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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이야기를 나누다 The Place Of Communication
공간과 이야기를 나누다 The Place Of Communication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8.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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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꼭 맞는 옷 같은 공간
조각가 정보원은 30대를 보낸 파리 유학 시절 지금의 공간을 구상했다. 재료를 다듬고 붙일 때면 늘상 먼지와 함께했기에 서울로 거처를 옮기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는 곳을 거처로 삼기로 마음먹었다고. 파리에서 그녀는 조각뿐 아니라 건축도 함께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일이지만 정보원은 자신에게 가장 알맞고 필요한 공간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느끼는 아티스트였기에 온전히 그 목표를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빈 공간은 작품을 채워야 할 하얀 캔버스이자 자신이 무엇인가를 담을 그릇이라 여기는 정보원은 이곳을 계획할 때 만든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의 건축 모형을 보여주며 말했다.
“예술가에겐 생활 자체에서 작업 모티브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해요. 여기 2층은 바로 그런 공간이죠.”
30여 년이란 거대한 예술적 경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단 하루도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녀는 요새는 2층 작업실에서 컴퓨터로 포토샵과 캐드, 각종 건축 프로그램 등을 사용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또 작업실의 큰 창 너머로 마주하는 북한산의 풍광에서는 많은 예술적 동기를 얻고 있다. “공간과 내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듯 자연과 나를 서로 들여 보내는 것이 중요해요.”
오전 내 장맛비가 쏟아지던 촬영 일 조각가 정보원은 노란색 새틴 스트라이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요즘 들어 예전에 입었던 옷들을 꺼내 입어봐요. 모두들 어디에서 이런 옷을 구했느냐며 호기심을 가지니 색다른 재미가 느껴지더라고요.” 미술계의 손꼽히는 베스트드레서인 그녀는 이 원피스는 거의 20여 년 전에 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와 시간을 오래한 스트라이프 원피스처럼 지금의 공간도 정보원에게 오래도록 알맞은 곳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캡션)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에 대한 모티브를 얻고 휴식하는 2층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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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
소니아 들로네의 작품이 놓인 3층 홀에서 포즈를 취한 정보원.

1 식사와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방과 분리시킨 식탁.
2 정보원이 직접 담근 장이 담겨 있는 장독대 행렬.
3 아침에 닭이 낳은 달걀을 내 보이며 소녀 같은 웃음을 짓는 정보원.

소박한 즐거움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나가다
주거 공간인 3층에는 거실과 주방, 침실 등이 자리한다. 거실에는 미술가의 공간답게 다양한 작품들이 놓여있다. 이중 소니아 들로네(Sonia Delaunay)의 회화 작품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던 중 그녀의 발 밑에 눈이 갔다. 동일한 작가의 카펫이라고 했다. 직선과 곡선이 이루어내는 구조미와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은 예술가로서의 강직함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모두 지닌 정보원과 닮은 모습을 지닌 것 같았다.
3층에는 한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바로 주방과 식탁이 분리되어 있는 점이다. 작은 침대를 들여놓을지언정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중히 여기는 프랑스 문화를 적용한 것이다. 그녀의 파리 유학 시절 당시만 해도 한국은 식사 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었기에 새로운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고고하고 세련된 여성 예술가의 외모를 지닌 정보원에겐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반전되는 즐거움이 발견된다. 그 중 하나는 닭을 사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 장을 담그는 것.
정보원의 하루는 새벽 5시면 시작된다. 이유는 정원의 한곳에 마련한 우리에 살고 있는 닭들의 우렁찬 울음 소리 덕분이라고. 이웃들이 깰까 봐 서둘러 닭 모이를 챙겨준다는 그녀는 닭과 병아리들이 자라나는 모습에서 알콩달콩한 즐거움과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며 배운다 했다. 그러고는 닭들이 아침마다 낳는 달걀을 손수 포장해 기자와 포토그래퍼에게 선물로 건넨다. 또 한 켠에는 장독대가 나란히 서있다. 직접 장을 담글 정도로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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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들어선 예술가의 길
“젊은 땐 내가 과연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하지만 예술로 이르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열심히 했죠.”
정보원은 파리 유학시절 살롱이며 화랑에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몸을 혹사시킬 정도로 치열히 살며 자신을 다지고 단련시켰다. 그러던 중 그녀의 대표 이력인 하나인 88 서울올림픽 기념 조형물이 당선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 앞의 대형 공공조각 ‘정오의 만남’ 등을 설치하며 서울 시민에게 예술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최근엔 성곡미술관에서 ‘컨셉추얼 오브제’를 전시 중이다. 예술과 기술을 접목시킨 작업으로써 작가의 주관적 견해를 배제하고 수학적인 계산에서 나온 형태를 내놓은 작품이다. 미술계에서 확고한 위치에 있음에도 자신은 매일매일 부족함이 느껴지며 그 부족한 느낌을 채우기 위해 작업을 계속하고 새로운 분야와의 접목을 시도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섬세한 감성을 지닌 여성이자 현실주의자라고 자신을 설명하는 정보원. 하지만 그녀는 ‘강인한 사람이 예술을 한다’라는 편견을 이기고 스스로 예술가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합리적이고 모범적인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길을 걸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다. 요즘 작업하는 도면을 공장에 넘기고 작업을 살펴보느라 어제 새벽 6시에는 청주를, 오후 4시경에는 김포를 다녀왔다는 그녀. 촬영을 마친 오늘 오후와 내일의 그녀 일정이 궁금해진다.

(캡션)
1 다양한 입체와 평면 작품들이 있는 지하 1층 작업실.
2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계단. 그녀의 날씬한 몸매의 비결이 아닐까.
3 평면이지만 입체 표현으로 변화가 연출되는 작품.


컬러 스틸 프레임으로 구조미를 강조한 3층 위 루프탑. 종종 지인들과 파티를 갖거나 휴식 공간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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