각도 없다. 10년이 걸리더라도 계속 학교와 연을 맺으며 배우고 싶다. 배움에는 끝이 없으니까. 1학기에는 학점을 많이 신청하지 않았는데, 2학기에는 수업도 많이 들을 생각이다. 2학기에는 학교에서 살다시피 할 각오를 하고 있다.

Q 왜 연극을 전공으로 삼았나?
연극이 연기의 베이스이기 때문이다. 아주 기본적인 것, 원칙적인 것부터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편입을 하지 않고 1학년으로 입학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배우고 싶었다. 예전부터 ‘다시 배워서 새롭게 연기해보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그냥 이대로 20년이 넘는 현장 경험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스스로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무리 대본을 갖고 연구를 해도 별달리 느는 것이 없고,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무엇이 문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다 보니 기본기가 부족했다. 기본기가 탄탄해야 내가 현장에서 배운 것들을 응용할 수 있을 텐데, 토대는 없이 요령만 익힌 가짜 연기를 하고 있었다. 긴 호흡을 가지고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 누나도 적극 찬성했다고 들었다.
정말 생각 잘했다고, 대학에서 연기를 배워보라고 적극적으로 찬성해줬다. 생각해보면 배움에 대한 갈망은 누나 쪽이 더 컸던 것 같다. 좋은 생각이라고 찬성하는 누나에게 “누나도 기회 봐서 조금 여유가 생기면 공부 시작해”라고 얘기도 했는데….

Q 동기들과 나이 차이가 꽤 날 텐데, 거리감을 느낀 적은 없나.
전혀 못 느낀다. 1990년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지만 아주 잘 맞는다. 빨리 들어온 친구 중에는 1992년생도 있으니, 거의 딸뻘이지만 거리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어려워했다. 이런저런 사소한 얘기들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친해졌다. 수업 끝나고 같이 밥도 먹으러 다니고 술도 먹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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