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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의 복귀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여배우 윤정희’
15년 만의 복귀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여배우 윤정희’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5.0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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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영화가 좋아져… 세월이 흐를수록 멋져지는 여배우의 모습 보여주고 싶다”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1960∼70년대 영화계 ‘트로이카’ 중 한 명으로 청초한 아름다움을 빛내며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배우 윤정희가 1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여배우로서, 음악가의 아내로서 조용하고 행복한 삶을 일궈온 그이는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의 교과서 같은 모델이기도 하다.  

윤정희를 위해 만들어진 시나리오
국내외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고 있는 이창동 감독은 다섯 번째 작품 ‘시’에서 윤정희에게 주인공을 맡겼다. 1994년 ‘만무방’ 이후 15년 만에 선택한 ‘시’에서 그이는 간병인으로 일하며 홀로 남겨진 손자를 키우고 문화원의 시작 강의를 들으며 어린 시절부터의 꿈인 시 쓰기에 도전하는 ‘미자’ 역을 맡았다. 생활력이 강하지만 소녀의 순수함을 간직한 미자는 그이가 이제까지 맡아온 역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는 마치 윤정희의 실제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듯, 주인공의 이름마저 윤정희의 본명(손미자)과 같다. 윤정희를 위해 만들어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창동 감독의 실력만 믿고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어떤 스토리인지도 몰랐죠. 감독님이 어느 날 만나자고 하더니 저를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그러더군요. 너무 즐거웠고 감독님을 믿었죠. 저 역시 그동안 감독님의 작품을 다 봤기 때문에 기대가 되었어요. 시나리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서로 대화도 많이 나누었고요.”
오랜만에 현장으로 복귀한 윤정희는 젊어진 스태프를 보면서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변함없는 것은 영화를 향한 수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이라고.
“예전에 우리가 한창 연기할 때는 연차 높은 분들이 많았어요. 이번 촬영 스태프는 대부분 젊어서 다들 동생같이 생각되더라고요. 젊은 친구들이 어찌나 예의도 바른지… 다들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매일같이 촬영을 하면서도 늘 웃는 얼굴로 맞아줬어요. 이창동 감독님하고 저도 서로 원하는 것이 잘 맞으니까 편했고요. 그분이 제게 원하는 것이 있을 때면 ‘내게 변화를 주기 위한 순간’이라고 생각해서 더 기쁘게 받아들이려고 했죠.”
그이는 시나리오에 자신의 이름(본명)이 그대로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고 미소를 지었다.
“미자는 시 쓰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꽃 하나를 보고도 감탄할 정도로 엉뚱한 면도 있고 순수하기도 해요. 어떤 큰 사건을 겪으며 고통이 있을 때에도 현실을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도 시를 지으려고 애쓰는데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 매력 있었어요. 미자랑 저랑 닮았다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옛날부터 지금까지 저도 원래 감동을 잘하는 사람이거든요. 아름다운 것을 보고도 속으로 점잖게 감동하는 게 아니라 ‘우와, 너∼무 예쁘다’라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편이죠. 그런데 그런 모습은 남편도 똑같아요(웃음).”
작은 일에도 쉽게 감동하고 즐거워하는 소녀 같은 감성 덕분일까. 여전히 빛나는 미모를 간직하고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도 궁금해졌다.
“미장원이나 피부관리실 같은 곳은 안 가요. 지금 퍼머 머리도 며칠 전에 집에서 직접 한 것이고요. 어디 가서 관리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자기 노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피곤할 때라도 ‘피곤하다고 얼굴도 안 닦고 그냥 자면, 내가 지는 거야’라는 생각에 일어나서 깨끗하게 다 닦고 요구르트로 마사지도 자주 해요. 그렇게 마사지를 하고 나면 피곤할 때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 몰라요. 그저 얼굴만 펴지는 것이 아니라 심신이 편안해지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제 남편이 요구르트를 열심히 사주십니다(웃음). 내일 남편이 한국에 들어오는데, 제가 말 안 해도 요구르트를 사가지고 올 거예요.”

파리의 낭만부부가 사는 법
지난 1976년 백건우·윤정희 부부의 결혼은 손꼽히는 피아니스트와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의 만남으로 당시 장안의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두 사람은 서로의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동반자로 행복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 파리에서의 신혼생활은 무척이나 소박하게 시작됐다. 사치를 싫어하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사는 것을 좋아하고, 심지어 음식 취향까지도 비슷한 부부는 파리의 골목길을 손잡고 다니는 ‘낭만부부’다.
“남편은 자신의 음악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예민할 수가 없어요. 연주를 준비하며 음악을 해석할 때는 극도로 예민해지죠.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너무 낙천적이에요. 전혀 날카롭지도 않고 편안하죠. 다른 사람들 이해도 굉장히 잘해주고요. 하도 다른 사람들 변호를 하니까 제가 별명을 ‘변호사’로 지어줬다니까요(웃음).”
손재주 좋은 남편 백건우의 취미는 가구 만들기. 워낙 섬세한 손을 갖고 있어 책장을 비롯해 집안의 웬만한 가구는 모두 백건우의 작품일 정도라고. 미끈한 생선의 생김새가 꼭 뱀을 떠올리게 해서 도저히 고등어에는 손도 못 대는 아내 윤정희를 위해 고등어 손질도 손수 해줄 정도로 자상한 남편이기도 하다.
“우리 생활이 무척 심플해요. 너무나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우리는 항상 부자라고 생각해요. 좋은 친구들이 있고,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세계 각지로 여행도 많이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살죠. 더 이상 우리에게 부족할 것이 뭐가 있겠어요.”
윤정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가장 큰 팬이다. 음악을 대하는 남편의 순수한 열정과 몰입을 곁에서 지켜보며 누구보다도 큰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의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때든 연습이 끝난 후에는 단원들이 일제히 남편에게 박수를 치며 ‘브라보’라고 환호해요. 음악인들에게 굉장히 존경을 받죠. 그런 음악인이 그리 많지 않아요. 옆에서 바라보는 남편은 정말로 아무런 잡념 없이 음악에 빠져 있는 사람이에요. 연습과 연주에만 순수하게 몰입하고, 주변에서 어떤 유혹이 와도 넘어가지 않죠. 오직 음악에만 집중하고, 이번 연주가 끝나면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연습하고요.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많으니까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음악인으로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고, 저는 열렬한 팬이죠(웃음).”
요즘도 연주회가 끝나면 예술가들과 함께 모여 음악과 삶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부부의 행복이다.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이자, 서로의 예술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팬이기도 한 부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윤정희는 지난 15년간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연주여행에 함께하며 ‘비서’로 내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영화배우의 활동보다는 남편 백건우의 청중이자 비서로서 조력자 역할에 더욱 충실한 모습이었다. 연주회가 있을 때면 남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은 한 걸음 물러서 있고 싶어하는 아내이기도 하다. “남편을 돕다 보니 배우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느냐”라는 질문에 그녀는 “전혀 아니다”라면서 활짝 웃었다.
“지금도 남편은 유럽에서 연주하느라 바쁘거든요. 그런데 저는 여기에서 4개월을 매일같이 영화를 촬영하고, 인터뷰도 하고 제 마음대로 하고 있는 걸요. 우리는 서로가 제한을 안 둬요. 그리고 남편은 제가 영화 촬영하는 것을 저보다도 더 기뻐해요. 워낙 남편도 영화를 좋아하니까. 우리는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는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일을 방해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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