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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외국인 최초 공직,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귀화 외국인 최초 공직,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9.21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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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만 있으려다가 한국에 반해 31년을 산 남자,
참된 한국인으로 살기 위해 이름도 이참으로 바꿔”

한 통계에 따르면 2008년 5월을 기준으로 국제결혼 이주자는 14만5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특히 농촌지역으로 갈수록 높은 비율을 보인다. 게다가 우리나라 출산율은 날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것이 현실. 어떤 학자는 우리나라가 이미 다민족 국가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제는 국제결혼을 통해 생성된 다문화 가정이 이미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비해 귀화인과 다문화 가정 출신의 공직 진출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관광공사 신임 사장으로 부임한 이참 사장의 사례는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점차 다민족화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외국 출신의 귀화 한국인을 공공기관 수장으로 임명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다문화 정책을 국제적으로 홍보하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 효과는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적지 않은 수의 외국계 귀화 한국인과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그들 역시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참 사장은 지난 1978년 처음 우리나라를 찾은 이후 한국인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1986년 귀화를 선택했다. 한국 땅에서 살아온 기간만을 따지면 무려 31년. 강산이 세 번은 족히 변한 세월이다. 한창 격동의 시대에 한국 땅을 찾은 탓에 그는 지난 세월 동안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에 이르는 전 분야의 변화를 직접 경험했다. 한국 국민으로 살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현재 이명박 대통령까지 여섯 명의 대통령을 겪었고 그중 참여정부 시절부터는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제는 청국장이나, 김치, 냉면과 같은 우리나라 음식의 미묘한 차이까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토종 한국인이 되어버린 그다. 우리나라 관광정책에 획기적인 제안과 함께 해외 각지에 자신이 발견한 한국의 매력을 홍보하는 역할을 맡게 된 그는 지금 어떤 다짐을 하고 있을까.
정부 고위직에 오른 외국인 출신 1호로 책임감 느껴
“참된 한국인으로 살기 위해 이름도 이한우에서 이참으로 바꿨습니다. 참(參)이라고 지은 것은 한국 사람으로서 참여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한국을 위해 제 남은 인생을 봉사하겠다는 마음에서 나라에 보탬이 되는 어떤 공직이라도 맡고 싶었어요. 귀화한 제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됐다는 사실에 감동받았습니다. 좋은 전통을 세워야겠다는 각오가 생기네요.”
지난 7월 30일 독일 출신으로 귀화해 31년 동안 한국인으로 살아온 이참이 3년 임기의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정식 취임했다. 취임 소감을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1954년 독일에서 태어나 베른하르트 크반트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그는 지난 1986년 젊은 시절에 귀화해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된 자신이 제2의 조국에서 중책을 맡았다는 사실에 감격이 복받치는 듯했다. 그간 방송인과 사업가로 한국 사회에 이름을 알려온 그는 이제 ‘귀화한 외국계 한국인 중 첫 번째 공기업 수장’이라는 또 하나의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이참 스스로도 ‘일대 사건’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번 관광공사 사장 임명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귀화를 했다고 하지만, 외국에서 온 푸른 눈의 인물이 공기업 사장이 됐다는 사실은 큰 뉴스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아직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향후 말 한마디부터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관심의 대상이 되는 부담감도 없지 않을 터. 그러나 그러한 관심까지도 ‘기회’로 느낀다는 것이 그의 마음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과 달리, 출신을 떠나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는 지적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에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행정 경험이 있어서 대통령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조직 구성원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조정과 소통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직 내부적으로는 더 날렵해지고 경쟁력 있게 만들 계획입니다. 그에 필요한 것이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능력이에요. 관광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국제 사회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저는 그동안 기업 자문 등의 일을 하면서 여러 조직의 장점과 단점을 많이 봐왔습니다. 그로 인한 아이디어도 많습니다. 특히 외국인 출신으로 한국의 공기업 사장이 됐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외국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가 오랜 세월 한국인으로 살아오면서 느낀 한국 관광의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참은 각각의 개별 관광지에 걸맞은 스토리텔링의 부재를 우선으로 꼽았다.
“우리나라는 보유하고 있는 관광자원의 가치를 잘 모르고 있어요. 관광 선진국의 경우 각 관광지마다 특징적인 스토리텔링이 잘 구축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 부분이 부족합니다. 훌륭한 역사적 문화자원을 충분히 인식하고 스토리텔링을 개발할 필요가 있어요. 관광 인프라 구축이나 새로운 코스 개발 같은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스토리텔링 구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참 사장은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한국어를 비롯해 독일어와 영어는 물론 이탈리아어 등 무려 7개 국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우리나라와 인접하고 관광 수요도 많은 이웃 일본과 중국의 말까지 공부 중이다. 우리의 문화를 다른 나라에 소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덕목인 셈이다. 또한 그는 최근까지 KTV를 통해 관광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더구나 지난 5월부터 한식세계화추진단의 일원으로 일해왔다는 것은 그의 가장 큰 자신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외국 출신으로서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우에 불과하다. 이참은 손수 장만한 고춧가루를 늘 가지고 다니며 피자에 뿌려먹는 것을 즐기고,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호식품인 라면을 좋아하는, 여느 한국인과 다를 바 없는 입맛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완벽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대중적인 인기
1994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딸 부잣집’에서 그는 한국인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독일인 칼 도마 역할을 맡으며 자신의 존재를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그후 큰 인기를 얻은 그는 한류 드라마인 ‘천국의 계단’과 정치 드라마 ‘제5공화국’ 등과 같은 인기드라마에 등장하며 명실공히 연기자로서 활동을 이어왔다. 오랜 세월 한국에서 살아오며 그 스스로 한국인이 되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것.
그러한 행보는 방송 활동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이후 독일상공회의소 이사, KTF 사외이사, 기아자동차 고문을 역임하며 경제 분야에서도 나름의 전문성을 쌓았다. 그로 인해 얻은 대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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