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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어른, 현명한 연기자 전혜진 Spring has come to you
성숙한 어른, 현명한 연기자 전혜진 Spring has come to you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4.0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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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생활의 새로운 봄날이 시작되다
햇빛을 받고 물을 먹으며 조용하게, 쑥쑥 커나가는 창가의 어린 나무를 보는 것처럼, 아역 배우가 꾸준하게 연기 활동을 펼치며 성인 연기자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시청자로서 참으로 흐뭇한 일이다. 유독 어린 이미지를 벗지 못해 힘들어하는 여자 아역배우들이 많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일 년에 한두 편씩, 꼬박꼬박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치며 누군가의 딸, 동생의 역할이 아닌 온전한 성인으로서의 연기를 보여준 전혜진의 경우는 더욱 반갑다. 더구나 막장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치명적인 배신이나 불륜 없이도 시청률과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SBS 주말드라마 '그대웃어요'는 그녀에게나 시청자들에게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훈훈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또래가 아닌 선배님들과 연기를 한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최불암 선배님이나 강석우 선배님 같은 어른들과 함께했던 '그대웃어요'도 저한테는 참 편안했어요. 드라마 자체가 가족적이라 분위기가 참 좋았거든요. 제가 애교가 많은 성격이 아닌데도 다들 무척 예뻐해 주셨고 연기 지도도 참 많이 해주셨어요. 촬영 당일에 대본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NG 한 번 없이 연기하시는 선배님들 모습을 보며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인복이 많다'는 것은 전혜진을 두고 하는 말인지 그녀는 송지나 작가의 눈에도 띄었다. 미리 구상해 놓은 등장인물 외에 오디션을 보다가 배우가 마음에 들어 즉흥적으로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게 된 경우라며 송지나 작가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대웃어요'가 끝나고 4~5월부터 뮤지컬 드라마 '왓츠업'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 요즘 춤과 노래 연습에 정신이 없다. 사실은 너무나 털털하고 빈틈 투성이라는 그녀는 완벽주의자 역할인 '왓츠업'의 캐릭터에 적응하는 데 조금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단다. "이제 완벽해지려고요."라며 쑥스러운 듯 도망가는 그녀.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연기생활을 해왔지만 왠지 얄미운 영악함이나 가식이 전혀 배어 있지 않다. 이런 그녀를 어떻게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현명함과 너그러움을 갖춘 연기자
전혜진을 고등학교 때부터 봐온 메이크업 스태프와 만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기자, 본인도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그녀의 모습은 바로 낙천적인 성격이다. "웬만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욕심이 생기게 됐어요. 아역배우일 때에는 연기가 하나의 취미생활 같았거든요. 부모님께서 아무리 촬영이 늦게 끝나도 학교에는 꼭 보내실 만큼 학생으로서의 생활을 우선으로 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아역배우로 활동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학업이라는 본분을 배제하고 연기력만으로 아이들을 인정하는 풍토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운이 좋게도) 학교생활과 연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던 그녀는 사춘기를 보내면서 앞으로 연기를 계속 하겠다는 마음을 서서히 굳혔다. 자연스레 슬럼프도 겪고 압박감도 생겼지만 지금은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연기'라는 실체를 바라보게 됐다. 정해진 시간이나 정답이 있는 '업무 처리'가 아니므로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고 물 흐르는 듯 즐길 때 자신의 역량을 100%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때문에 아역 경력이 성인 연기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전혜진은 자신의 경력을 핸디캡으로 여기거나 이미지 탈피를 위해 역할을 거절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마음이 나이에 걸맞은 배우의 이미지와 작품운을 이끌어낸 것이 아닐까.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간 상황이라면 배역을 가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어떤 역할이라도 다 해낼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정말 나의 성격과 꼭 닮은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특별한 캐릭터, 또는 제대로 된 액션을 소화하는 캐릭터를 맡아 보고 싶어요. 예쁜 척하는 순정파 여자 같은 거 말고 시청자들이 '쟤 정말 제대로다'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이요." 선 고운 외모, 함께 있으면 즐거워지는 따뜻한 마음, 탄탄하게 굳은 심지가 그녀를 분명 최고의 연기자로 이끌어줄 것 같다. 좋은 구두가 좋은 곳으로 발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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