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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요 신경균·임계화 부부의 가을 초입 자연밥상
장안요 신경균·임계화 부부의 가을 초입 자연밥상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8.09.03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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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신경균 씨는 한국의 전통 도자기법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작가로 지난 2014년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초대전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그가 제작한 백자 달항아리는 여러 국빈 방문객들에게 선물로 주어졌으며, 콜렉터로서 일본 문화재급 이도다완(조선 찻사발) 등 많은 예술작품도 보유하고 있다. 신 작가에게 작품의 영감을 불어넣는 ‘뮤즈’인 부인 임계화 씨는 제철요리전문가로서 미식가인 남편 신경균 씨와 장안요를 찾는 많은 손님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내놓아 인기가 높다. 제철요리전문가인 두 부부는 가을 초입에 맞는 제철 음식으로 호박스테이크, 전어회무침, 열무산초무침, 박나물을 소개했다.
취재 백준상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신경균, 임계화 부부

 

가을의 입구인 입추(立秋, 8월 7일)가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며 진정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처서(處暑)가 8월 23일이다. 아직 낮에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들의 곡식과 바다의 해물은 이미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제철요리전문가 임계화 씨는 가을을 앞두고 서리를 맞아야 맛이 든다는 호박으로 만든 호박 스테이크, 가을 대표 물고기인 전어로 만든 전어회무침, 가을에 먹으면 더욱 맛있는 열무산초무침, 가을 박으로 만든 박나물을 준비했다.

여기에 전갱이구이, 청어김치, 물김치, 바지락탕, 잡곡밥을 더해 자연밥상 겸 점심밥상이 훌륭하게 차려졌다. 그동안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 했던 호박스테이크는 전 같은 느낌으로 애피타이저의 역할을 했으며, 이제 막 기름이 오른 자연산 전어로 만든 전어회무침은 대화를 트게 해주었다. 열무산초무침, 박나물 또한 가을을 안내하는 나물로 밥상의 든든한 반찬이 돼주었다.

밥상머리 대화의 단초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였다. 신경균 작가는 전어로 유명한 삼천포(7월말 이미 전어축제를 연다) 출신으로 특히 전어를 즐겨 한다. 부부는 전어 내장으로 젓갈을 담글 정도이다.

부부는 전날 전어회무침 등을 한국을 찾은 최인숙 교수(영국 살포드대학 융합예술과) 부부에게 대접했다고 했다. HCI(인간 컴퓨터 상호작용) 공연예술의 개척자인 최 교수는 지난 8월 둘째 주 대구에서 열린 국제컴퓨터음악컨퍼런스에서 신 작가의 도자기 작업에서 영감을 얻은 컴퓨터음악 ‘장안요(Five Elements of Living Treasure)’를 공연해 호평을 받았다.

신 작가가 손수 노동으로 도자기를 빚는 영상을 찍고 이 영상으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하여 소리를 만들고 합성한 최 교수는 예술가의 노동 과정이 시간의 흐름에 떠내려가 버리지만 물체나 소리로 남은 흔적을 감각으로 재현하고 표현하고자 했다.

신경균 작가는 기계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맨발로 물레를 돌리며 눈으로 불의 온도를 가늠한다. 도자기 제작에는 불 물 흙 나무 철 등 오행이 필요하지만 신 작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불과 물을 꼽았다. 도자기를 소성하는 불은 자연의 영역인 반면, 땀(노동, 인내, 겸허)을 의미하는 물은 인간의 영역이므로 도자기 제작은 자연과 인간의 협업이다.

신 작가의 작업을 ‘화해의 예술’이라고 규정한 최 교수는 “화해의 예술은 오히려 전통적이면서도 기존적인 가치기준을 뒤엎는 가르침을 준다. 이 복합적인 가르침은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혁신적이고 새롭다”라고 글을 통해 밝혔다.

임계화 씨는 최 교수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과학기술의 시대라 하지만 결국에는 사람의 노동에 의한 예술의 가치가 존중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최 교수님 남편인 로빈이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감독인데 서양인이 맵다는 말도 없이 전어회무침을 많이 드셨다”고 덧붙였다.

한국 도자의 전통을 계승해오는 신 작가가 어떻게 그런 하이테크 공연과의 접목을 시도할 수 있었는지 물었다.
“전통은 같지 않습니다. 항상 같다면 그것은 전통이 아닙니다. 제가 현대에 사는 사람인데 전통적이라 해도 만날 새로운 걸 합니다.”

호박 스테이크

 

호박스테이크
지름 10㎝정도인 어린 조선호박(동양계 호박)을 1.3㎝정도 통으로 굵게 통으로 썰어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익혔다. 마치 스테이크처럼 굽는데 스테이크보다 익는 시간이 더디게 걸렸다.

임계화 씨에 따르면 올해는 유난히 더워서 그런지 조선호박이 귀하다. 처서가 지나 아침저녁 바람이 선선해지면 늦게 달린 애호박이 아삭한 게 맛있어진다고 했다. 서리가 올 때쯤 씨가 단단해지기 전의 호박이 맛이 제일 좋다고 덧붙였다.

