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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변호사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것들... ‘청소년지킴이’부터 ‘적성찾기운동’까지
강지원 변호사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것들... ‘청소년지킴이’부터 ‘적성찾기운동’까지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8.08.08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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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8주년 기념 특별 초대석
​강지원 변호사. 퀸 창간28주년 기념 특별 초대석 인터뷰(7월호)
​강지원 변호사. 퀸 창간28주년 기념 특별 초대석 인터뷰(7월호)

 

‘청소년 지킴이’부터 ‘한국 최초 매니페스토 대선 후보’, ‘노르딕워킹 실천가’,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상임대표’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적성 찾기 운동’까지. 평생 꽤 다양한 일을 해온 강지원 변호사. 그러나 어느덧 나이 70세를 넘은 그는 여전히 철이 더 들어야 한다고 스스로 채찍질했다. 앞으로는 구도자적(求道者的)인 삶을 목표로 살겠다는 강 변호사. 그는 현재 자신의 지덕체(智德體)를 통해 인생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종로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가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것들에 대해 찬찬히 늘어놓았다.


소격동은 그가 소싯적 노닐던 곳이다. 아내인 김영란 전 대법관과 결혼 전까지 25년 동안 쭉 이곳에서 살았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듯 잠시 추억에 젖은 그는 불현듯 서울을 떠나 화성으로 본거지를 옮긴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는 서울 탈출론자예요. 이렇게 밀집된 곳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사는 삶이 싫어요. 미세먼지도 아주 고약하고요. 나이 60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그때부터 사무실도 접고, 차도 없애며, 돈이나 사회적인 권력에서 해방되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젊은 시절 남에게 보이는 삶에 치중했던, 눈앞에 보인 이욕을 위해 살았던 저 자신에 대해 회개하고 반성했습니다. 철 좀 들어야겠더라고요.”

그로부터 어언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요즘 70이 넘고 보니 ‘진짜’ 철이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지 뭐예요.(웃음)”
문득 그에게 ‘철이 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궁금했다.
“비로소 구도자적인 삶을 사는 거지요.”

더 나아가 그는 자신 같은 사람도 구도자적으로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간디나 슈바이처 등 대단한 인물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구도자적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회가 지나치게 탐욕적이고 이기적이며 경쟁체제 구도 하의 자본주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생하고 공존하며 화해하고 발전하는 공동체로 향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구도자적인 공동체’, ‘구도자적인 국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는 그가 나름대로 잡은 삶의 방향이다.

‘체’ 이야기... 몸부터 바꿔야 한다

이에 그는 일단 지덕체 중 ‘체’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지덕체라고 해서 지와 덕의 중요성만 설파했지, 체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했잖아요. 사람이 밤새 혹사하고 일어나면 아침에 짜증이 납니다. 지와 덕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몸이 아프면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화를 잘 내게 돼 마음도 상처받아요.”
이름하여 심신일여(心身一如). 몸과 마음은 하나다. 몸을 튼튼하게 하면 마음도 그만큼 튼튼해진다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최근 그가 이야기할 때 지덕체를 ‘체지덕’이라고 바꾸어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 몸을 먼저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이때 또 중요한 것이 먹는 것, 음식에 있다고 그는 말을 이어갔다. 
“대개 ‘건강’ 하면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들 하는데요. 운동은 하루에 1시간이나 1시간 30분 이상 하면 안 돼요. 몸속에 활성산소가 쌓여 건강에 더 안 좋거든요. 운동만으로 체를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신 우리가 먹는 것 자체가 몸의 에너지원이 된다는 점에 주목해봅시다. 좋은 음식은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요. 반면 나쁜 것을 먹으면 노폐물이 되어 건강을 해칩니다.”

우리가 통곡물을 꼭 먹어야 하는 까닭

특히 제일 좋은 음식은 단연 통곡물이라는 강지원 변호사. 흔히 건강을 논할 때 나오는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는 반찬에 한정돼 있다. 주식은 쌀과 빵인데 말이다. 지금껏 채식주의자에 대한 예찬은 많이 한 것에 반해 주식을 바꾸자는 이야기는 등한시된 것이 사실이다.

