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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의 생활법률 토크] 성폭력 피해자가 법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이재만의 생활법률 토크] 성폭력 피해자가 법적으로 인정받으려면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8.10.04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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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행 비서를 상습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서 피해자다움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주요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피해자가 법적으로 피해자로 인정받기 힘든 세상. 언제 어떻게 위력에 의한 간음 피해자가 될지도 모를 여성이 꼭 알아두어야 할 피해 후 대처법.

이재만(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Q. 이번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무죄 판결로 인해 미투운동의 피해자가 된 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 피해자가 되었을 경우 향후 법적 분쟁을 위해 취해야 할 태도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업무, 고용 등으로 인해서 가해자에게 피해사실을 따지거나 곧바로 업무수행을 거부한다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위력에 의한 간음 피해가 발생한 경우 직장 내에서라면 믿을 만한 직장동료들, 가족들에게 피해 사실을 우선적으로 알리는 것이 한 방법입니다. 주변인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릴 때는 통화보다는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등을 사용하고, 최대한 구체적이고 조리 있게 피해 사실을 명시해야 하며, 통화할 경우 녹음하시기 바랍니다. 가해자로부터의 대화 내용 등은 증거로 사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보관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또한 범죄 피해 당시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 힘들더라도 이를 다시 상기시켜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향후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할 때 신빙성 있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발생했던 사실 그대로를 진술하고, 기억을 과장하거나 덧붙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외 경찰 신고나 고소하는 것에 심적 부담이 커 상당한 시간이 지나버린 후에 할 경우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는 피해자다워야 한다는 뜻인데요. 직장 내 상하관계상 성폭행 피해 후에도 아무 일 없는 듯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하는 경우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는지요?
A.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 직장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범죄 피해를 받은 뒤에도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업무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특히 가해자의 업무상 지시를 받아야 하는 경우라면 피해 발생 이전과 관계의 변함이 없는 것으로 비추어질 위험성이 없지 않습니다. 가해자 지시를 받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피해자가 피해 발생 이후 일상의 업무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오히려 이를 들어 피해 발생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용의 유지를 위해서 직장 내 업무를 유지하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증거수집, 징계 절차, 사법 절차 등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와 주고받은 핸드폰 메시지 내용을 삭제했을 때 이 역시 판결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나요?
A.
피해자로서는 가해자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비롯해 모든 흔적을 지우는 등 감정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가해자로부터 받은 메시지 등은 가해자 처벌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보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안 전 지사의 판결에서도 나오듯 대화 중  일부를 삭제해 문맥을 알아보기 힘들게 하는 경우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하게 만들 수 있고, 대화 내용 일부가 편집되면 증거로서의 가치가 감소합니다.

Q. 마지막으로 성폭력 피해자가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해 무고죄나 협박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피해자를 위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는 피해자의 진술은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하세요.

 

 

 

 

 

 

 

이재만 변호사는...
법무법인 청파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KBS <사랑과 전쟁>부부클리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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