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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지 첫 프라이버시 인터뷰 KBS ‘9시뉴스’ 아나운서 조수빈
여성지 첫 프라이버시 인터뷰 KBS ‘9시뉴스’ 아나운서 조수빈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9.03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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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면 TV에서 보던 모습이랑 조금 다르다고 해요.
요즘 최대의 관심사는 결혼이에요(웃음)”

정답과도 같은 아나운서 이미지를 슬며시 깨주었다. 똑 부러진 말투 속에 여대생 같은 은은한 소탈함이 묻어 나왔다. 벌써 서른을 향해간다며 투덜대지만 예쁘게 한해 한해를 그려가는 모습이다. 
“꽃꽂이를 좋아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잘 못하는 게 아쉬워요. 일주일에 두 세 번씩 한의원에 가는 게 요즘 저의 중요한 일상이에요(웃음). 9시 앵커를 맡으면서 심적 부담이 컸는지 몸이 좀 안 좋아졌거든요. 그래서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다행히 결과는 괜찮더라고요. 제가 국민건강보험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데 건강이 안 좋으면 안 되잖아요. 열심히 챙기고 있어요.”
그녀는 현재 KBS ‘뉴스9’, ‘한밤의 문화산책’, 2FM ‘조수빈의 상쾌한 아침’을 진행 중이다. 라디오를 녹음할 때는 오후에 출근하지만 생방송이 있을 때는 새벽부터 나와 신문을 챙기고 틈틈이 뉴스를 모니터한다. 지난해 겨울, ‘9시 뉴스’ 메인 앵커가 된 후부터는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앵커 멘트를 작성할 때도 사람들에게 끼칠 영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만큼 책임감이 커졌다.

‘9시뉴스’ 앵커 발탁, 특별한 설렘의 기억
“어떤 분들은 ‘앵커 멘트가 너무 조심스럽지 않나’ 하는 이야기를 하세요. 색깔이 분명하지 않다고도 하시고, 촌철살인 멘트를 기대하시는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는 저도 그게 좋다고 생각했고 제가 생각한 앵커상도 그랬는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져요. 수많은 방송 사고를 겪으면서 지금 나빠 보이는 게 사실 나중에 알고 보면 좋은 것들이 있더라고요. 멘트 하나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는 문제라서 신중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 앵커 멘트, 그녀는 될수록 말을 아끼려고 한다. 문장도 웬만하면 두 문장을 넘기지 않는다. 방송국 입사 초기에는 센세이션도 일으키는 멋진 아나운서를 꿈꿨지만, 지금의 생각은 다르다. 잠깐 이슈가 될지는 모르지만 앵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무엇보다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9시뉴스’ 메인 앵커는 그녀가 어릴 적부터 꿈꿔 왔던 자리. KBS는 보통 6년차 아나운서부터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데, 지난해부터 자격요건이 달라져 4년차였던 그녀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오디션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뻤어요.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온 거죠. 어릴 때는 막연하게 뉴스 앵커를 꿈꿔왔는데 방송국에 입사하고 보니 쉽게 얻어지는 열매가 아니더라고요. 잘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한참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디션 자체로도 감지덕지라는 생각이 들어 상당히 흥분했었죠(웃음).”
오디션 하루 앞둔 그 날의 설렘을 잊지 못한다. 코디네이터가 구해준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화면에 잘 받는 의상을 구하기 위해 밤 10시에 협찬처에 가서 직접 옷을 가져왔다. 그녀는 마치 결혼할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옷을 찾고 30분 동안 운전을 하면서 집에 오는데, 28년 인생동안 이 순간만을 기다린 것 같았어요. 이 순간을 위해 고등학교 때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괜히 눈물도 났어요. 그때는 뭐랄까, 느낌이 달랐어요. 만약에 떨어져도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다행히 떨지 않고 더듬거리는 실수도 없이 오디션을 치렀다. 사내 공개 오디션이었는데 선배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한다. 웬만한 아나운서는 모두 참여했던 오디션. 그중 나이가 가장 어렸던 그녀는 ‘9시뉴스 앵커’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맡고 있던 ‘뉴스타임’이 폐지됐던 터라, ‘뉴스 하나만 맡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평소에 ‘뉴스를 뉴스같지 않게 한다’는 평가도 받고 해서 정말 기대를 못 했어요. 오디션 기회를 준 게 어디냐, 하는 심정이었거든요. 그런데 ‘9시뉴스’ 앵커라니…. 많이 놀랐어요(웃음).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4년차 아나운서의 ‘9시뉴스’ 앵커 데뷔. 그녀도 주변 사람들도 많이 놀랐다. 하지만 쉽게 얻어진 자리는 아니었다. 아나운서 시험을 단 번에 합격한 그녀이지만 뉴스앵커를 맡기까지 4년의 시간은 고되고 힘든 과정이었다.
“비교적 일찍 ‘9시뉴스’ 앵커가 돼서 많은 분들이 신데렐라 같은 존재로 알지만, 동기들이 다 자기 프로그램 하나씩 가지고 출발했을 때, 저는 리포터부터 시작했어요. 메인도 라디오로 시작했고 입사 초기에 시사프로그램을 맡게 돼서 버거운 심정이었어요. 2년 동안 저를 메인으로 써준 사람이 없었어요. 방송을 못 하면 자괴감에도 빠지고 2년 정도 회사 생활이 정말 우울하고 힘들었어요.”
그 때마다 대학시절의 열정을 떠올렸다. 잡지사와 일간지에서 인턴 경험을 했던 터라 그녀는 초심을 잃지 않는 법을 알았다. 비록 작은 업무가 주어져도 그것에 최선을 다했을 때, 언젠가는 자신이 꿈꾸는 자리가 올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았다.

