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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걸그룹 ‘카라’의 규리 엄마 성우 박소현이 말하는 ‘아이돌 엄마로 살아가는 법’
인기 걸그룹 ‘카라’의 규리 엄마 성우 박소현이 말하는 ‘아이돌 엄마로 살아가는 법’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9.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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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에 위치한 그이의 집은 카페를 연상시킬 만큼 예쁘고 아기자기했다. 베란다에는 정원을 꾸며 포도와 고추를 키우고, 집안 곳곳에는 직접 쓴 시로 만든 액자들을 걸어놓았다. 한 문예교양지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남다른 예술적 감성이 온 집안에 그대로 묻어나는 듯했다.
집을 보면 집주인을 알 수 있다고 했나. ‘은쟁반 위에 옥구슬 구르듯’ 고운 목소리를 가진 그이는 여전히 소녀 같았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에서 주인공 나디아 역을 맡는 등 스타 성우로 이름을 떨친 박소현. 하지만 요즘은 방송국에서도 ‘성우 박소현’이라는 이름보다 ‘규리 엄마’가 더 익숙한 호칭이 됐다.

딸 덕에 ‘여신 엄마’로 살아가는 요즘
박소현은 성우뿐 아니라 배우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허준’을 비롯한 다양한 드라마에서 연기 활동을 한 것. 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어떤 경력도 ‘규리 엄마’라는 말보다 더 뿌듯할 수는 없다. 많은 고생 끝에 자신의 꿈을 이룬 딸이 너무나 대견하고, 무대에 선 딸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오늘이 행복하기만 하다.
“오랜 세월 박소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는데 이제는 어디 가도 ‘규리 엄마’로 불리죠.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자기가 먹을 때보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 모습을 보는 일이 더 행복하잖아요. 자식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규리가 방송에서 ‘여신’을 자처하면서 저도 덩달아 ‘여신 엄마’가 됐어요.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저기 여신 엄마 지나간다’라는 소리도 듣고요(웃음).”
어릴 적부터 외국 아이처럼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졌던 규리는 여섯 살 때 엄마를 따라 방송국에 구경 갔다가 한 매니저의 눈에 띄었다. 박소현에게 명함을 건네며 딸을 아역 탤런트 시켜볼 생각 없느냐고 묻던 그 매니저는 얼마 후 MBC 예능 프로그램 ‘오늘은 좋은 날’에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연락을 해왔다.
“담당 PD가 자기가 생각하는 이미지의 여자아이를 좀처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으니 한번 와보라고 하더군요. 규리를 데리고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PD가 아이의 얼굴을 보더니 대번에 ‘Ok, 내일부터 나와요’라고 하더라고요. 오디션도 안 보고요(웃음). 그 프로그램이 바로 강호동 씨와 함께 나온 ‘소나기’였죠. 조명이 강하게 내리쬐는데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연기하는 규리를 보면서 무대 체질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후에도 ‘여인천하’에서 능금(김정은)이 아역을 하는 등 꾸준히 활동하다가 열세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가수 준비를 했어요.”
2007년 3월 데뷔한 걸그룹 카라는 2008년 ‘프리티걸’, ‘허니’ 등이 연달아 히트를 치면서 스타덤에 올랐고, 지난해 ‘미스터’라는 곡으로 모든 방송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현재 한국 연예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가 된 딸을 만나기란 엄마에게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1년에 한 편 이상 꾸준히 해오던 드라마 출연을 쉬고 있는 이유도 딸 규리 때문이다. 가수 활동으로 바쁜 딸과 얼굴 한번 마주하기도 쉽지 않은데, 혹시라도 짬이 나서 만날 수 있게 되면 바로 달려가려고 지방 촬영이 많은 드라마 출연은 포기했다.
카라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그이는 딸과 거의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하루에 한 통씩 안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딸은 시간 날 때 몰아서 답장을 보낸다. 모 방송국에서 일하다 올해 퇴직한 남편 박성덕 씨에게도 규리는 무척이나 애교 많은 딸이다. 어린 시절 “아빠는 내 거야”라며 엄마를 견제(?)하던 딸이 어느덧 “나중에 꼭 아빠 같은 남자 만나서 시집가겠다”고 말할 만큼 훌쩍 커버렸다.    
