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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세상, 소리를 잃어가는 아이들 1020 환자들이 늘고 있는 ‘소음성 난청’
시끄러운 세상, 소리를 잃어가는 아이들 1020 환자들이 늘고 있는 ‘소음성 난청’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8.0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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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는 인체의 감각기관 중 가장 먼저 만들어져서 가장 나중까지 활동한다. 귀의 형태가 완전해지기 전인 임신 6주가 지나면서 태아는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심지어 신생아는 엄마의 몸에서 나올 때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할 정도다. “죽은 사람 앞에서 말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영혼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인체에 작용하는 기관도 청각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소음공해라 일컬을 만큼 시끄러운 주변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소음성 난청에서 안전하지 못한 아이들
이비인후과 전문의 안태환 박사는 “공장 등 시끄러운 작업환경에 노출된 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던 소음성 난청 환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영역은 16Hz에서 20,000Hz까지입니다. 정상인은 약 40만 가지의 다른 소리를 구별할 수 있죠. 하지만 청각세포를 손상시킬 정도의 소음에 일순간 혹은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에 이르게 됩니다.”
안태환 박사는 이어폰 음량의 최대치인 100데시벨에서 두 시간 연속으로 듣거나, 95데시벨에서 네 시간 계속해서 들을 경우 달팽이관 내 청각세포가 손상돼 난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소음성 난청이 일단 진행되면 고치기는 어렵다. 소리를 듣는 세포가 한번 손상당하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음성 난청의 원인으로는 우선 일상적인 소음을 들 수 있다. 안태환 박사는 “한 조사 결과를 보니 서울 시내 도로변의 낮 시간대 소음은 68∼72dB(데시벨)로, 기준치(65∼70dB)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밤 시간대 소음도 64∼69dB로 낮과 큰 차이가 없어 잠자는 순간에도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이 MP3, 노래방, 컴퓨터 게임, 클럽, 자동차 경주,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응원 등이다. 음향도구로 인한 소음에 노출되어 난청을 초래하는 경우가 흔하고, 소음성 난청으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사실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에 비해 소음성 난청에 강한 편이다. 콘서트, 월드컵 응원 등 큰 소음에 노출되더라도 짧은 순간이었다면, 대부분 조용한 곳에서 청각을 쉬게 하면 원래의 상태를 되찾게 된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시간씩 볼륨을 높인 MP3 음악을 듣는 등 끊임없는 자극이 이어지면서 소음성 난청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00데시벨’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느 정도의 음량인지 가늠하기 힘든데, 소리로 인해 몸이 진동을 느끼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하철이 진입할 때의 소음이라든지, 노래방에서 듣게 되는 음악소리, MP3를 최대치로 높였을 때의 음량이죠.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소음에 노출되면서 조금씩 청력의 저하가 일어나는데도, 막상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전까지는 청력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장시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것은 귀에 무척 해롭다. 음악을 지속적으로 한 시간 정도 들었다면 10분 이상 조용한 곳에서 청각의 휴식을 취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 노래방에서 듣게 되는 음량 역시 100데시벨을 넘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시간 이상 노래방에서 있는 것도 피하는 편이 좋다. 아이들에게 애니메이션이나 비디오를 큰소리로 계속 틀어주는 것도 청각에 좋지 않다.

치료방법 없는 소음성 난청, 예방이 최선
소음성 난청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청력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저하된 경우에는 보청기를 착용하여 청각 재활을 시도해야 한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다. 평상시 생활에서 발생하는 강한 소음을 피하고 지속적인 소음 노출을 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지하철이나 버스 등 주변 소음이 큰 곳에서는 아예 MP3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MP3로 음악을 들을 때는 최대 음량 기준 60% 이하로 듣는 것이 좋고, 장시간 듣는 것은 금물입니다. 가능하면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을 사용하도록 하세요. 헤드폰 또한 귀에 밀착되는 것보다는 귀걸이형을 선택하는 편이 소리가 외부로 빠져나갈 공간을 줄 수 있어 좋습니다.”
소음성 난청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생활에서 주의를 기울이면 더 나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큰 무리를 겪지 않는다. 하지만 소음성 난청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귀를 계속 혹사할 경우 상태는 점차 악화될 수밖에 없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주변에 통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볼륨을 올려 대화하는 것도 청각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요. 핸즈프리 제품을 이용해 한쪽에만 이어폰을 끼고 들으면, 사용하는 귀의 청력을 급격히 저하시킬 뿐 아니라 양쪽 귀의 청력 차이를 크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난청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전문의의 정확한 진찰과 청력 검사를 받아, 더 이상 청력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아이들의 경우 정기적인 청력검사가 꼭 필요하다. 소음성 난청은 서서히 진행되므로 일상생활에서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비인후과에서 이뤄지는 청력검사에는 순음청력검사, 고막운동성검사, 어음분별력검사 등이 있는데, 각 데시벨별로 어느 수준까지 들을 수 있는지 세세하게 확인하므로 자신의 청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안태환 박사는 아이들에게 특정한 행동이 자주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자꾸 TV의 볼륨 소리를 높이는 행동을 한다면 문제신호라고 보아야 합니다. 또한 전화를 받을 때 유독 소리를 지르듯 크게 통화를 할 경우에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소리가 잘 안 들릴 때 자연스럽게 말소리가 커지거든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무분별한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정기적인 청력검사로 건강을 지켜주세요.”


(발문)
“초기 단계에는 발견하기 힘들어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
아이가 자꾸 TV 볼륨을 키운다면 청력검사를 해보자”

 

(캡션)
이비인후과 전문의 안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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