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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과 함께하는 역사여행 ‘역사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다’
유시민과 함께하는 역사여행 ‘역사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8.08.24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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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도이자 정치가, 지식소매상 그리고 방송인으로 맹활약해 온 유시민. 그의 본업은 작가다. <국가란 무엇인가>부터 <나의 한국현대사>,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청춘의 독서>까지 그의 책 한 권쯤은 읽어본 이들이 많다. 그런 그가 최근 신간 <역사의 역사>를 펴냈다. 오랜 독서와 글쓰기의 원점인 역사 속으로 돌아온 것이다. 스스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 그는 동서양의 역사서들을 탐독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았는데…. 그의 지적 탐구가 더해진 이번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역사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해준다.


무엇보다 그가 다시 역사 카드를 꺼낸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좀 더 깊은 답을 구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옛 역사서를 읽는 것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끈질기게 역사를 탐구하는 것이 그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그가 앞으로도 평생에 걸쳐 풀어야 할 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역사 르포르타주

이에 그는 자기 인생의 책인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또 한 번 펼쳤다. 최초 질문의 자리에 선 것이다. 이어 제대로 된 길을 그리기 위해서는 역사의 발생사, 즉 역사의 역사부터 이해하는 게 첫걸음이라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어떤 대상이든 발생사를 알면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와 지구, 생명, 인간, 산업, 국가, 건축 등 무엇이든 다 생기고 자라난 경위가 있다. 수학자가 수학사를, 과학자가 과학사를 알아야 자신이 탐사하는 주제와 연구 결과가 그 분야에서 어떠한 학술적 지위와 가치를 가지는지 가늠이 가능하다. 역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그렇게 역사의 고전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거나 근래 관심을 끈 대표 역사서를 찾아 틈틈이 읽고 정리했다.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한 2016년 겨울, 그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의 전쟁사>,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 2,500년의 시간을 초월하며 기록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들이 역사를 어떻게 썼고, 왜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는지 일정한 계보와 좌표가 그려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특히 그는 역사의 서술 대상이나 서술 방식은 각기 달랐지만 위대한 역사서들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현재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역사에 가장 정직하게 접근하는 방식이 아닐까? 그들의 생각과 감정, 역사서들의 맥락과 매력을 겸허하게 좇아 르포로 담아낸다면 어떨까? 역사를 만나는 자유로운 시각을 독자들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책 속에 그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간의 역사에 남은 역사서와 역사가, 그 역사가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이 서술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추적한 ‘역사 르포르타주’라고 할 수 있다.

생의 나침판으로서의 역사

가장 먼저 역사를 읽고 쓰는 의미와 방법을 역사가의 삶과 그들의 텍스트로부터 추려낸 부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는 곧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해석하고 생각하며 감정을 느끼고 살아왔는가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생의 변화와 어려움 앞에 역사는 믿을 만한 나침판이 될 수 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다.

특히 역사 공부는 현재 이면에 놓인 덧없는 것과 변치 않는 것,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의미를 가르쳐준단다. 추상적인 역사의 정의나 방향에 집착하지 않고 역사의 감정과 표현에 공명한 그의 이야기는 역사 에세이를 방불케 한다. 그렇다고 절대 한마디로 역사를 정의한다거나 자신의 의견을 높이는 오만에 빠지는 법이 없다. 오로지 역사가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 아래 스민 메시지와 감정에 공감하는 데 집중한다.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누구든 자기만의 답을 내릴 수 있도록 일종의 실마리, 가이드만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책이 역사 여행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는 호평을 받는 비결이다. 이렇듯 그가 역사를 읽고 살아가는 태도에서도 그 특유 삶의 철학이 빛을 발한다.

역사는 문학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역사가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전하는 이야기라는 데 의아해할 수도 있을 터. 감정이 들어간 역사서는 아무래도 아직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기록보다는 사실로서의 역사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작가가 생각하는 훌륭한 역사서의 특징은 사뭇 다르다.

“훌륭한 역사는 문학이 될 수 있으며, 역사는 문학일 수밖에 없다고 믿어요.”
서두에 쓰인 그의 말처럼 역사는 단순히 사실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당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낸다. 더 나아가 그의 책 속엔 이런 텍스트도 나온다.

‘토인비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역사가의 일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역사는 기록이고 과학이며 예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역사의 연구>는 문명의 탄생과 성장, 쇠락과 해체의 과정과 원리에 대한 단 하나의 이야기다. 세부 사항을 서술할 때 문학적 표현을 즐겨 사용한 그는 역사와 문학을 뒤섞었다는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문장 스타일을 견지했다.’
 

 

이에 따라 시대를 막론하고 새로운 독자와 공명할 가능성이 큰 책일수록 좋은 역사서가 되는 것이다. 그 역시 <역사의 역사>에서 옛 역사가들과 대화하듯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기만의 언어로 피력하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야말로 사료와 문학적 상상력이 절묘하게 결합된 책으로 범접할 수 없는 경지임을 노골적으로 극찬하는 식이다. 신채호와 박은식의 글을 읽을 때는 민족주의 역사학자의 험난한 인생 역정과 글쓰기에 극도의 안타까움을 표한다. 인류사의 가능성과 한계를 읽는 그의 지적 호기심이 이토록 절제된 듯하면서도 저돌적이다.

위대한 역사서들이 가르쳐준 것들

그 중에서도 그에게 제일 많은 깨우침을 준 역사서는 아마도 사마천의 <사기>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실제로 그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역사서를 한 권만 뽑는다면 <사기>가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되는 게 마땅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사마천은 역사를 역사답게 쓴 중국 문명 최초의 역사가였다. 민간의 역사서와 다양한 국가 기록을 참고해 <사기>를 집필했지만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이전의 역사서가 저마다 별 하나를 그렸다면 사마천은 우주를 그렸다고 그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기>는 시대와 문명의 과거를 언어로 재구성한 ‘전체사’였어요. 인류 역사에서 혼자 힘으로 그런 작업을 해낸 역사가는 오로지 그 한사람뿐이었습니다.”

 

사마천은 사실을 기록하는 일에 엄청난 열정을 쏟았지만 그것을 역사 서술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지는 않았으며 인간 본성의 빛과 그늘, 삶의 의미, 군주의 덕성, 권력의 광휘와 비루함, 반복되는 사건의 패턴을 포착해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그랬기 때문에 사회와 인간을 연구하는 인문학자들, 지나간 역사를 보면서 삶의 보편적 의미를 사유하는 평범한 역사 애호가들, 인간관계를 관리하는 방법과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에 관심을 가진 기업인과 정치인들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사기>를 읽는다.

<역사의 역사> 제2장 사마천이 그린 인간과 권력과 시대의 풍경화 中

 

더욱이 위대한 역사서들은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의미를 알면 시간이 지배하는 망각의 왕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그라질 온갖 덧없는 것들에 예전보다 덜 집착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해 주었다는 유시민 작가.

“역사의 역사는 제게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지요.”
또한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인생을 자신의 색깔을 내면서 살아가라는 격려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배우고 느낀 것이 독자들에게도 온전히 전해지기를 소망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서울신문 참고 도서 <역사의 역사>(유시민 지음, 돌베게 펴냄) 자료 제공 돌베게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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