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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죽음, 이혼으로 어두웠던 지난날 세상을 향해 새로운 날갯짓을 시작한 개그우먼 김현영
어머니의 죽음, 이혼으로 어두웠던 지난날 세상을 향해 새로운 날갯짓을 시작한 개그우먼 김현영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8.20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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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어야 할까… 어쩌면 마지막을
생각했을 때가 또 다른 시작인 것 같아요”


언제나 밝은 웃음을 전하며 즐거움을 선사했던 개그우먼 김현영. 그러나 최근 한 방송에서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 시련을 겪었던 탓에 갑작스레 터져나온 한 서린 울음이었다. 4년 전 친구 같은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최근 남편과의 오랜 별거 끝에 이혼을 선택한 그녀. 그러나 이젠 슬픔으로 가득했던 어두운 터널을 어느 정도 빠져나온 듯했다. 이제 그녀는 온몸을 휘감았던 절망을 떨쳐내고 다시 세상을 향해 조심스러운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인연이 아니었던 남편, 웃으며 헤어졌다
방송에 출연해 암울했던 개인사를 털어놓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사실 불안감에 시달렸다. 게다가 이후 인터넷 등을 통해 그녀의 이야기가 관심을 끌면서 적잖은 당혹스러움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상이 아직 그녀를 잊지 않았다는 사실이 힘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니 신기했어요. 자극이 되기도 했고요. 사람들이 저를 완전히 잊은 건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도 가졌죠. 예전에 한창 활동을 하면서 미처 못다 이룬 꿈에 대한 욕심도 생기네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부부의 연을 맺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한때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이 가득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 지난 이야기. 세월이 흐르면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남편을 이해하게 됐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정말 철저히 홀로 남겨졌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남편 역시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력이 없었던 거죠. 사랑이라는 것은 오고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가 노력을 해야 커나가는 것인데, 우린 중간에 그런 것이 끊겼던 것 같아요.”
방송이 나간 후 혹 남편에게 부담이 될까 봐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지금, 그녀는 남편 역시 더 이상 자신으로 인해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다른 부부들은 헤어질 때 법정에서 싸우기도 한다던데, 저희는 오히려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남편에게 얼굴이 좋아졌다며 혹시 연애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하면서요(웃음). 인연이 아닌 사람들끼리 만나 헤어지는 것이니, 당신 사업이 잘되면 모른척하지 말라고 했죠. 그렇게 끝냈어요.”
  
어머니와 준비 없는 이별, 다시 세상에 나오기까지
“의사가 심장 안에 커다란 혹이 있어 수술을 해도 죽고, 하지 않으면 급사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당신 부모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못하더군요. 어머니가 마지막 소원이라면서 원하셨기 때문에 결국 중환자실에서 마지막에는 모든 시술을 다 중단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상태가 좋아지더라고요. 그날 저랑 대화도 하셨어요. 거의 한 달 동안 호스를 꼽고 계셨던 분이….”
잠시라도 더 오래 어머니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에 그녀는 중환자실 면회시간을 넘길 때면 몰래 숨어 있었다. 그러다 들키면 조금만 더 있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 역시 어느 순간부터는 어머니의 마지막을 예감했다.
“엄마랑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고 싶어 김밥을 사와서 먹곤 했는데, 그걸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준비 없는 이별’이라는 노래처럼 정말 하루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했어요. 사람과 사람의 헤어짐이 그렇게 준비가 없더라고요.”
그녀의 어머니는 2005년 어버이날 이틀 후 세상을 떠났다. 그때까지 어머니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던 그녀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다. 그후 다시 마음을 고쳐먹기까지 그녀는 어머니가 생전에 키우던 열세 마리의 강아지들과 함께 지내면서 술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죽음만을 생각하던 나날이었다.
“매일 술을 마시면서 잠이 들고, 또 잠을 못 자면 다시 술을 마셨어요. 어두운 생활의 반복이었죠. 그러다 문득 다시 한 번 세상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을 생각했을 때 그게 어쩌면 또 다른 시작인 것 같아요. 요즘은 방송을 해도 너무 재미있어요. 방송에 나가고부터는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전에는 제 상황을 모르던 분들이 가끔 결혼생활에 대해 물어오면 상처가 됐거든요.”
방송을 계기로 그녀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찾고 있다. 한 번의 상처가 있었지만, 언젠가는 여자로서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감도 갖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어머니의 뜻이라고 말하는 그녀. 비록 세상을 떠난 어머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살아 있는 듯했다.
“엄마가 저한테 마지막으로 조금 더 해보라고, 생각지 못했던 일들을 벌이시는 것 같아요. 생전에 제가 방송에 나가는 걸 그렇게 좋아하셨거든요. 개그우먼 출신이지만 한때는 드라마 출연도 했어요. 지금도 영화라든지 드라마에서 제가 맡을 역할이 분명히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이제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남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 저 자신한테도 얼마나 많은 것을 주는지 새삼 깨달았어요.”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은 ‘I have a dream’. 오랜 고통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새로운 꿈을 꾸는 그녀의 앞날에 밝은 빛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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