양면을 잘 익힌 호박을 접시에 얹은 다음 잣, 청·홍고추, 부추, 대파 흰 부분을 잘게 다지고, 통깨, 조선간장, 참기름, 꿀 약간을 섞어 고명으로
얹었다. 밀가루나 전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어도 일반 전 같은 맛이 났다. 호박은 과채류 중에서 녹말 함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 다량의 비타
민 A와 비타민의 B·C도 함유한 중요한 비타민원이기도 하다. 전으로서 깔끔한 맛을 내는 게 전채 요리로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전어회무침
전어회무침

 

전어회무침
수심 30m 이내의 연안에 서식하는 전어는 봄~여름에 걸쳐 강 하구에서 산란하며, 가을이면 내만으로 들어오는데 최대 31㎝까지 자란다. 동·식물성 플랑크톤 등을 먹는데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가 풍부하고 뼈째 먹으면 다량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

지방이 비축되는 가을에 특히 맛이 좋은데 주로 구이 뼈회 젓갈로 이용한다. 장안요 부부는 이 전어를 편 덮밥 튀김 조림 등으로도 즐긴다고 했다. 전어회무침은 전어와 궁합이 좋고 비타민과 무기질의 보고인 채소를 함께 공급하기에 좋은 메뉴다.

전어회무침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전어는 세 장 뜨기 해서 사선으로 썰어 식초를 약간 뿌려둔다. 무는 채 썰고 양파는 좀 굵게 썰며 통마늘은 편으로 썬다. 청·홍고추는 어슷 썰고, 오이는 반달 모양으로 썰어 두고 부추, 상추, 깻잎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소스(고춧가루, 고추장, 식초, 매실액, 통깨, 다진 마늘) 에 먼저 전어를 버무린 다음 준비한 야채를 넣고 버무리고 통깨를 뿌린다.

먹을 때 밥 위에 국물까지도 듬뿍 올려 비벼먹으면 별미다.[장안요 부부는 전어를 먹으면서 가을이 시작된다. 처서를 지닌 전어가 기름이 차서 고소함이 가득할 때 내장은 소금장에 찍어 먹고, 전어회무침으로 비빔밥을 먹으며 바지락탕을 곁들인다. 또 떡전어(경남 앞바다에서 잡히는 씨알 굵은 전어)는 회덮밥으로, 좀 작은 전어는 기름에 지지거나 조려서 머리통째로 먹고 내장은 모두 젓을 담가 겨울에는 배추쌈, 여름에는 상추쌈에 곁들여 먹는다.]

열무산초무침
열무산초무침

 

열무산초무침
어린 무를 뜻하는 열무의 무청을 이용한 나물이다. 열무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열량이 적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비타민이 풍부하다.

고를 때는 키가 작고 무 부문이 날씬한 어린 열무가 좋다. 영산초는 소화불량, 식체, 위하수 등에 좋고 장의 기능을 자극하여 식욕증진 효과를 가져다준다. 추어탕에만 넣는 줄 알았는데 열무와 좋은 궁합을 이뤄 향기로운 나물 반찬을 만든다.

열무산초무침을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부드러운 열무를 소금을 약간 넣은 끓는 물에서 데친 다음 찬물에 살짝 헹궈 체반에서 물기를 뺀다. 맑은 젓국, 다진 생강, 다진 마늘, 고춧가루로 간이 배어들도록 15분정도 둔 다음 다진 청·홍고추를 넣는다. 장안요의 경우에는 산초가루를 첨가해서 입맛을 돋운다. 마지막으로 통깨를 살살 뿌려 완성한다.

박나물
박나물

 

박나물
박나물은 식용 박의 속살을 얇게 썰어 양념하여 볶은 것이다. 사용하는 박은 호박과는 엄연히 다른 것으로 참박, 대박, 나물박으로도 부른다. 박은 장내에 들어가 몸에 유익한 비피더스균을 증식시키는 등 소화작용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물용으로는 너무 크지 않은 20㎝정도의 덜 여문 박으로 쓰지 않은 맛을 지닌 것이 좋다. 얇게 썬 어린 박의 속살과 바지락 조갯살을 볶다가 다진 풋고추·파·마늘을 넣어 소금 간을 하여 익힌 다음 자작하게 물을 부어 뚜껑을 덮고 한소끔 끓인다.

경남에선 주로 새우 살을 사용하지만 장안요에서는 조갯살을 넣었다. 바지락은 철과 비타민 B12가 풍부해 빈혈을 예방하는데 좋다. 또 마지막에 한소끔 끓이는 것은 경남식이 아니라 강원도식이다. 어쨌거나 박나물의 맛은 무보다 연하고 부드러우며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슴슴한, 그러나 특별한 맛이다.

이날 자연밥상의 또 다른 주인공은 청어김치였다. 기자는 지금까지 김치의 일종인 청어김치에 대해 들어본 적도 맛본 적도 없다. 장안요에서는 거의 매년 청어김치를 담는다고 한다(기장 앞바다에서 잡히는 청어를 넣기 위해 청어김치 김장은 12월 하순에서 1월 초순 사이에 담는다고 했다).

이날 처음 맛본 청어김치는 묵은지로 1년이 넘은 것이라 했다. 고등어김치조림에 든 고등어 조각처럼 큼지막한 청어 조각이 들어있어 놀랐다. 오랜 발효에도 불구하고 청어 조각은 부서지지 않고 덩어리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입에 넣으니 뼈가 느껴지지 않고 살살 녹는다. 단연 올해 맛본 음식 중 가장 특별한 음식으로 꼽을 수 있다.


[Queen 백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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