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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킴머피 갤러리 관장 엘렌 킴 Beautiful Open Space
엘렌킴머피 갤러리 관장 엘렌 킴 Beautiful Open Space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6.14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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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가지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비우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갤러리스트로 유명한 엘렌 킴은 7년 전 한남동 UN 빌리지에서 지금의 양평으로 갤러리를 이전했다. 자리를 옮기면서 수많은 작품과 살림살이를 비워 내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비움’의 가치를 깨닫는다는 그녀는 늘 변화하고 창조되는 예술계에서 비움이야말로 새로운 것을 준비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여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자연이라는 위대한 스승을 이곳에서 만났다.
“자연과 함께하며 예술을 보는 안목이 더 깊어진 것 같아요. 나에게 스승이 있다면 바로 자연이죠.” 어떠한 작품이든 자연과 어울릴 수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엘렌 킴의 갤러리 3층에는 부부의 살림집이 있다. 거실이자 침실인 드넓은 공간을 둘러싼 통유리 너머 보이는 호숫가와 나지막한 산은 단 하루도 같은 색을 지니는 법이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위대함을 감상하고 누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복잡한 세상 일에 소비하고 싶지 않다는 그녀는 수많은 지인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울로의 외출은 물론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접하는 것도 삼간다. 엘렌 킴에게 정해진 규칙은 없다. 쳇바퀴 돌아가는 듯한 도시인의 삶은 그녀의 몸에 맞지 않은 지 오래. 해가 밝아오면 자연스레 눈이 떠지고 어둠이 몰려오면 눈을 감는다.
“여기는 나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에요.” 그녀의 인맥 네트워크는 유명 작가뿐 아니라 기업 간부, 고위공무원, 교수 등 분야를 막론한다. 1997년 한남동에 갤러리가 자리했을 때부터 지속된 그들과의 인연. 대부분 서울이 주 본거지인 그들의 발걸음은 아직까지도 이어진다. 그녀의 사람에 대한 애정은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막론한다. 갤러리 관람객 중 한 명의 블로그에는 이러한 에피소드가 적혀 있다. 자신의 아이가 엘렌 킴의 3층 살림집이 갤러리인 줄 알고 들어가던 도중 그녀와 마주쳤다고. 굉장한 실례라고 여긴 부모는 어서 나오라고 했지만 엘렌 킴은 아이에게 어서 들어오라며 직접 핫초콜릿까지 타서 주고 집 안 곳곳을 안내해주었다고 한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와 산타모니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지에서 살며 체득한 인터내셔녈 마인드는 갤러리 오픈 초창기 그녀가 주목받았던 이유다. 미적 감각과 예술에 대한 열정, 카리스마 넘치는 비즈니스 스타일이 기본 바탕이었기에 가능했을 터지만 엘렌 킴은 남들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조금 달랐던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은 어디서든 통하는 진리라고 덧붙인다.