“규리가 카라 멤버들과 함께 숙소 생활을 한 지 3년 반이 넘었어요. 한 달에 한두 번이나 볼까말까 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느라, 그나마 집에는 와보지도 못해요.”
가족이 모인다고 해봐야 딸이 시간 날 때 밖에서 만나 밥 한 끼 먹는 정도. 그렇다 보니 언제 연락이 올지 몰라 24시간 비상 대기 상태라고. 얼마 전 일본에 가기 전에도 연락이 왔는데 딱 30분간 얼굴을 본 게 전부다. 그이는 “아이 아빠는 그래도 한 시간 정도 만났는데, 난 방송 끝나고 부랴부랴 쫓아가느라 30분밖에 못 봤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그만큼 카라의 인기가 뜨겁다는 뜻이니 한편으로는 대견스럽다고.
“3개 방송사에서 내리 1위를 하며 상을 받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우리 딸이 꽃가루 날리는 무대에 서서 눈물 흘리며 1위 소감을 말하는 일은 정말 꿈으로만 상상했던 것인데… 아이가 혹시 ‘부모님께도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안 할까, 은근히 기대도 하고요(웃음). TV를 보며 ‘아, 이 순간이었구나. 그렇게 꿈에 그리던 순간이 이렇게 오는구나’ 싶어 함께 눈물 흘렸죠.”
그날 감동이 그토록 컸던 것은 딸 규리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많은 우여곡절이 스쳐갔기 때문이다.

5년간 가수 준비한 기획사 망한 후 막막했다
“다들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큰 회사였어요. 규리를 보고는 ‘제2의 보아로 만들겠다’고 자신했고요. 열세 살 때부터 5년 정도 학교와 회사를 오가며 연습했죠. 그런데 자꾸만 데뷔가 늦어지더니 규리가 고3이 되던 해 급기야 회사가 문을 닫았어요. 가수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는 일체 연예활동을 하지 말라던 회사 방침 때문에 아무런 활동도 못했는데, 당장 대학교 입학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다른 매니지먼트 회사를 알아봐야 할지 그저 멍하더라고요.” 
충격을 추스른 후 규리는 혼자 실기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큰돈 들여 실기 과외를 받으며 준비하는 사람도 많은데, 규리는 “혼자 힘으로 해보겠다”고 선언했다. 실기시험에 필요한 음악이나 뮤지컬 등도 혼자서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완성한 자신의 작품으로 당당하게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합격했다. 꺼질 뻔했던 가수의 꿈도 핑클과 젝스키스를 키워낸 매니지먼트사 DSP로 들어가면서 되살아났다. 가수 데뷔와 대입 준비를 병행하느라 무척이나 치열한 나날들이었다. 그이는 철석같이 믿었던 기획사가 순식간에 공중분해된 충격에 병까지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는 아이대로 대입 준비에 매달리고, 저는 저대로 매니지먼트사를 찾아다니며 아이가 갈 만한 곳을 알아봐야 했어요.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그동안 만들어온 꿈이 물거품이 될 지경이라니….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속이 쓰리고 아픈 통증이 시작됐죠. 매일 밤 진통제를 먹으면서 고통을 참았어요. 너무 아프니까 ‘암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아플 수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리 남편 앞으로 유언장도 써두고, 조금씩 짐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차마 병원에 갈 엄두가 안 났어요. 혹시 상태가 안 좋아서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면 아이가 얼마나 놀랄까 싶어서요. 그렇지 않아도 힘든 아이가  혹시라도 저 때문에 무너질까 봐 무서웠어요.”
그렇게 3년 가까이 고통을 참은 끝에 그이는 카라가 ‘허니’를 통해 이름을 알린 후에야 드디어 병원을 찾았다. 위 내시경을 해본 결과 암이 아닌 위궤양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일찍 치료했으면 저도 고생 안 하고 가족도 마음고생 덜했겠다 싶더라고요. 위궤양이라는 진단을 받고는 너무 좋아서 남편이랑 같이 막걸리 파티도 했어요(웃음). 가수 데뷔를 준비하면서부터 카라가 알려지기까지 규리도 저도 마음고생 참 많이 했는데, 지금 이렇게 잘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스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딸이 행복한 길이라면
“규리는 어릴 때부터 방송생활을 해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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