엄친딸 이미지의 아나운서, 실제 성격은 ‘털털’
서울대학교 출신, 미스월드유니버시티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이력은 그녀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타이틀이다. ‘엄친딸’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엄마 친구 딸’이기보다는 옆집 언니 같은 느낌이다. 꼼꼼히 따져보면 ‘자랑’으로 들릴 만한 이야기도 그녀의 입에서 나오니 그냥 고개가 끄덕여진다. ‘9시뉴스’ 스튜디오의 경직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실제로 조수빈은 팬들에게 ‘봄순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봄에 태어나기도 했고 이메일 아이디가 봄순이라서 그냥 그렇게 불려요. 어릴 때 별명은 ‘폭탄’이었어요. 남들이 안 하는 실수만 한다고 해서요. 4차원이라는 말도 듣고 그랬어요(웃음).”
그녀는 자신이 어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차가운 인상으로 바라보고, 또 다른 이들은 TV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고 한다.
“화면에서는 통통하게 봤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키도 작고 오목조목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키도 크고 덩치도 좀 있고 서구적인 느낌이래요. 가끔 TV 속 이미지만 상상하시고 연락을 해오는 분들이 계시는데, 실제로 보면 실망하실 것도 같아요.”
하지만 그녀의 엄마조차 ‘조수빈은 엄친딸’이라고 인정을 한단다. 왠지 할 말이 없어지는 느낌인데, 그녀의 매력적인 푼수끼가 발동하니 조금도 얄밉지가 않다.
“어떻게 하다 보니 ‘엄친딸’ 같은 코스를 밟아왔지만 저도 열등감이 많아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치가 높으니까 부담감도 많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나이가 들다 보니 성격이 둥글둥글해지는 것 같아요. 워낙 호불호가 뚜렷하고 확실한 성격이라 독설가스러운 면도 많았거든요(웃음).”
방송을 하면 할수록 많은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도 일도 환경도 그렇다. 그녀는 “솔직함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당시에는 바른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일 때가 있더라고요. 앵커가 되면서부터 말이나 행동이 확실히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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