통곡물이란 현미, 흑미, 홍미, 녹미, 현미찹쌀 등 여러 가지의 쌀 중 왕겨만 도정한 것을 말한다. 쌀의 쌀눈과 쌀겨가 그대로 남아있는 쌀을 통곡물이라고 한다. 이렇게 그가 통곡물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데에는 다 그럴 말한 이유가 있다.
2013년 MBC 5시뉴스 생방송에 그가 코멘테이터로 출연했을 때의 일이다. 한참 배가 고플 오후 5시부터 내리 두 시간 내내 생방송이 이어졌기에 그는 방송 직전 소보루빵과 크로와상, 초콜렛바 등 칼로리가 높은 것을 왕창 섭취한 후 버텼다. 그렇게 10개월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체중을 쟀더니 평소보다 무려 5~6Kg이 쪄 있어 굉장히 놀랐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후 3개월 뒤 별생각 없이 또 체중을 쟀는데 특별한 노력 없이 4Kg이 빠져 있어 더욱 의아해했다.

돌이켜보니 그에게 있었던 유일한 변화가 오후 5시면 늘 먹던 빵을 끊은 것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식생활과 관련된 여러 가지 책을 사 본 그는 기어코 흰 밀가루로 만든 빵과 과자, 스파게티, 우동, 국수, 라면은 쥐약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흰 밀가루와 흰쌀과 달리 통곡물에서 깎아 낸 겨와 눈에는 엄청나게 중요한 영양분이 다 들어 있다. 현미와 백미만 놓고 보았을 때 3대 영양소 중 탄수화물은 큰 차이가 없지만, 단백질과 지방은 현미에 더 월등히 포함돼 있다고 한다. 백미를 만들기 위해 현미를 도정하면서 단백질과 지방은 물론 여성의 노화를 방지하고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셀레늄, 비타민B1, B2,, B3, E, 미네랄, 아미노산 등 수많은 영양소가 다 손실되는 것이다. 버려지는 영양소 중에는 섬유질도 들어 있다. 섬유질은 우리 몸속에 들어와 온갖 노폐물을 흡수, 체내에서 내보내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또한 흰 곡물은 부드러우므로 많이 씹지 못해 그대로 섭취하면 체내 당이 확 올라간다. 몸속 당 수치가 높으면 이를 줄이기 위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고, 금세 저혈당이 되면 또 당을 찾게 돼 결국 탄수화물 중독에 빠진다.

뿐만 아니라 섬유질이 없는 백미는 빨리 먹게 돼 포만감을 늦게 느껴 과식의 우려가 있지만, 현미는 딱딱해서 오래 씹어야 하므로 천천히 식사하게 돼 식이조절이 가능하다. 통곡물을 통한 저작운동은 치근막을 통해 뇌를 자극, 학생들의 경우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 주며 노인들의 경우 치매를 예방해 준다. 영양학적으로나 뇌과학적으로나 통곡물을 꼭 먹어야 하는 까닭이다.

자연의 신비가 놀라울 정도였다. 통곡물 식단을 한 후 그는 살이 저절로 13kg이나 빠지는 것은 물론 잡티가 없어지며 혈색이 밝아지는 등 피부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현미 등 통곡물의 섬유질이 체내 노폐물을 다 빼 주기 때문에 애초 혈관에 쌓일 독이 없어 당뇨는 물론 고혈압, 고지혈증, 콜레스테롤, 심지어 암이 생길 리도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의 열화로 인해 아내 김영란 전 대법관 또한 통곡물 자연식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상임대표로도 활동중인 강지원 변호사.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상임대표로 활동중인 강지원 변호사.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강지원 변호사.
“이것이 구도자적인 삶의 체에 해당되는 부분이지요.”

‘지’ 이야기... 자신만의 적성을 찾아서

이어 구도자적인 삶의 ‘지’는 그가 요즘 한창 진행 중인 적성찾기 운동과 관련이 깊다. 최근 저서 <꿈 같은 거 없는데요>를 펴낸 그는 특별한 재능도, 확실한 꿈도 없는 99% 아이들을 위한 미래 설계 ‘적성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적성은 타고나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 얼굴 생김새와 마음 씀씀이가 다른 것처럼 적성도 모두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노래를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림이나 글쓰기, 사진 찍기를 좋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다 다르게 살아야 한다. 문제는 사회가 모두 획일적인 공부만 해왔다는 데 있다고 그는 아프게 꼬집었다.

“우리 사회가 수능이나 내신이라는 점수 하나로만 서열을 매기잖아요. 소위 스카이 대학, 인서울 대학으로 젊은이들을 한 길로 몰아세워요. 아주 파괴적입니다. 인권침해이자 아동학대예요. 그런데 이런 아이들에게 타고난 적성을 찾게 해주면 어떨까요? 자신만의 적성을 찾아 발휘하면 행복할 수밖에 없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요.”
강 변호사도 서울대에서 행정고시, 사법고시 합격에만 목멘 지난 삶을 후회한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다시 태어나면 절대 고시 공부 안 할 거예요. 저도 탐욕과 욕망에 휩싸여 세상사람 눈에 비치는 삶을 살았어요. 이번 적성찾기 운동을 통해 제 후배들은 저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말길 바라죠.”

