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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빚·불법대출' 제주 청소년들 심상치 않다
'도박 빚·불법대출' 제주 청소년들 심상치 않다
  • 김준성 기자
  • 승인 2018.10.01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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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포츠 베팅과 홀짝 게임을 즐겨 하는 A군은 그간 도박으로 인하여 무려 1000만원이라는 큰 돈을 잃었다. 이로 인해 A군은 어떻게 하면 돈을 만들어 베팅할지 고민하다 친구들의 돈을 뺐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도박에 빠졌던 B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단기 급전' 광고에 혹해 연 이자율이 8200%가 넘는 불법 사채에 손을 댔다. 당시 한 탕만 제대로 하면 금방 갚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C군의 가족들은 정체 모를 이로부터 수백 통의 전화·문자 테러를 받아야 했다. C군이 도박 자금으로 빌린 80만원을 갚지 못해서였다. 애초부터 청소년인 C군에게는 이를 한 번에 갚을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출구는 또 다시 도박 뿐이다.

최근 제주 청소년들의 도박 문제가 심상치 않다.

학교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도박을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청소년 도박 문제가 만성화되는 조짐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제주센터가 올해 도내 중·고등학생 999명(중 671명·고 328명)을 대상으로 도박 중독 선별검사를 실시한 결과 중학생의 경우 5.4%(36명·문제군 0.45%·위험군 4.91%), 고등학생의 경우 11.9%(39명·문제군 4.57%·위험군 7.31%)가 도박 중독 위험이 있는 문제·위험군인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군은 반복적인 도박으로 인해 심각한 심리·사회·경제적 폐해를 겪고 있는 상태, 위험군은 도박에 과하게 의존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제주센터는 이 비율을 도내 초·중·고등학생 수(8만1000명)에 적용하면 도박 문제로 폐해를 겪는 학생이 무려 4600명(문제군 1600명·위험군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발표한 '2015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서도 도박 문제에 처한 제주 학생 비율은 전국 평균(5.1%·문제군 1.1%·위험군 4.0%)의 2배에 달하는 10.8%(문제군 3.7%·위험군 7.1%)로 심각한 수준을 보인 바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제주센터는 도박 문제로 폐해를 겪는 제주 학생이 무려 4600명(문제군 1600명·위험군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제주센터 제공)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제주센터는 도박 문제로 폐해를 겪는 제주 학생이 무려 4600명(문제군 1600명·위험군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제주센터 제공)

최근 이를 노린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8일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모씨(20) 등 5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SNS에 단기 급전 광고를 올려 도내 고등학생 29명에게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250만원까지 빌려준 뒤 법정이자율(24.0%)을 초과해 폭리를 취한 혐의다.

경찰은 고교생을 상대로 한 대부행위가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무등록 대부업 등 불법 사금융 거래에 대한 연중 단속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김보경 제주센터장은 "도박문제에 처한 학생들을 보면 SNS 또는 지인 관계를 통해 대체로 일주일 마다 원금의 50%를 이자를 내는 방식으로 돈을 빌리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제주도교육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앞으로는 중학교 3학년 이상의 문제·고위험군 학생에 대해서는 부모의 동의를 거쳐 개인별 집중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예방활동을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Queen 김준성기자] 사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제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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