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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유정아, ‘세상을 향해 내 안의 창을 여는 법’을 말하다
방송인 유정아, ‘세상을 향해 내 안의 창을 여는 법’을 말하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8.20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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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대로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지금은 누구나 ‘말’에 관한 전문가로 꼽는 유정아도 “말에 대해 가르치기 전까지는 나도 말을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말하기를 직업으로 삼고, 말하기를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고 생각해보기 전까지는 저도 그다지 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입이 쉽게 열리지 않았고, 조잘조잘 명랑하게 떠드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죠. 말을 하려 하면 떨려서 삼키는 말이 더 많았고 사람이 꼭 말로 자신을 표현해야 하나, 라는 생각도 했어요. 누군가에게 말을 하기보다는 혼자서 글을 쓰는 편을 좋아하는 아이였죠.”

‘말하기’는 내 안의 것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
그녀는 “만약 말하기를 직업으로 삼거나, 말에 대해 가르치지 않아 말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면 나만의 세계에 빠져 세상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직업을 통해 말문을 트고 난 후 홀로 해낼 수 있는 것보다 더불어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 기쁨도 깨달았다는 설명이다.
“말에 대해 배우는 것은 자신의 바깥에 있는 것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에요.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말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지, 말은 어떤 소리와 언어에 실어 내보내야 하는지… 자신에게 적합한 말하기 방식을 갖춰가는 것이죠.”
그녀가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다.
“말을 하다 보면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돼요. 그동안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인데 말을 하다 보면 그게 아님을 깨닫게 되죠.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말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고요.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말할 내용을 갖추지 못했거나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말을 함으로써 자신을 성찰하고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거죠.”

누구나 ‘말하기 불안’을 안고 있다
“말할 때 불안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겪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에요. 하지만 불안을 느끼게 하는 요소를 통제함으로써 좀 더 활기차게 말을 하도록 해줄 수는 있죠.”
말을 할 때에도 유난히 민감하게 불안을 느끼는 상황은 사람마다 다르다. 일대일 대화에서 불안이 큰 사람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말하는 것이 힘든 사람도 있다. 소규모의 인원이 모인 자리에서 말하기가 두려운 사람도 있다.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다 보면 자신의 불안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깨닫게 된다.
“학기 초에 서로의 말하기 불안을 토로하게 하면, 학생들은 자신을 분석하고 이해할 뿐만 아니라 남들도 모두 불안해하고 어려워한다는 깨달음을 얻으면서 편안해지더군요.”
그녀는 말하기 불안을 겪는 사람이라면 청중을 비판자가 아니라 수용자로 여기는 훈련을 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내가 어떻게 비칠까’보다 ‘내가 진심으로 좋은 것을 말하고 있는가’를 고민하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분류하다 보면 결국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잘하고 싶은데 자신의 높은 기준에 다다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원인이죠.”
그녀는 긴장 완화 기술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불안에서 비롯된 몸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심호흡이나 잠시 숨을 멈추는 것도 좋다. 발표를 하기 전에는 산책 등 걷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가서 말을 해야 할 때는 눈 맞춤은 꼭 해주고, 따듯한 눈빛으로 청중을 삼분하여 골고루 바라보며 눈을 맞춘다. 나를 주목하고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과 눈을 맞추는 것도 안정에 도움이 된다.
“성공을 시각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나는 침착하게 말을 하고 자연스럽고 확신에 찬 어조로 대중과 소통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구체적인 시각화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유정아 역시 낯선 사람과의 일대일 대화라든지, 여럿이 있던 자리에서 사람들이 빠지고 난 후 남아서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긴장할 때가 종종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인터뷰는 어떤 구조화된 틀이 있는 ‘공식적인 말하기’이고, 강의나 방송도 마찬가지니까 괜찮아요. 그런데 강의를 마친 후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학생이 다가와서 말을 거는 일이라도 생기면, 말하는 방법을 전환해야 하고 또 어느 정도까지 대해야 할지 몰라서 처음에 꽤 당황했죠.”
5년의 경력을 쌓은 지금은 ‘진정으로 대하면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그녀다.

소통의 어긋남을 피하는 대화법을 익히자
부모에게 가장 어렵고도 힘든 ‘말하기’는 바로 자녀들과의 대화가 아닐까. 중학교 3학년, 1학년의 두 아들을 둔 엄마로서 유정아에게 특별한 ‘말하기’의 비법은 없는지 궁금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웃는 그녀.
“아이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남다른 소통의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아요(웃음). 부모로서 아이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제재를 하는 부분은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아이는 아이고 나는 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거든요. 잔소리를 많이 하는 엄마가 아니니까 서로 만나면 반갑고(웃음)….”
그녀는 첫째 아들이 이번 1학기에 전교 1등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며 살짝 눈물이 나더라고 털어놓았다. 엄마로서 특별히 해준 것이 없는데, 혼자 알아서 하는 아이를 보면서 조금은 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첫째가 어릴 때 말을 늦게 터서 주변 분들이 걱정을 참 많이 하셨거든요. 아이의 성적이 좋은 것은 물론 기쁘지만, 그것으로 인해 제 무언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이들도 언젠가는 날개를 달고 날아갈 텐데, 제 역할은 그전까지 다독여주는 것일 뿐이죠. 아이의 기쁨을 나누며 행복을 느끼면 되는 것이지, 아이에게만 몰입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야구 얘기부터 각종 소소한 이야기를 그녀에게 많이 하는 편이다. 방송과 강의에 지쳐서 들어왔다가, 아이들의 얘기가 길어지면 “엄마가 지금 피곤한데, 조금만 혼자 있게 해줄래”라고 먼저 부탁을 할 때도 있을 정도이다.
“무작정 ‘공부하라’라는 잔소리를 들으면 공부가 될까요? 스스로 ‘나는 어린 시절에 그 말을 듣고 공부를 하고 싶었던가’를 떠올려보면 답을 쉽게 알 수 있죠(웃음). 공부가 아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자식이 공부하는 일이 부모에게 왜 눈물겨운 사연이 되는지를 부모와 자식이 공유해야 해요. 그래야 ‘공부해라’는 말이 아이에게 전달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이죠. 말이란 주삿바늘을 통해 온몸에 퍼지는 약물처럼 주입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듣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에야 듣게 되는 것이죠. 말을 하는 사람은 ‘무조건 머릿속에 넣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을 이끌어내려는 자세가 필요해요.”
학생과 교사 혹은 아이와 부모 같은 불평등한 관계의 대화에서는 윗사람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말을 독점하거나 가로막지 말고, 말할 기회를 주고 귀를 기울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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