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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로 키운 노하우를 말하다 ‘박지성 아버지’ 박성종 씨
글로벌 리더로 키운 노하우를 말하다 ‘박지성 아버지’ 박성종 씨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8.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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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선수보다
행복한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요”

 


‘박지성 아버지’로 유명하다 보니, 박지성을 좋아하는 여학생들로부터 늘 사인 부탁을 받는 아버지 박성종 씨. “아들 하나 잘 둬서 부모가 호강한다”는 소리도 들어봤고, “지성이처럼 돈 많이 버는 아들을 두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다”는 부러움 섞인 질투도 받아봤다. 하지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박지성 선수처럼 훌륭한 축구선수로 키울 수 있느냐?”라는 것이었다.
이제 다시는 그런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마음에서인지, 박성종 씨는 ‘가슴으로 꾼 꿈이 행복한 미래를 만든다’라는 책을 펴냈다. 책은 어떻게 하면 내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시킬 수 있는지, 부모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지성이가 일본 교토 퍼플상가에 입단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 전이에요. 그 10년의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추억해보면 슬프고 힘든 일보다는 기쁘고 가슴 벅찬 일이 훨씬 많았어요.”
경기도 수원시 박지성 축구센터에서 만난 그.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보아오던 얼굴인지라 박지성을 보는 것 이상으로 흥분되기까지 했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들을 똑 생각나게 했다. 아니, 아들이 아버지를 닮은 것이겠지만.

거짓말과 개구리로 축구선수가 되다
박지성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했다.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강조했던 아버지는 처음에 아들이 축구를 하려 한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어느 날 가정통신문 같은 걸 가져오더군요. 지성이 말에 의하면, 축구부가 창단되는데 학부모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도장을 받아 오라는 것이었죠. 아이의 말만 믿고 내용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찬성에 도장을 찍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축구부 창단이 아니라 지성이가 축구부에 입단하는 걸 허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서류였어요. 나중에 사실을 알고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고 강하게 대응했지만, 아이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어요. 지성이가 제 말을 듣지 않은 건 그때가 처음일 거예요.”
거짓말까지 하면서 축구부 입단 동의서를 받아낸 아들. 고집을 꺾지 못한 아버지는 한 가지 약속을 받아냈다.
“‘축구는 네가 선택한 일이니 싫다고 그만두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어요. 그 말을 내뱉고 나자 아이의 미래를 담보로 도박을 하는 듯한 심정이었죠. 힘든 운동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컸어요.”
아들은 늘 축구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다니던 초등학교에 축구부가 없어지자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까지 자청할 정도. 전학 간 학교는 버스를 타고 30여 분을 가야 하는 먼 거리였다. 어릴 때부터 축구에 푹 빠져 지낸 아들이었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오늘의 영광은 내다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해외 진출은 고사하고 대학 졸업 후 프로팀 입단조차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축구선수치곤 왜소한 체격에다 현란한 드리블이나 볼 트래핑(날아오는 볼을 컨트롤하는 기술), 스피드마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박성종 씨는 실업팀에라도 입단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을 하며 말없이 아들을 지켜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지성이는 태어날 때부터 유난히 몸이 약했어요. 집에서 잘 놀다가도 갑자기 경기를 일으켜 수차례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죠. 연탄가스에 중독된 적도 있고… 병원 옆을 떠나지 못했어요.”
아들이 막 축구를 시작할 즈음, 우연히 고향친구 아들의 단단하고 건장한 모습에서 그 비결을 알게 됐다. 바로 ‘개구리즙’. 아들에게 운동을 계속 시키려면 몸을 키우는 게 급선무란 생각에 개구리를 잡아 즙을 짜서 먹였다.
“개구리는 잡기도 힘들지만 먹는 건 정말 고역이에요. 개구리즙을 먹을 때마다 투정부리기 일쑤였죠. 아무리 키가 크고 체력이 좋아진다고 해도 개구리즙에서 나는 냄새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초등학교 때부터 먹인 개구리즙은 지성이가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이어지다가 그후론 더 이상 먹이지 못했어요. 2000년 이후에 개구리를 잡지 못하는 법이 생겨났거든요(웃음).”
박성종 씨는 ‘산소탱크’ 박지성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 개구리 덕분이라고 확신한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개구리 사건이 떠올라 입가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고.

