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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s Atelier/디자이너 박윤수의 작업실 공간은 나를 담아내는 스케치북이다
Designer's Atelier/디자이너 박윤수의 작업실 공간은 나를 담아내는 스케치북이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12.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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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는 일도 하지만 음악과 책, 영화, 휴식 등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도 있어야 해요. 아무리 사소한 것도 절대 놓칠 수 없죠. 디자이너는 작고 독특한 단추 하나를 보고도 영감을 얻으니까요


디자이너의 공간에는
시그니쳐가 묻어나야 한다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의 회장, 데뷔 29주년 등 연륜 넘치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디자이너 박윤수는 현재의 국내 패션계를 이끌어가는 ‘아버지’ 중 한 사람이다. 서울컬렉션 작업은 물론 양궁국가대표팀, 인천공항 등 유니폼 디자인과 컴패션 패션쇼, 덕혼 와인 레이블 디자인 등 각종 콜라보레이션 작업으로 여유 있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도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공간’, 또는 인테리어는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확장된 영역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또 하나의 도구이자 놀이터이다.
그의 작업실이 있는 건물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1천여 평으로 매장과 쇼룸, 공장, 작업실, 휴식 공간 등 그의 삶과 일에 필요한 많은 것들이 집약된 곳이다. 어떤 예술가라 할지라도 이렇게 복합적인 자신만의 공간을 갖기는 쉽지 않은 일인지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품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 채워 넣었다. 지은 지 19년이 된 건물을 조금씩 리뉴얼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변화시켜왔지만 통유리와 그레이 벽면으로 모던함을 주는 외관만은 처음 모습 그대로라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4층의 작업실은 모던한 블랙 글라스 월과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그가 아프리카에서 직접 구입한 가구와 소품들을 들여놓았다. “디자이너의 공간은 너무 상업적이거나 유행을 쫓기보다 디자이너만의 감각과 색깔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해요”라는 그의 말이 눈앞에서 확인된다. 차가움과 안정성, 이 세상에서 가장 정숙하면서도 동시에 섹시함을 갖춘 블랙은 박윤수라는 디자이너를 표현하기에 정말이지 잘 들어맞는 컬러가 아닌가. 공간 곳곳에서 그의 크리에이티브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예술가가 지닌 소품이란
영감의 원천이다

그가 아이디어를 얻는 통로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쇼핑으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공연과 여행도 빼놓지 않고 즐긴다. 영화와 다큐를 좋아해 작업실 한쪽에 홈 씨어터를 설치하여 지인들과 함께 미공개 영화와 영상 상영회를 갖기도 한다고. 또 다른 작업실 한쪽 벽면에는 커다란 책장에 각종 외국 서적과 잡지, 일반 서적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커다란 액자, 카펫을 비롯하여 작고 아기자기한 오브제까지 참으로 많은 소품이 곳곳에 놓여있다. 고심 끝에 구입하고 배치한 소품들 또한 다양한 발상을 가능케 하는 근원이다. 값어치에 상관없이 모든 소품을 소중히 여겨 가장 아끼는 것을 하나만 꼽을 수 없을 정도란다.

 ‘한국적인 것의 현대화’라는 숙제를 남겨 놓다

이신우, 진태옥 같은 디자이너의 쇼윈도를 바라보며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던 박윤수는 부띠끄 출신 디자이너로서는 막내이자 이제는 정욱준, 정구호와 같은 디자이너들을 이끄는 선배로 브리지 위치에 있다. 이러한 위치가 그에게는 큰 자극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책임감을 일깨우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높은 분들 중에는 해외 디자이너의 명품 브랜드 옷이 아닌 ‘우리 옷’을 입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꼭 한복이 아니라 한국의 철학과 요소가 담긴 옷을 말하는 거죠. 일본엔 꼼데가르송이 있지만 한국엔 아직 그런 브랜드가 없잖아요. 현대의 패션 형식, 그 중심에 한국 디자이너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상이 심어져 있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패션 코리안리즘이죠.”
창조하는 사람은 호기심으로 다양한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을 체득하여 가슴에 새기는 것이 중요함을 잘 아는 그. 박윤수는 순수 국내파 출신 디자이너로 외국에서 못 다한 공부를 하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아직 못 이룬 꿈이 많다는 것을 잘 알기에 오늘도 끊임없이 연구한다. 대신 대견하게 자라준 두 딸들이 그의 아쉬움을 채워주고 있다고. “저는 패션이나 디자인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는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하고, 기회가 주어지는 한 외국에도 많이 다녀보라고 권합니다. 유명한 브랜드의 옷이나 소품들도 꼭 직접 입어보고 들어보라고 하죠. 그래야만 그것들을 뛰어넘는 창조물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한국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 그가 할 작업의 정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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