(캡션)
1 벽면의 통유리로 사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거실에 침대를 배치하여 잠자는 동안에도 자연과 함께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2 헤드가 따로 없는 침대 머리맡에 강용면 작가의 ‘꽃’을 걸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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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동행하는 자연스러운 삶
 “작품을 돋보이게 하려면 심플해야 합니다.” 집 안 곳곳에 자리한 장식장은 다양한 작품들로 빼곡할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과는 달리 비워져 있는 공간이 많았다. 집 안의 메인 컬러가 화이트인 것도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작품 배치와는 다른 노련한 갤러리스트의 안목은 분명 작용하고 있었다. 가장 돋보이는 곳은 바로 현관문을 열면 맞닿는 벽면. 작가 김형관의 두 점의 회화 작품, ‘앞’과 ‘뒤’ 하단에는 강린아의 ‘페니실린’이라는 조형물이 놓여 있다. 상반되는 분위기의 작품 배치가 신선한 자극을 준다.
거실 통유리에 비쳐지는 호숫가에 오리가 물길을 만들며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오늘따라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에 살며시 눈이 감기는 듯하지만 이처럼 그림 같은 풍광을 언제 또 맞이할까 싶어 촬영팀은 엘렌 킴이 마련한 또 하나의 명작, 자연을 그녀와 함께 감상한다.
엘렌 킴의 예술 나눔 활동은 갤러리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영동 세브란스 병원 암센터의 전시 기획을 맡고 있어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해 희망과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작품 셀렉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요즘이다. 또한 가야금병창보존위원회의 명예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국악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그녀의 서재 한 편에 서 있는 책장은 집 안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각종 분야의 책이 빼곡히 꽂혀 있는 가운데 책 제목이 거꾸로도, 뉘어도 있다. “잘 정리된 책장은 좋은 게 아니에요. 내가 원하고 필요할 때 쉽게 찾을 수 있고, 편하게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죠.” 인상적인 서재에서 엘렌 킴을 렌즈에 담고 싶어 책장 바로 옆에 있는 유선형 디자인의 카우치에 앉도록 부탁했다. 휴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구이기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포즈를 취하길 요청했지만 엘렌 킴은 디자이너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가구의 선에 방해를 하는 것 같아 미안해서 그렇게는 앉지 못하겠다며 최대한 자세를 바로 잡는다.
슬며시 넘어가는 석양이 그림자를 만들어간다. 그윽한 붉은색이 호수를 가득 메운다. 엘렌 킴의 하루도 석양과 함께 저물어간다. 오직 자연의 시간에 맞춰 살아가는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정해진 것은 없으며 나에게 집중하고 모든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젊었을 땐 파인 아티스트로서의 자존감이 가장 중요했죠. 하지만 지금은 내 안의 내가 가장 중요해요. 모든 것을 편하게 즐기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어 살고 있어요.” 내 몸과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고 그것을 실행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엘렌 킴은 지금 행복하다.

(캡션)
1 대조적인 느낌의 작품 배치로 강렬하면서도 신선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2 2층 레스토랑과 3층의 살림집으로 올라가는 길의 계단. 구조적인 설계가 돋보인다.
3 서재에서 거실, 드레스 룸으로 이어지는 복도. 자칫 자연광이 손상시킬 수 있는 회화 작품을 위해 벨벳으로 커튼을 제작했다.
4 빼곡히 들어선 책이 가득한 책장 위에 장식된 가야금은 오랜 외국생활에서도 잊지 않았던 한국 예술에 대한 사랑을 말해준다.
5 그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청동으로 제작된 컵과 주전자들이 주방 한 쪽의 장식장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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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엘렌킴머피 갤러리 ELLEN KIM MURPHY GALLERY
엘렌 킴과 미국인 남편 테리 머피의 이름을 더해 지은 갤러리로 미국 LA 타임지에서 몇 차례 호평을 얻을 만큼의 우수한 기획전과 엄선된 작품들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지하 1층부터 채플실, 1층 갤러리, 2층 레스토랑이 있으며
3층은 엘렌 킴의 부부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대심리 148-4
문의 031-771-6040, www.ekmartcenter.com


신흥우 展
짙고 선명한 다양한 색상들을 실리콘 주사로 뿌려 생동감 넘치는 표정을 그려낸 ‘도시의 축제’ 연작과 이명박, 김연아, 마릴린 먼로 등을 주제로 한 얼굴 조형 작품을 설치한 신흥우 전을 6월 15일까지 엘렌킴머피 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캡션)
1 2층에 자리한 레스토랑 머피’s 테라스. 오가닉을 콘셉트로 홈메이드 라자냐, 고르곤졸라 피자 등을 선보인다.
2 3층으로 구성된 앨렌킴머피 갤러리의 전경.
3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의 여왕, 김연아를 형상화한 작품. 특유의 동양적인 눈매와 귀여운 인상이 드러난다.
4 지하 1층의 채플공동체 공간은 마음의 평화를 갖고 싶거나 기도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다.

(발문)
“사람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얼굴이다. 신흥우는 얼굴이 갖는 기묘하고 복합적인 구조를 작가만의 문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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