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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01 '고향의 여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01 '고향의 여름'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8.08.09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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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래 묵혀 두었던 고향집에 들렀다.

고향집 시멘트 마당에는 날아온 먼지가 흙으로 쌓여 내 키보다 훨씬 큰 나무들이 우거져 마당을 가로질러 가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창고 문을 열어보니 내가 꼬마 때 동네 아저씨가 만들어 준 앙증맞은 지게가 아직 벽에 걸려 있어 코흘리게 시절을 떠올리게 하였다.

대문에서 바라보면 들판이 보이는데 그 들판에는 어린 시절의 여름에 종일 수영하며 살다시피 한 천이 있다.  오랜만에 그 천을 보고싶어 거기까지 걸어가 보았다.

어릴때는 집에서 천까지 꽤 먼 거리였는데 어른 걸음으로 가니 그렇게 가까울 수가 없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무려 삼십 년이 흘렀으니 천은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여름에 수영을 하면 키 보다 더 깊었던 물도 거의 말라있었고 낫으로 갈대를 베어 갈대배를 만들어 타고 놀 정도로 풍성했던 갈대밭도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소를 먹이던 둑은 아직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방과후면 소를 몰고 들판으로 나가는 것이 일상이었던 시절 우리들의 모습이 눈 앞에 선했다.

소는 한가롭게 풀을 뜯고 따가운 햇살을 받은 논에서는 모가 무르익고 수영과 물장구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당시 티비에 방영되었던 ‘타잔’을 열심히 본 우리는 타잔처럼 머리를 물에 담그지 않고 크로올 수영을 하며 누가 빨리 헤엄을 치는지 경주도 하고 '태평조개'라고 불렸던 손바닥만한 조개를 잡아 자개농 가공공장에 팔아 과자를 사먹기도 했다.

해가 저물고 땅거미가 지면 소를 앞세우고 밥짓고 쇠죽쑤는 연기가 자욱한 마을로 돌아갔다.

고향 밤하늘의 별들은 예전 그대로 였다. 핸드폰으로 찍어도 카시오페이아가 선명히 찍힐 정도로 많은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개구리 울음소리도 여전했고 어릴적 피웠던 모깃불 냄새가 아련히 풍겨오는 것 같았다.

30여 년 전에 찍은 고향의 둑
그 예전 고향의 천

 

 

글·사진 김도형 기자 (instagram : photol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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