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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청소년 위한 복지재단 설립/ 피아니스트 서혜경의 베푸는 삶
어려운 청소년 위한 복지재단 설립/ 피아니스트 서혜경의 베푸는 삶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11.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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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덤으로 살아가는 인생,

이제는 나눔으로

함께하고 싶다"

지난 9월 25일 서혜경은 특별한 자리를 열었다. ‘서혜경 예술복지재단’ 출범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선물했다. 뜻깊은 자리를 함께한 이들은 서혜경의 감동적인 음악인생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이다. 그이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중 유방암 판정을 받고 투병의 고통을 겪을 때도 묵묵히 응원해주었고, 지난해 1월 신년음악회를 통해 재기의 문을 열었을 때도 가장 먼저 기뻐해주었다.

‘서혜경 예술복지재단’은 그이의 절친한 친구인 김향래 교수를 비롯해 양옥경 이화여대 교수, 배철현 서울대학교 교수, 정강찬 부장판사, 박동선 회장, 김기동 변호사 등이 주축으로 구성되었다. 서혜경의 주치의였던 서울대학교 유방외과 노동영 박사, 유재건 국회의원, 조원일 대사가 축사로 재단의 출범을 축하했다. ‘서혜경 예술복지재단’은 예술적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예술·복지 증진 및 후진 양성 활동을 펼칠 뿐만 아니라, 병상에서 마지막 잎새 위에 의지하고 있는 환우들의 친구로, 이들의 쾌유를 비는 연주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제2의 서혜경을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한다.

재단 창립에 큰 역할을 한 박동선 회장은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이미 많은 음악인들과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며 “예술문화를 위한 지원과 함께 병고를 겪으면서 소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음악이 주는 치유의 힘을 선물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이 생겼다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선율이 청중들의 귓가에 맴돌았다.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비롯해 브람스의 자장가, 슈만의 헌정 등이 울려퍼졌고, 서혜경은 마음을 담은 따뜻한 연주를 선사했다.

“사람은 어려움을 겪고 난 후에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간과 여유가 허락하는 한 후학과 사회를 위해서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베풀고 싶어요. 아픈 여성뿐 아니라 불우한 아이들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해요.”

서혜경은 유방암 발병에서 치료까지 근 1년 동안 피아노를 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져야만 했다. 다시 건반 위에 열 손가락을 올려놓을 수 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첫 연주회로 청중을 만났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음악은 제 인생을 대변하는 것이니 당연히 극복해야 했지만,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격이었어요. 게다가 제 음악을 듣고 열광과 환호를 보내주는 청중들의 마음을 받으니 그 사랑을 꼭 되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이는 한국유방건강재단, 경희의료센터 홍보대사, 홀리네임코리안메디컬센터의 ‘유방암 바로 알리기’ 캠페인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음악이 필요한 곳, 사랑이 필요한 곳에는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보다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예술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서혜경의 열정과 사랑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 제2, 제3의 서혜경을 발굴하고자 하는 의미로 그이에게 재단 창립을 권유한 것이다. ‘서혜경 예술복지재단’은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환경이 따라주지 못하는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문화혜택을 고르게 받지 못하는 지역을 찾아가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힘든 병을 치유한 제 에너지가 많은 환자들의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두 번째 생명을 얻은 이유가 남을 위해 음악적 재능을 사용하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남아메리카에서는 ‘엘 시스타메’ 운동이란 것이 있어요. 빈민가 어린이들에게 악기를 빌려주고 무료 레슨의 기회를 주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게 하는 거예요. 저도 그 운동을 진행하고 싶어요. 제가 두 아이의 엄마라서 그런지 교육의 혜택마저 못 받는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서혜경은 지난 8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한 피아노 ‘서혜경 피아노’를 상하이 임정관리위원회에 기증했다.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과정에서 현지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었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음악의 꿈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동안 청중의 박수를 먹고살았으니 이제는 되돌려줘야 하는 차례인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참 행복을 느껴요. 어느 순간부터 삶의 쉼표가 나눔의 현장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어요.”

지난 봄에는 뉴저지의 홀리네임종합병원이 ‘서혜경 예술복지재단’에 1만 달러의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홀리네임병원은 유방암을 극복하고 활발한 자선활동을 펼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서혜경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후원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삶을 연주하는 행복한 요즘

“암수술을 하고 난 후로는 확실히 마음이 많이 바뀌었어요. 주변을 되돌아보는 여유가 생겼고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고 있어요. 예술가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아집이나 고집 같은 것이 한결 줄어들었고,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몸소 체험했어요. 가족도 제 변화를 말해주고 있고요.”

젊은 시절 날카롭고 패기에 찬 모습이었다면, 40대 후반을 넘어선 지금은 부드럽고 깊이 있는 모습이 그이의 얼굴에 드러나고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연주를 하고자 한다.

“재단을 만들면서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요. 음악적 동지이자 제 삶의 든든한 후원자가 이렇게 많았나 싶어,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베풀 차례인 거죠.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것이 이제 제 숙제라고 생각해요.”

서혜경은 “뜨거운 갈채를 좇기보다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는 연주에 마음을 담겠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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