축구일기를 읽으며 아들과 함께 꾼 꿈
박지성은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썼다.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는 훈련일지를 쓰듯 그날 훈련했던 내용과 생각, 반성과 새로운 각오로 일기장을 채워나갔다. 일기 쓰기는 평소 성격이 조용하고 꼼꼼한 그와도 너무나 잘 맞았다. 훈련을 하고 돌아오면 감독이 가르쳐준 전술과 자신이 그 전술을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 등을 기록했다. 일기장은 어린 박지성에게 훈련일지이자 부모와 소통하는 통로이기도 했다.
“한번은 지성이의 일기를 보면서 저와 아내가 크게 웃은 적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였는데 수학시험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던 지성이가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것을 일기로 대신한 거죠. ‘엄마가 산수를 잘해야 한다고 주산학원까지 보내주었는데, 설령 시험에서 30점을 맞아도 선생님이 비웃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어요(웃음).”
일기를 통해 아들의 축구는 놀이가 아닌 꿈이라는 것을 발견한 아버지. 국가대표에 대한 소원은 여러 차례 일기에 언급되었고, 일기장에 적힌 약속들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본 그는 본격적으로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시작했다. 훈련장에도 나가고, 지방에서 경기가 열릴 때는 다른 선수의 부모들과 함께 원정응원을 가기도 했다.
“지성이의 일기가 없었더라면 아들의 생각이나 목표를 알지 못했을 거예요. 제 인생마저 지성이에게 올인하는 일도 없었겠죠. 초등학교 시절 숙제로 내준 일기에 형식적인 내용이 아닌 진심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기록하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던 것이 지금의 박지성을 만들어준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지출은 현금으로 하는 습관을 만들어라
자녀 교육에서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성종 씨는 박지성이     ‘국민 영웅’이 된 지금까지도 아들의 삶에 깊이 관여하며 조언을 해준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지성의 연봉은 3백20만 파운드(57억3천만원). 하지만 귀국 직후 아버지에게 받아간 용돈은 30만원에 불과했다.
“벌 때는 힘들어도 쓰는 건 금방이잖아요.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다고 해서 돈을 쓰다 보면 나중에는 비싼 것도 비싼 줄 모르게 되는 거죠. 돈을 쓸 때는 현금으로 쓰라고 말해요. 카드는 되도록 쓰지 않게끔 하죠. 고가의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예요. 많은 돈을 쓸수록 계산 전에 돈을 세는 시간이 길어지니 꼭 필요한 물건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게 되죠.”
차를 구입할 때도 그랬다. 프로선수가 되면 보통 1∼2년 안에 차를 구매한다. 그러나 박지성은 7년 반 만에 처음으로 자신 소유의 자동차를 구매했다. 그것도 아버지와 ‘10년간 탄다’는 약속을 한 후였다. 작은 물건도 그냥 사주는 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한다.
“지성이가 하이패스 카드(고속도로 통행료를 무선통신으로 지불할 수 있는 카드)를 사달라고 했는데 안 사줬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하필 자기 차례에서 표를 뽑는 기계가 고장이 났대요. 어쩔 수 없이 콜을 눌러 직원을 호출했는데, 모자를 쓰고 있어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하다가 표를 주면서 아들을 알아봤다고 하더군요. 지성이도 부끄러워서 빨리 자리를 피했다고 해요(웃음).”

최고의 며느릿감? 내조 잘하는 평범한 여자
최근 박지성이란 이름으로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 심심찮게 나오는 것이 결혼 이야기다. 아버지 박성종 씨는 실제로 아들의 며느릿감을 찾고 있다고 했다. 박지성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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