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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정취를 담은 집을 가다
프랑스의 정취를 담은 집을 가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5.24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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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겉보기엔 평범한 구조의 주택. 그러나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주방부터 거실까지 탁 트인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집 안 곳곳에 위치한 가구 및 패브릭들은 백화점 명품관에서도, 트렌디한 도매상에서도 볼 수 없는 자기만의 또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집주인 빠레유베르와 양진선 씨는 프랑스의 유명 가구 장인이 제작했다는 소파, 남편의 외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리클라이너 체어 등 거의 모든 아이템을 프랑스에서 공수해왔다. 다이닝룸에 놓인 의자는 18세기 프랑스의 살롱에서 차 마시던 의자란다. 당시 귀족들은 살롱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향락 생활을 즐겼는데 그 무렵 딱딱한 형태의 의자가 우아한 곡선으로 변모하는 양식을 보인다. 이처럼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을 그대로 가져다 식탁 의자로 사용하고 있었다.
깔끔하면서도 신구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 집의 콘셉트. 너무 고색창연한 것도 아닌, 새로운 물건으로 반짝거리는 것도 아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오래된 것과 때론 그렇지 않은 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멋스럽다. 부부가 원체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데다 남편 빠레유베르 씨의 취향이 확고해 가구 하나도 서로 상의해서 구입하곤 한다. 우리의 일반 가정은 인테리어 콘셉트를 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반면, 프랑스에서는 예쁘고 오래된 것을 조화시키는 것을 가정 내에서 배운다. 남편 역시 어릴 때부터 그러한 습관이 몸에 밴 것. 워낙 오래된 것을 소중히 생각하는데다 골목마다 크고 작은 인테리어 소품 가게가 많아서인지 어느 집이든 초대되어 가보면 저마다 안주인의 취향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와 한국이 만날 때
시종일관 적극적이고 유쾌함을 보여준 진선 씨와 이런 아내를 한 걸음 떨어져 흐뭇하게 바라보던 빠레유베르 씨. 이역만리 떨어진 거리를 두고 이들 부부가 만난 과정에 호기심이 일었다. 국내 굴지 기업의 홍보 마케팅 일을 하던 그녀는,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주한프랑스 대사관에서 근무를 하던 그를 만났다. 운명처럼 이어질 인연이었던지 이내 프랑스로 파견을 나갔고, 빠레유베르 역시 임기가 끝나 프랑스에서 재회하게 된 것이다. 얼마 후 결혼에 골인한 이들은 다시 한국에 오기까지 한동안 프랑스에서의 신혼 생활을 즐겼다.
파리 시절의 어느 날, 부부에게 취재 요청이 들어왔다. 알고 보니 그들이 사는 곳이 유명한 작가 공쿠르 형제의 고택이었던 것. ‘한국의 보석(진선의 진은 프랑스어로 보석과 발음이 유사하다)’이라는 타이틀로 나온 이 기사는 유독 동방의 국가에 관심이 많았던 공쿠르 형제와 동양에서 온 한 여인의 우연의 일치를 소개했다. 그때 실린 기사 속 집은 가구나 내부의 모습이 지금의 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님과 멀리 떨어지게 되어서인지 집 안은 유독 사진들이 많이 장식되어 있었다. 냉장고 벽면이나, 탁상용 캘린더 등 곳곳에 프랑스 친가와 아들 유진(엘리엇)의 사진 일색이었다. 갈색 머리에 큰 눈망울이 매력적인 유진은 엄마의 성격을 꼭 빼닮았는지 활달하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길 좋아한다. 동네 특성상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 주민 누구나 국적의 편견 없이 편안하게 교류하며 지낸다. 때로는 이탈리아 뇨끼나 사과 오븐구이 등 간단한 메뉴를 차려 서로 초대하고 답례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부부가 힘을 합쳐 일궈내는 꿈
부부는 4년 전부터 국내에 ‘유로 H&J’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의 제품을 주로 수입, 유통하는 이 회사는 초콜릿 도멘느 드 베끼뇰과 화장품 엠브리올리스, 피(PHY) 등을 비롯한 6가지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다. 프랑스 기업은 문화 특성상 기업체가 크거나 자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수출을 허락하지 않는다.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인가, 검증된 퀼리티를 가지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까다로운 업체 선정 과정을 거친다. 프랑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남편과 마케팅의 고수인 아내는 서로의 업무 분야를 구분해 탄탄한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유로 H&J의 대표적인 메가 브랜드 엠브리올리스는 프랑스 내 2만3천 곳의 약국에 입고되어 있을 정도로 소문난 제품이다. 대형 스타 광고를 하지 않는 대신, 연예인이나 메이크업아티스트가 사용하고 엄마가 딸에게 물려주면서 유명세를 탄 것으로 더욱 알려져 있다. 진선 씨 역시 파리에서 피부 트러블로 고생할 때, 피부과의 추천을 받아 직접 발라보고 개선 효과를 느꼈단다. 좋은 제품을 국내에도 소개하고픈 의지는 강했지만 워낙 많은 뷰티브랜드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생각보다 장벽은 컸다. 꼼꼼한 비즈니스 플랜을 세우고 한 걸음씩 계획을 달성해 가다 보니 어느덧 온라인 50여개 매장과 홈쇼핑, 면세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등 꾸준한 성장을 해올 수 있었다. 
자신 역시 기업체 내 사원 생활을 했던 진선 씨는 직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한 회사에 오래 근무하기 위해서는 생활과 일을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 그래서 젊은 직원들에게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라고 권유한다. 주어진 영역에서 다함께 롱런하며 윈-윈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빠레유베르와 양진선 씨는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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