강지원 변호사의 적성 찾기 TIP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의 적성을 찾을 때 총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 둘째는 자기가 잘하는 것. 이 두 개의 공통점이 곧 자기 적성이라고 그는 조언했다.

“일단 목록을 다 작성해보세요. 중요한 것은 체험입니다. 막상 자신이 겪어보니 잘하는 줄 알았는데 못하는 것이나 좋아할 줄 알았는데 실은 아니었던 것은 모조리 버려야 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임에도 재능이 없는 일도 냉정하게 지우면서 해보세요. 적성은 두 가지 모두 해당돼야만 합니다.”

그러나 지금 교육 방식으로는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체험하기도 힘들다며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강 변호사. 하다못해 애들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어른도 없다고 그는 허탈해했다. 이는 그가 두 딸을 모두 대안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정규교육은 오히려 인간성을 파괴하는 교육이거든요.”
자신은 딸들에게 한 번도 ‘공부해라’, ‘서울법대 가라’, ‘고시 공부해라’라는 말을 일체 한 적 없다는 그는 그저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골라 전념할 수 있도록 자유를 줬다고 자랑했다.

“큰딸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후 미디어 아티스트 석사 과정을 밟았어요. 둘째는 영화과를 나와 철학으로 대학원을 갔고요. 누구의 강요를 받지 않고 참 희한한 길로 가더군요. 그래도 엄마, 아빠가 KS마크에 고시 출신인데, 아무도 법 쪽으로 가질 않았어요. 벌써 30대에 들어선 딸들은 지금도 자기 적성이 무엇인지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있답니다. 덕분에 늘 행복해해요. 매사 본인들이 한 선택들인데 불만이 있을 수 없지요.”

그저 자신은 부모로서 정원사 역할만 했다는 강 변호사.
“아이들은 저절로 커요. 식물도 자기 알아서 자랄 때 정원사가 밖에서 해충을 죽이고, 비료만 주듯 우리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나쁜 일이 없는지, 잘못된 길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가려주는 정원사가 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다만 ‘적성찾기’는 태어난 동시에 진행되므로 아이들의 뇌 발달 체계를 이해한 후 일거수일투족을 관찰, 재능을 보이는 특정 분야가 잘 개발될 수 있도록 격려해주세요.”

‘덕’ 이야기... ‘괜찮아’ 라고 자신을 위로하세요

끝으로 지덕체 중 ‘덕’ 이야기. 덕은 구도자적인 삶의 최종 단계다.

“이렇게 먹거리를 바꾸고 자기 적성을 찾으면 덕성은 자연스럽게 좋아집니다. 통곡물 씹기 운동으로 몸을 바꾸다 보면 성격이 변하고, 적성을 찾으면 학습 능력도 높아지지요. 이게 덕성으로 가는 길목이에요. ‘체’는 몸으로, ‘지’는 직업으로 나타나는데요. 이 둘의 궁극적인 목표는 덕성에 있는 셈이지요. 덕성은 곧 사랑입니다. 부모·자녀 간, 남녀 간의 세속적인 사랑이 아니라 초월적인 사랑이요.”

그런데 왜 우리가 사랑하지 못하는가? 마음속 상처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강지원 변호사.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받은 상처와 생후 얻은 상처는 분노로 변해 탐욕과 욕심으로 나타나고, 그 공격성이 스스로를 향하면 자살과 자해로, 타인을 향하면 폭력, 살인, 부패로 발전한다고 그는 경고했다. 이때 치유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상처가 있음을 인지하는 데서 시작된다.

“마치 엄마가 따뜻한 손으로 아이 배를 만져주듯 그 상처를 자신의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져주세요. ‘괜찮아’ 위로의 말도 전하고요. 절대 자신의 상처를 외면해서는 안 돼요. 이게 덕성 교육의 핵심입니다. 남이 해주는 치료는 일시적입니다. 상처 치유는 반드시 본인이 해야 합니다. 저희는 단지 그 방법을 알려줄 뿐이에요.”

마지막으로 그는 그 방법 중 하나로 나눔의 봉사를 추천했다.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을 위해 봉사하다 보면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봉사의 힘은 가히 대단해요. 말로 듣기보다 실천으로 직접 깨달아보길 바랍니다.”
이에 그 역시 남은 생을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고 전언했다.

[Queen 송혜란기자]  사진 [양우영기자] 촬영 협조 라디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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