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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통해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오다 작가로 변신한 배우 한지혜
인생수업 통해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오다 작가로 변신한 배우 한지혜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7.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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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우연히 참가한 슈퍼모델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그녀. 이후 드라마 ‘낭랑 18세’, ‘에덴의 동쪽’과 영화 ‘B형 남자친구’,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며 자신의 연기 영역을 넓혀왔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 10년 가까이 달려온 그녀. 또래 친구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꼈기 때문인지 그녀는 인생에 대한 생각과 자세가 남달라 보인다. 배우로서, 한지혜 개인으로서 인생을 보다 다채롭고 행복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그녀가 반년 동안 조금 특별한 수업을 받고 돌아왔다.

인생의 가치를 배움에서 발견하다
그녀는 스스로를 “겁 많고 소심한 성격에 고민이 많은 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생각을 가만히 살펴보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성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내게 어울리는 일일까’, ‘저 일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일까?’ 하고 늘 고민해왔어요. 내 자신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반복하며 지낼 때가 많았죠.”
그녀는 그간의 모든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전과 배움의 길에 나섰다. 지난 6개월 동안 평소 궁금해 배우고 싶었던 꽃꽂이, 요리, 다도는 물론 승마, 도예, 가구 제작 등 생활 속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생활 수업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몸으로 체득하고 익혔다. 한편으로는 신부수업이라고 해도 좋을 내용들을 배우고 즐기고 돌아온 듯하다. 그녀는 자신이 듣고 보고 익힌 것을 최근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책으로 엮어냈다.
“그동안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20대 여성으로 놓치고 사는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시라도 평범한 스물일곱 살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고요.”
그간의 배움을 영상이 아닌 글이라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기록하고 싶었다는 한지혜. 그 책에 자신의 생각도 가감 없이 드러내려 했다. 그리고 평소 꾸준하게 써오던 일기와 짧은 단상들을 인생 수업의 내용 속에 풀어내기도 했다.
“평소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휴대전화에 메모로 저장해둘 때가 많아요. 그렇게 한두 가지씩 떠오른 생각들 중에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공감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 책 속에 담았어요. 주위에서는 너무 솔직한 것 아니냐고 하시지만, 제 생각엔 솔직하고 담백한 만큼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움을 통해 쌓아가는 삶의 지혜
꽃꽂이, 요리, 다도, 승마, 도예, 가구 제작 등 아홉 종류의 다양한 수업을 들었지만 그중에서 도예와 요리, 김치 담그기가 가장 재미있었다는 그녀. 특히 자신이 직접 만든 달 항아리를 손에 들고선 첫 작품이라며 미소짓는 얼굴은 마냥 어린아이 같았다. 
“도예를 배우는 공방이 청평에 있어서 영화촬영장과 청평을 계속 오고갔어요. 하루에 7∼8시간씩 수업을 들었죠. 도시에서는 흙을 만져볼 일이 없어서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그녀는 달 항아리를 만들면서 석고틀 안에 흙물을 넣고 굳히는 ‘슬립 캐스팅’이라는 비교적 손쉬운 방법을 이용했다. 도자기 외에도 그녀가 만든 다양한 도기들은 음식을 담아내는 접시로도, 멋진 장식품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도예의 매력뿐 아니라 침착함과 집중, 인내와 끈기를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한층 성숙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녀가 또 하나 재미있게 배운 수업은 요리. 나물무침과 감자전, 파스타를 배웠다고 말하는 표정이 어느 때보다 즐겁다.
“사실 평소에는 요리에 관심이 없었어요. 이번에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특히 파스타 만드는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배워서 집에 와서도 종종 만들어 먹고 있어요. 영화촬영 때도 스태프들에게 직접 만들어주기도 했고요. 요즘에는 가장 잘 만드는 요리가 파스타예요(웃음).”
그녀는 파스타를 만들면서 음식 맛과 함께 담기는 마음의 정성까지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요리하는 동안 ‘정성’이라는 양념 한 스푼만 추가해도 음식의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 음식에 애정을 갖게 된 그녀는 할머니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어린 시절 맘껏 뛰놀던 담양에 있는 외할머니 집에 찾아가 할머니가 직접 키운 2백 포기의 배추를 함께 담그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외할머니의 김치 레시피를 배워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할머니와 함께 재료를 준비하고 할머니 친구분들도 오셔서 다 같이 김장을 했어요. 김치를 담그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 어릴 적 가족과의 추억이 많이 생각났어요.”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딸. 이 특별한 관계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 김치 담그기 수업. 그녀는 할머니의 늘 한결같은 성실함과 인내심,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넉넉한 마음을 닮고 싶다고 했다. 

엄마를 향한 고마움, 결혼에 대한 새로운 생각
한지혜는 어머니에 얽힌 이야기와 감정을 이번 책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괜히 엄마에게 시비를 걸었던 날의 울림”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한 그녀는 지난날 엄마와의 다툼을 통해 확인한 모녀의 사랑을 담백하게 이야기했다. “엄마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엄마를 이해하게 되어서,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옮긴 글에서 이제 자신 역시 예쁜 가정을 만들어도 좋을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0대 초에는 결혼에 대해 깊은 생각이 없었다는 그녀. 하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하는 동안 그 생각은 많이 변한 듯하다.
“결혼이란 성인이 된 후 매일 반복되는 시간에 변화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반복되는 삶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이죠. 결혼을 하면 내 중심의 삶에서 누군가를 위한 삶으로 바뀌겠죠. 그러다 아이가 생기면 또 그 아이를 위한 삶을 살고, 아이가 다 커서 나를 떠나가면 또 나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돌아오게 되죠. 그 삶에 풍요로움을 더하는 것이 결혼인 것 같아요.”
봄꽃같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20대에 삶의 가치를 찾아 더욱 알찬 인생의 경험을 시도해본 한지혜. 이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삶을 살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녀의 말처럼 매일 반복되는 삶에서 변화와 풍요로움을 누리는 시간이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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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스물일곱… 즐겁고 풍요로운 삶을 만들기 위해 도전한 지난 2백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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