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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는 법조인 홍승기 변호사 & 김용희 판사의 재미있는 인생
연기하는 법조인 홍승기 변호사 & 김용희 판사의 재미있는 인생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7.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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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적인 인간형만을 요구하기보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너그러운
시선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된 저예산 독립영화 ‘섹스볼란티어(SEX VOLUNTEER)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는 지체장애인들의 성(性) 인권문제를 조명했다. 영화 자체의 주제도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했지만, 더욱 주목을 끈 데는 출연 배우들의 남다른 이력이 한몫했다. 바로 현직에 있는 홍승기 변호사와 김용희 판사가 각각 신부와 죄수의 역할로 출연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영화 출연을 단순히 법조인의 색다른 취미로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미 오래전부터 여느 배우 못지않은 연기열정을 가지고 각자 연극무대와 영화 등에서 활약해온 두 사람이기에 배우로서의 삶의 무게는 법조인으로서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물론 그들의 인생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일찌감치 법조인이라는 굴레를 뛰어넘어 연기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홍승기 변호사의 경우 그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반대와 부정적인 시선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연기를 한다는 것은 그런 어려움을 상쇄할 만한 기쁨을 주는 것이었다. 다름을 인정받고 싶은 두 사람이 깐깐한 세상에 던지는 이의 제기는 유쾌했다.

첫 만남부터 남다른 두 사람의 연기 열정
두 사람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섹스볼란티어(SEX VOLUNTEER)-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를 촬영한 것은 사실 2년 전이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탓에 뒤늦게 완성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홍승기 변호사는 출연을 결정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적잖이 고민을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무리 신부의 역할이라지만, 장애인의 성적 자원봉사를 소개한다는 설정과 전면에 내세운 제목으로 인해 아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아내에게는 신부 역할이라는 점만을 강조했어요. 그렇다 해도 ‘섹스볼란티어’라는 제목이 조금은 부담스럽더라고요(웃음). 감독한테 ‘어차피 백만 명이 볼 영화도 아닌데 정직하게 가자’며 구슬려봤지만, 안 되더라고요. 그런 이유를 제외하고라도 장애인 인권영화라는 면에서 제가 출연하는 게 맞는다고 봤어요. 아무래도 법조인의 입에서 나온 대사가 힘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홍 변호사)
김용희 판사의 출연은 홍 변호사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홍 변호사가 영화 출연을 결정하고 스토리를 상의하던 차에 당시 법무관 생활을 하고 있던 김 판사가 안부전화를 해온 것. 홍 변호사에게 김 판사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감독은 그 자리에서 캐스팅을 제의했다.
“촬영현장에 온 김 판사에게 시험삼아 지체장애인 배역을 연기해보라고 했어요. 연기를 참 열심히 잘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깜짝 놀랐어요. 잠시 집중하는 듯하더니 몸을 비틀며 연기를 하더군요(웃음). 스태프도 놀랄 정도였죠. 진짜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홍 변호사)
김용희 판사는 서울대 법대 시절부터 아마추어 연극인으로서 활동을 해왔다. 사법고시 준비를 하면서 법조인의 길을 선택한 이상 연기자로서의 본능(?)은 접어야 된다고도 생각했지만, 이미 그때는 연기의 매력을 너무 깊이 맛본 상태. 결국 사법고시에 합격을 하고 연수원까지 마쳤지만, 남들이 다 쉴 때조차 단편영화를 찍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때 만난 사람이 바로 홍 변호사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은 또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와중에 홍 변호사님의 존재를 알게 된 거죠. 2004년 연수원 수료를 앞두고 있을 즈음 홍 변호사님이 특강을 오셨어요. 이것저것 잴 것 없이 복도에서 대뜸 ‘제가 연기를 하려고 한다’면서 변호사님을 붙잡았어요.”(김 판사)
당시 김 판사의 첫인상은 홍 변호사에게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무심코 명함을 주고는 ‘그냥 연기를 좋아하나 보다’ 정도로 생각했지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오는 김 판사의 열의는 남달랐다.
“처음에는 연기력이 좋으리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저 역시도 연수원 특강을 다니면서 사법연수생 1천 명 시대도 됐고 하니 연극하는 후배를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반가웠죠.”(홍 변호사)

관객과 호흡했던 무대 위의 기억
1994년 영화 ‘아주 특별한 변신’부터 시작해 임권택 감독의 ‘축제’와 ‘취화선’ 등 배우로서 홍승기 변호사의 이력은 화려하다. 물론 전면에 나서는 주인공 역할은 아니었지만, 배우로서 현장에서 숨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으로 다가온 시간이었다. 사법고시조차 ‘빨리 합격하고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다는 그. 그런 그의 기억에 남아 있는 최고의 무대는 단연 2003년 배우 백종학, 박휘순 등과 함께했던 연극 ‘아트’를 할 당시였다.
“사실 제가 처음 연기를 접한 것은 어린 시절 아역으로 연극무대를 경험하면서부터였어요. 한창 성장기에, 연기하는 사람들 틈에서 20원짜리 냄비우동을 먹으면서 밤늦게까지 연기하곤 했죠. 그때 무대를 경험한 게 컸어요. 총 28회 공연을 한 ‘아트’를 준비할 때는 무척 힘들었어요. 저 때문에 일부러 공연시간도 저녁으로 잡았지만, 그래도 공연날짜가 다가오면 낮 연습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낮에 나가서 새벽 두 시까지 연습하고 다시 아침에 출근하고 그렇게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자지 못했지만, 신이 나서 거의 날아다녔죠(웃음).”(홍 변호사)
그런 홍 변호사에게 자신과 꼭 닮은 연기 열정을 가지고 있는 김 판사를 지켜보는 것은 적잖은 자극이자 즐거움이다. 춘천에서 법무관을 하고 있을 당시부터 연기를 하고 싶어 매주 주말이면 홍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던 기억을 떠올리며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는 두 사람. 당시 김 판사에게 길을 제시해준 사람 역시 다름 아닌 홍 변호사였다.
“제가 워낙 부산해 보이니까 끌어주신 게 아닌가 생각돼요(웃음). MBC아카데미 주말 성인 연기자반에 붙고 나서 홍 변호사님께 상의를 드렸죠. 저는 그때 이미 아마추어라도 상당히 연극을 해온 상태인데, 기초부터 가르치는 아카데미는 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때 홍 변호사님이 춘천에 있는 극단을 소개해주셨죠.”(김 판사)
춘천에서의 연기활동은 김 판사 스스로도 평생 기억될 만큼 큰 성과를 거둔 시기였다. 홍 변호사가 소개해준 극단을 통해 그는 강원연극제에서 연극 ‘미라클’의 ‘길동’ 역할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감개무량할 정도다.
“정말 많은 우연의 연속이었어요. 연극제 당시에는 연기를 오래한 배우분들도 많았는데, 운이 좋았던 거죠. 처음 대본을 보는 순간 작품이 너무 좋아 꼭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더블 캐스팅으로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죠. 그런데 어쩌다 보니 제가 메인을 맡게 됐고 연극제까지 나갔던 거예요. 이후에도 앙코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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