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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루비나의 집 The Positive Changed Construction
패션 디자이너 루비나의 집 The Positive Changed Construction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9.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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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휴식을 가능케 한 변화
루비나는 지난 3월 이곳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였다. 12년 동안 살던 이층집을 허물고 신축한 것이라기에 그 이유를 물었다.


“온갖 상업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청담동 길에 홀로 서있는 우리 집이 이질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주변과 어울리는 빌딩으로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길을 택한 겁니다.”
밤늦게까지도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주변 상업 건물의 조명들과 달리 늦지 않은 시각에 하루를 마감하기에 저녁이면 불이 꺼져 있던 그녀의 옛 주거 공간은 이제 더 높은 층으로 옮겨졌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청담동 부티크 거리에서 루비나 또한 변화의 필요성을 체험하고 실행으로 옮긴 것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피라미드 형태를 띈 빌딩에서 루비나가 거주하는 곳은 3층과 4층이다. 어머니 방과 거실, 식당, 부엌 등이 있는 3층은 가족, 지인들과 공유하는 나눔의 공간이요, 4층은 침실과 서재, 드레스 룸, 거실이 있는 그녀만의 공간이다.
콘크리트와 대리석 등으로 마감한 집이지만 차갑지 않은 느낌이다. 녹색식물을 좋아하는 루비나가 창밖 베란다와 집 안 곳곳에 아이비와 넝쿨류 등을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촬영 당일 내리는 비는 식물들이 더욱 푸른 기운을 내뿜게 했다.
삼각형을 콘셉트로 지어진 이곳은 똑바르게 가로지른 벽이 아닌 솟고 처진 입체감이 느껴지는 벽과 지붕이 특징이다. 도형 중 가장 완전한 구조를 지녔다는 삼각형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지녔기에 그녀는 집을 완공하는 동시에 진행했던 2010년도 F/W 컬렉션도 이와 같은 모티브로 풀어냈다고 한다. 3층과 4층 거실에서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루비나가 입고 있는 옷들이 바로 그 작품들이다.


비워내니 더 채워지는 편안함과 아름다움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친 다음 8시면 회사로 출근한다는 루비나. 요즘은 본격적으로 가을겨울 의상을 준비하면서 내년 봄여름 컬렉션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바뀌어 가는 계절에 따라 숨 고를 새도 없이 새로운 의상을 내놓아야 하는 패션 디자이너에겐 휴식의 시간이 길지 않다. 그러기에 루비나는 집의 가장 중요한 수행 능력 중 하나를 휴식의 제공이라 여긴다.
온전한 휴식을 위한 방도로 물건을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쪽을 택한 그녀는 많은 전시와 아트 페어에 참석하며 작품을 자주 구입해 다양한 컬렉션을 갖고 있었지만 새로운 집에는 꼭 필요한 것, 내가 좋아하는 것만 들여놓았단다. 그랬더니 더 편안하고 마음에 드는 공간을 꾸밀 수 있었다고 한다.


나를 충전하는 여행
루비나는 얼마 전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고 했다.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촌 사람들을 위한 봉사 모임이었다며 낮에는 함께 간 의사들을 도와 약을 조제하고 늦은 오후에는 들녘의 파란 보리밭을 거닐며 여유를 만끽했다고. 20여 년째 그녀의 여름 휴가는 그러해왔다. 나에게도 휴식을 선사하고 남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냐며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그녀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 다녀오고 싶다고 했다. 주말이면 장안동이나 인사동 등지를 돌며 앤티크 작품과 가구들을 구경하는 것이 취미 생활인데 문화유산이 풍부한 시칠리아의 벼룩시장에 가면 아름다운 앤티크 아이템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란다.


스스로 선택한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인생
“예고 재학 시절 무용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조각가로 활동하시던 최말린 선생님께서는 제게 전공을 옮기라고 하셨죠, 미술로요. 당시 전공을 바꿨다면 지금쯤 아마도 설치 미술가나 공예가로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스페인으로 여행 갔을 때 광장에 전시된 작가 에드와르도 칠리다(Eduardo chillida)의 설치 작품을 보고 큰 감동을 느꼈다는 그녀이기에 만약 패션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다면 그녀의 예상대로 우리는 미술가 루비나를 만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루비나의 화려한 이력은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개 알고 있을 정도다. 양장점에 옷 맞추러 갔다가 모델로 활동하게 되고, 통기타를 배우다가 가수로 데뷔했지만 그녀가 나서서 선택한 일은 오직 패션 디자인뿐이다. 패션 디자이너란 직업은 정기적으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지만 건강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있기만 하다면 언제까지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참 좋은 직업이라고 여기는 루비나.
보름 동안 혼자 스케치를 하며 준비한 의상들을 가지고 명동 제일백화점에 부티크를 열었을 때가 지난 1980년이었고 처음으로 개인 컬렉션을 가졌던 때는 1982년이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네임 밸류를 지닌 패션 브랜드의 수장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성공은 아마도 그녀가 이 공간을 변화시켰듯 자신에 대한 모든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올곧은 선택을 했기에 이끌어낸 결과가 아닐까.

 

(캡션)
소파와 테이블, 장식장 등 어느 것 하나 억지로 맞추려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모아놓고 보니 저절로 어우러졌다는 루비나의 높은 안목이 빛을 발하는 3층 거실.


젊은 시절 모델의 포스와 몸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루비나의 아름다움의 비결은 바로 환한 미소.


(캡션)

1 시간이 날 때면 즐겨 가는 장안동과 인사동 등지의 앤티크 숍에서 구입한 장과 도자들.
2 기도와 성경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독실한 크리스찬인 루비나.
3 집이야말로 가장 완전한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이라 믿는다.
4 직사각형을 좋아한다는 그녀가 집을 새롭게 지으면서 들여놓은 3년 전 구입한 식탁.

 

(캡션)

1 창밖 테라스에 가득 심어놓은 넝쿨.
2 컬렉션 준비가 한창일 때면 부티크에서 일감을 가져와 서재에서 작업한다.
3 날씨가 선선해지면 더 찾게 된다는 4층 위 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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