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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출연료 논란 후 첫 심경 고백한 박신양
고액 출연료 논란 후 첫 심경 고백한 박신양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7.24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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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얼굴

고액 출연료 논란 후 첫 나들이,
배우 박신양
“나는 연기를 말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지난해 고액 출연료 논란으로 의도하지 않게 마음고생을 했던 박신양. 그가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현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말한 그는 그간의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놓았다.
취재_ 엄지혜 기자 
사진_ 김도형 기자·매거진플러스 DB


“연기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일,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영화도 많이 하고 싶고 TV 드라마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스물아홉 살 때까지 연극이 아닌 연기는 어디서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던 사람입니다. 아직도 연기가 새로워요. 연기만 재미있게 할 수 있다면 어디서든 하고 싶습니다.”
배우는 작품을 통해 대중을 만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지난 6월, 2000년에 출연한 영화 ‘킬리만자로’를 재상영하는 자리에 참석한 박신양이 오랜만에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드라마 ‘쩐의 전쟁’ 출연료 사건으로 드라마제작사협회로부터 드라마 출연 무기한 정지를 받은 그. 제작사와의 출연료 소송에서 지난 5월 승소했지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6개월 만이다.

기다림과 침묵으로 진실을 말했다
2007년에 방영된 ‘쩐의 전쟁’은 박신양 특유의 연기력을 한껏 발휘한 작품이었다. 그에게 두 번째 ‘연기대상’을 안길 만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하지만 연장 방송이 이어지면서 드라마 제작사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발생한 것. 이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박신양의 고액 출연료가 공개됐고 그는 드라마 출연 정지를 받기에 이르렀다. 2008년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열연했지만, 그해 연기대상 시상식에도 불참할 만큼 그의 심기는 편치 않았다.
“세상을 살다 보면 꼭 말로 설명하지 않고도 긴 기다림과 침묵으로 진실을 대신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살아오면서 들었던 저에 대한 얘기들, 저를 가두려 하는 많은 상황과 시기하고 질투하는 눈들 그리고 말들, 그 속에 비치고 입안에서 놀려지는 제 모습과 그걸 바라보는 제 눈동자 속의 제가 있습니다. 가끔은 ‘난 진정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슬플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단단해져가고 싶습니다.”
한창 논란이 불거질 때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그는 최근 자신의 팬카페를 통해 그간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백만 마디 말을 지껄이기보다는 거북이같이 코끼리같이 행동하겠다”며 “시간이 모자라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아직도 몇 십 년이나 내 인생에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음을 감사하며 살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어찌 보면 배우로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당당한 소신을 밝힌 것이다. 지난 4월 일본에서 열린 팬미팅에서는 배우 이전의 ‘인간 박신양’의 솔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찰리 채플린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을 인용해 자신을 표현했다. 대학 졸업 후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연기를 공부했던 시절,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선보이며 추억을 떠올렸다. 드라마 출연 정지 소식에 슬퍼하는 팬들을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배우는 변신 로봇이 아니다
박신양은 감독과 관객들과의 만남에서 시종일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고등학교 때 절친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라며, “이런 자리에 앉고 보니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그간의 복잡했던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는 배우로서의 확고한 연기관도 덧붙였다.
“연기는 그 작품에 얼마나 적합한가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전작들과 얼마나 다르냐로 평가되어서는 안 되죠. 배우가 변신 로봇은 아니잖아요. 물론 연기자는 때에 따라서 변신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될 거예요. 작품이 중심이 되고 그 역할을 얼마나 잘해내느냐가 중심이 되어야죠. 만일 촬영감독이 자신의 기술을 뽐내는 방식으로만 영화를 찍는다면 영화가 어떻게 될까요?”
치열하게 연기에 몰입할 때가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그는 캐릭터 변화에 대한 부담감이나 매체 선택에 있어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영화로 데뷔했지만 최근 브라운관에서 더 많은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영화와 드라마 중 어느 한쪽을 더 선호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저는 ‘연기 지상론자’입니다. 특정 매체에 대한 선입견이나 소속감 같은 게 별로 없어요. 물론 영화가 가진 특별한 매력이란 게 분명히 있긴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좋은 영화를 많이 하고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국에서 영화를 할 때, 표현의 한계라는 게 분명히 존재해서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어느덧 데뷔 14년 차 배우가 된 박신양. 그는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살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 평소에도 머릿속에는 온통 연기에 대한 생각뿐이다. 신선한 자극을 받기 위해 미술, 영화 등 여러 문화생활을 하는데, 그것도 배우로서의 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간혹 배우로서 힘든 부분이 있는데,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다는 거죠. 이런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사실 배우가 연기하면서 하는 생각 중 99%가 이런 것들인데…. 연기를 하고 작품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게 배우에게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잖아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영화의 물리적인 조건이 열악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항상 과로하게 되는 연기자들, 잠도 못 자고 촬영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 그는 촬영 중 허리가 부러진 일을 꺼내놓았다.
“허리가 세 번이나 부러진 일이 있었습니다. 허리가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배우라는 직업은 과로도 많이 하고 다치는 일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연기가 싫어지게 되는 상황은 정말 배우로서 견디기 힘듭니다. 영화 환경이 좀 더 인간적인 환경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박신양은 올해부터 30년간 모교인 동국대 연극영화학과의 한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연기를 포기하는 후배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연기란 “자신의 영혼을 끝없이 가꾸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박신양. 여전히 배우는 마음으로 연기를 하는 그의 진지한 고민이 작품 속에서 잘 풀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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