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4:35 (금)
 실시간뉴스
김운용 전 IOC 수석 부위원장 손녀 김세영 양 미국에서 주니어 노벨상 받다
김운용 전 IOC 수석 부위원장 손녀 김세영 양 미국에서 주니어 노벨상 받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7.05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스트로겐 연구로 노벨상 받고 싶어요”

“인텔국제과학경시대회는 전 세계 과학 천재들이 출전하는 학생경시대회로 아주 큰 대회입니다. 올해도 세계 59개국에서 뽑힌 1천6백11명의 예비 과학자들이 출전했어요. 저는 20여 명의 심사위원들에게 20차례 발표를 하고 심사를 받았어요. 마지막 날 너무 많은 심사위원들이 질문을 해서 5시에 끝나기로 했던 대회가 8시가 돼서야 끝났어요.”
이번 대회 연구 주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관한 것이었다. 치열한 예선, 준결승을 거쳐 최종 우승자를 뽑았다. 인텔국제과학경시대회는 그간 대회 수상자 중 노벨상 수상자가 다섯 명이나 배출된 바 있어 ‘주니어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환경과학 부문에서 한국 학생이 우승하기는 김세영 양이 처음이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한 이후 NBC TV와 방송 인터뷰를 했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 받는 상이다. 대회에서 받은 8천 달러에 달하는 상금은 대학 등록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김세영 양은 김운용 전 IOC 위원의 아들인 김정훈 씨의 1남 1녀 중 맏딸이다. 아버지 김정훈 씨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고, 어머니 김민선 씨는 뉴욕주립대 계열의 음악대학인 롱아일랜드 컨서버토리의 학장을 맡고 있다.

과학에 흥미가 많았던 어린 시절
어릴 적부터 뉴욕주립대(SUNY)에서 실시하는 과학 리서치에 계속 참가한 김세영 양은 LG과학올림피아드와 국제과학경시대회, 롬하스(Rohmhaas)과학박람회 등 수많은 경시대회에서 1등을 독차지했을 정도로 뛰어낸 재능을 보였다. 김세영 양은 1년에 45명만 선발하는 브라운대 의대 프로그램(BAMD) 조기 입학 전형에 합격해 올 9월 입학을 앞두고 있다.  
“원래 의사가 되려면 4년 학부 과정을 마친 후 6년의 의대 과정까지 총 10년이 걸려요. 그런데 브라운대 의대 프로그램의 경우는 7∼8년이면 모든 과정을 이수할 수 있어요. 아이비리그 대학 가운데 유일한 프로그램이에요. 시간과 학비가 절약되고, 졸업과 동시에 의사 자격증이 보장돼요.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도 에스트로겐에 관한 연구를 계속할 거예요. 이와 접목해 환경독성학(Environmental Toxicology)에 관한 연구도 계속해 노벨상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김세영 양은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개최하는 여름캠프에 참여하며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우기 시작했다. 과학실험 수업에서 원소기호를 외우고, 화학실험을 할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말하는 세영 양. 어릴 적부터 퍼즐게임이나 군함 만들기를 무척 좋아한 세영 양은 사물을 보는 관찰력과 집중력이 유독 남달랐다. 어머니 김민선 학장은 딸이 퍼즐게임을 좋아해서 일어났던 웃지 못할 해프닝을 들려주었다. 세영 양이 다섯 살 때 맨해튼에 있는 프리스쿨을 다녔는데, 유치원에서 딸을 잃어버렸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유치원에서 세영이가 없어졌다고 선생님이 경찰서로 연락을 해서 비상이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깜짝 놀라서 학교로 달려갔더니 교장선생님이 그 사이에 세영이를 찾았다고 하더군요. 교실에서 세영이가 구슬퍼즐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너무 집중을 하는 바람에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 걸 모르고 혼자 교실에 남아 퍼즐을 맞추고 있었대요. 학교 관리인이 2층 교실에서 혼자 퍼즐을 하고 있는 세영이를 발견한 거죠.”
김민선 학장은 딸을 보자마자 밀려오는 안도감에 꼭 부둥켜안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딸은 그 시간에 엄마가 유치원에 온 것이 이상해 “엄마 왜 유치원에 왔어요?” 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과학 영재로 촉망받는 김세영 양의 롤모델은 바로 친할아버지인 김운용 전 IOC 수석 부위원장이다.
“할아버지는 제 롤모델이에요. 제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 가장 해박한 지식과 국제적인 감각을 가진 분이에요. 나이 들어서도 항상 공부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할아버지는 다양한 경험을 제 눈높이에 맞게 말씀해주세요. 저에게 눈 나빠진다고, 공부 많이 하지 말라고 하시는 유일한 분이시죠(웃음).”
김세영 양의 꿈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할아버지처럼 국제사회에 봉사하는 큰 인물이 되고 싶은 것이다.

내면에 잠재된 아이의 재능을 끌어주는 교육법
교육자로 평생을 살아온 김민선 학장은 세영 양을 모두가 부러워하는 과학 영재로 길러낸 교육비결을 소개했다. 김 학장은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교일 등으로 바쁘게 살아왔지만 지금까지 ‘저녁은 항상 가족과 함께’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없는 저녁약속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녀교육에 열정적인 김민선 학장은 아이의 재능은 하루아침에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아이 내면에 잠재된 재능을 발견하고 개발시키려면 무엇보다 인내심을 갖는 게 중요해요. 특히 큰 꿈을 갖도록 동기부여를 해주고,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게 좋아요. 칭찬을 많이 해줄수록 결과는 더 좋거든요.”
무엇보다도 부모가 자녀에게 믿음을 갖고 있다는 걸 아이 스스로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부모가 믿음을 갖고 있다는 건 아이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미국에서 살면서 인종이나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잖아요. 아이들이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롱아일랜드 한인 학부모회(www.KPALI.org)를 결성해 지역사회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도 시작했죠. 우리 자녀들이 뿌리내리고 살 곳인 미국 사회에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인은 5천 년의 문화 역사를 가진 우수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지역사회에 인식시키고자 합니다.”
미국 교육 현실에서는 공부만 잘해서 인정받지 못한다. 어머니 김민선 학장은 두 자녀를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교육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세영이에게 세 살 때부터 바이올린, 피아노를 가르쳤어요. 여섯 살부터는 줄곧 카네기홀, 링컨센터에서 열리는 ‘뉴욕청년콘서트’에 참가하고 있죠. 뉴욕청년심포니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마다 두 번씩은 가족과 함께 양로원을 방문해 위문공연을 해요. 세영이가 ‘여성클리닉센터’에서 자원봉사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고 악기를 배워온 것이 집중력을 키우는 데도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한다. 김세영 양의 동생 김세웅 군은 맨해셋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데, 첼로에 재능이 있어서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세영 양은 음악과 학업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음악과 수학은 서로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악기를 오랫동안 연주해온 제 동생도 수학을 잘하거든요. 올해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했어요. 음악뿐 아니라 운동도 집중력을 키워주는 데 좋은 것 같아요. 동생과 함께 시간을 내서 펜싱을 즐겨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김세영 양은 일본으로 떠난다. 여름방학에 일본 게이오 의과대학에서 인턴십을 하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낸 인텔국제과학경시대회의 우승자라면, 한국 최초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의 꿈을 꾸고 있지도 않을까. 김세영 양이 환한 얼굴로 포부를 밝혔다.
“제가 좋아하는 연구를 계속한다면 노벨상의 꿈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