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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백8일간의 운명적 사랑’ 책으로 펴낸 김영균 씨의 감동 순애보
‘6백8일간의 운명적 사랑’ 책으로 펴낸 김영균 씨의 감동 순애보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1.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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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이는 평생 내가 기다려온 사람…
그녀와 함께한 모든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기자에게 책을 건네주던 그가 갑자기 한 페이지를 펼쳐 보이며 “어때요?”라고 묻는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올렸던 결혼식 기념사진이다. 평소보다 살짝 여위긴 했지만, 흰 원피스에 붉은 장미부케를 들고 남편에게 살포시 기댄 장진영의 모습은 눈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세상을 떠나기 불과 한 달 전에 올린 결혼식이지만, 환히 미소짓고 있는 얼굴에서는 병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안타깝다”고 대답하자 그는 “참 예쁘죠?”라고 미소를 지으며 오래도록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흐려지는 기억 속에 남겨둘 수 없었다
“진영이와 함께했던 시간을 이렇게 책으로 남길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제목대로 진영이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는 아내 장진영을 떠나보낸 후 지난 10월부터 꼬박 석 달 동안 책 집필에 몰두했다. ‘만일 글이라도 쓰지 않았다면 그 시간을 대체 어떻게 버텨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쓰자고 결심한 건 한 언론에 제가 책을 쓰고 있다는 보도가 나면서부터예요. 그때는 전혀 그런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기사를 보면서 ‘그래, 이 기억들을 책으로 영원히 남길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은 진영이와의 추억이 선명하지만 저도 사람이니 언젠가는 그 기억이 흐릿해지겠죠. 진영이와의 추억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는 안타까운 얼굴로 “진영이가 보내주었던 문자메시지가 벌써 많이 지워져버렸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의 메시지를 삭제해가면서 그녀의 메시지는 늘 1백 개를 보관해두곤 했는데 정작 문자메시지를 영구 저장하는 방법은 몰랐다고. 장진영이 세상을 떠나던 날, 경황이 없어 휴대전화를 챙기지 못했더니 지인들로부터 쏟아진 문자에 밀려 그녀의 메시지 중 40개가 지워졌다. “이제는 문자메시지 60개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녀와의 기억은 무엇 하나 사라지지 않게끔 매어두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한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매 순간이 그에게는 아픔이었다. 그녀의 목소리, 표정, 그녀가 했던 말들… 아직도 생생한,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들을 더듬다 보면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글을 쓰며, 교정을 보기 위해 원고를 읽으며, 마침내 완성된 책을 읽으며… 그는 그때마다 눈물이 흐른다고 고백했다. “눈물도 많고 아내처럼 세심하게 챙겨주는 나를 보며 진영이가 붙여준 별명이 ‘울보부인’이었다”라며 그는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이대로 깨어나지 않아도 좋을 만큼 행복했다
김영균 씨가 배우 장진영을 처음 만난 날은 2008년 1월 23일. 사업에 전념하느라 제대로 연애할 시간조차 없던 그가 사업을 안정궤도에 올려놓고 있을 무렵이었다. 마흔을 넘기고 허전함을 느끼고 있을 때, 한 지인이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영화배우 장진영과 소개팅을 주선하겠다는 것이었다.
“저 역시 다른 수많은 남자들처럼 진영이의 팬이었죠.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청연’을 보면서 너무나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내 삶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소개팅이라니, 설레기도 하고 얼떨떨했어요. 소개팅을 주선해준 동생이 ‘오빠가 뭐 어때서!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나가!’라고 얘기해주던 것이 엊그제 같네요.” 
그는 간 크게도(?) 장진영과의 첫 만남에 무려 45분이나 지각을 했다. 교통체증 탓에 천하의 여배우를 하염없이 기다리게 만드는 상황에 처하자 속은 바짝 타들어갔다.
“원래 진영이는 자존심이 강해서 나온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에 일이 있다’ 하고 한 시간 만에 일어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날은 절 45분간 기다려줬고, 저와 함께 세 시간을 보냈어요. 첫날부터 제가 마음에 들었던 거겠죠(웃음)?”
크고 맑은 눈, 싱그러운 미소,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태도까지… 그는 첫 만남부터 장진영이 ‘내 여자’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나 여배우와 인연을 만드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장진영에게 밀고 당기기 따위는 일찌감치 포기한 그는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모든 것을 올인했다. 사랑에 조심스러웠던 그녀의 마음을 열기 위해 수영도 못하던 그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고, 기꺼이 그녀의 아침을 챙겨주는 요리사가 되었다. 한결같은 그의 정성에 마침내 그녀도 마음을 열었다.
“이 책이 마지막 선물이라면 첫 번째 선물은 한 달 되었을 때 해준 목걸이였죠. 한 달이라는 시간은 두 사람이 진지하게 만나게 되었다는 뜻이었기에 의미가 컸어요. 그러고 보니 선물은 진영이가 저보다 먼저 해줬네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 내놓아라’는 제 성화에 못 이겨 초콜릿과 만년필을 선물해줬죠(웃음).”
톱스타와의 사랑은 쉽지 않았다.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도록 늘 조심스럽게 만나야 했고, 그녀에게 집착하는 스토커의 협박 문자에 장진영 몰래 밤새 그녀의 집을 지킨 적도 있었다.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장진영은 일이 없을 때는 집 밖을 나서지 않을 만큼 자신을 가둬둔 채 살았다. 한밤중에 찾아와 문을 두들겨대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오는 스토커의 집착은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당차고 씩씩해 보이는 배우 장진영의 모습 뒤에 가려진 상처 입기 두려워하는 여인의 모습을 발견한 그는 ‘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처음엔 저도 진영이가 호탕하고 털털한 여장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만나볼수록 천생 여자였죠. 애교도 많고 질투 때문에 삐치기도 하고…. 둘 다 먹는 걸 좋아하니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며 데이트를 많이 했어요. 잡지나 인터넷에서 맛집을 찾아본 후에 따로 식사할 수 있는 룸이 있는지 확인하고 가곤 했죠. 사람들이 많지 않은 한적한 영화관을 다니며 영화도 자주 봤고, 진영이네 집에서 요리를 해먹고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 적도 많았습니다.”

‘아내’라는 이름을 선물하고 싶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이렇게 가슴 터질 것 같은 행복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던 행복한 연인은 9개월 만에 청천벽력 같은 현실을 맞이해야 했다. 2008년 9월 복통을 호소하던 그녀가 건강검진 결과 위암 4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수술 후 5년 내 최고 생존율 10%. 그는 이 믿어지지 않는 진단 결과 앞에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신에게 기도했다. 그러나 그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잠깐 회복하는 듯했던 그녀의 건강은 점점 나빠졌고, 의사들은 장진영이 곧 떠나게 될 것임을 알렸다. 그는 한창 진행 중인 사업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그녀 곁을 지켜주었다. 암을 꼭 이겨내겠다고 다짐하는 장진영을 응원하며 수없이 그녀를 낫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했다.
“진영이는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아주 강한 삶의 의지를 갖고 매달렸어요. 수술도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차츰 상태가 호전되어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기도 했고요. 수술자국이 남으면 배우로서 활동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고 고집하는 진영이 때문에 싸우기도 했어요. 지금 가장 원망스러운 건 주변에서 권하는 미심쩍은 치료를 받을 때 왜 더 강력하게 막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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