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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 종양으로 좌절, 자살 시도까지 배우 박재훈
전립선 종양으로 좌절, 자살 시도까지 배우 박재훈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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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유리판 위를 걷는 느낌,
힘들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남편이 애처로워"


오래전 최고의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서 박재훈은 유난히 두드러져 보이는 배우였다. 깊은 눈매가 인상적인 이국적 외모와 큰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독특한 카리스마로 그는 단번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방송에 출연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또다시 커지고 있다. 어느덧 삼십 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예전과는 또 다른 매력이 돋보이는 그. 더욱이 함께 출연한 아내는 그런 그에 못지않은 매력을 선보이며 그야말로 부창부수라는 말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 그의 지난 인생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집안 형편이 기울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 한때 그에게 배우라는 이름은 오히려 걸림돌이 될 뿐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이미 얼굴이 알려진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비하면 차라리 감당하기 쉬웠을 정도. 그러나 인생의 밑바닥에서 쓰디쓴 시간을 보내면서도 연기를 향한 그의 열정은 매번 포기를 결심하는 순간 다시 고개를 내밀곤 했다. 단순히 인기 연예인이 아닌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은 간간이 그를 무대로 이끌었다.
그렇게 힘든 삶 속에서도 그는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 오르며 내공을 다져나갔다. 그러나 끝난 줄만 알았던 불운은 또다시 좌절을 안기며 등장했다. 그 불운 앞에서 절망하며 어느 순간 자살까지 결심했던 그. 하지만 그런 그를 붙잡아준 사람 역시 아내였다. 남편이 살아온 시간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내는 ‘남편의 기를 살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힘든 시련을 겪어내고 다시 유쾌한 웃음을 머금고 있는 부부의 사랑은 더없이 견고해 보였다.

솔직한 고백, 방송 출연 후 달라진 것들
‘남다른 카리스마의 터프가이’. 여느 사람들이 생각하는 박재훈의 이미지는 직접 대면한 지 단 몇 분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 ‘마지막 승부’로 인해 뜻하지 않게 ‘터프가이’가 됐다며 웃음 짓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유쾌함이었기 때문. 아내와 함께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의 모습은 언뜻 ‘시트콤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였다.
“마지막 승부 이후에 출연 제의를 받은 작품은 죄다 스포츠와 관련된 것이었어요. 제가 사실 스포츠를 그렇게 잘하지 못하거든요. 어느 순간에 터프가이로 불리기 시작했는데, 사실 저 정말 터프하지 않아요(웃음). 저는 그런 이미지가 정말 싫었어요. 부잣집 아들, 운동선수, 대부분 이런 역할만 제의하시더라고요.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은 시트콤처럼 재미있거나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이에요.”
얼마 전 아내 박혜영 씨와 함께 출연한 ‘스타 부부쇼 자기야’는 그런 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전직 국가대표 레슬링선수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아내와 함께 살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그러나 한참 신나게 이야기하던 도중 아내가 보인 눈물은 한편으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영화를 볼 때면 배우의 연기를 따라하는 남편을 지켜보며 느꼈던 안타까움과 애틋함을 털어놓은 아내. 방송 이후 부부의 마음속에는 전보다 더 큰 이해와 사랑이 깃들게 됐다. 아내는 그런 기회를 얻게 된 것이 너무 좋았다며 미소짓는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우리 부부 사이에 변화가 많았던 것 같아요.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남편이지만, 오히려 저는 속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거든요. 우연치 않은 기회에 방송에서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느낌이에요. 방송을 본 사람들이 안 싸웠냐고 묻기도 하는데, 사실 저희는 너무 안 싸워서 문제였거든요. 평소 저는 가급적 남편 말에 반대 같은 것은 안 하는데, 그날 방송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남편도 놀랐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사실 아내는 어떤 식으로든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남편에게 좋을 거라는 생각에 동반 출연을 결심했다. 박재훈은 그런 아내의 마음을 알기에 한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게다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내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그 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저도 저지만, 아내도 처음 방송에 나와 굉장히 잘했어요. 아내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미안하죠. 사실 그동안 제가 잘한 게 없거든요. 아내는 주얼리숍을 운영하면서 지금도 밤  늦게까지 일을 해요. 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죠.”

희망을 생각할 수 없던 시간들, 죽음을 떠올리기도 해
인생에 그늘이 드리워진 것은 10여 년 전 아버지의 사업 실패 직후였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남달랐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고정된 수입이 없는 배우라는 신분은 그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피하고 싶은 굴레가 됐다. 눈물을 머금으며 기약 없이 연기 활동을 접은 그는 막막한 상황에서 대리운전 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그런 그의 지난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내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남편을 애처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저와 만난 당시에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곤 했죠. 그렇게 일을 해서 모은 돈으로 부모님이 사실 집까지 마련했어요. 정작 자기 자신은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죠. 그 마음의 짐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어요. 결혼을 결심한 것도 이런 사람이라면 평생을 믿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런 아내의 말에 짐짓 굳어지는 분위기를 떨쳐버리려는 듯, 박재훈은 ‘누구나 다 힘든 시간은 있게 마련’이라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지난 시간이 특별한 경우로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 찾아온 뜻밖의 불행은 그런 그에게도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전립선에 종양이 생겼기 때문. 무려 10kg 이상 몸무게가 빠지면서 식사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피폐해졌고 자살까지 생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매일 울었어요. 겁도 났지만 단지 종양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왜 나에게 이런 힘든 일만 이어지나 하는 생각에 수술을 받기도 전부터 좌절했죠.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자살이더군요. 화장실에서 수건으로 목을 맸죠. 하지만 수건을 묶은 걸이가 부러지면서 실패했어요.”
남편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아내는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듯 굳은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짧은 연애기간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확신을 심어주었던 남편. 남편이 목을 맬 결심을 하기까지 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아내인 자신과 이제 갓 두 돌 된 아들을 두고 죽을 생각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몇 시간을 화장실에 들어가서 안 나오더라고요. 나중에 목을 맸다는 것을 알고는 슬프다기보다 화가 났어요. 다정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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