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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北 '상응조치' 美, 동시행동 첫 디딤발
'비핵화' 北 '상응조치' 美, 동시행동 첫 디딤발
  • 김준성 기자
  • 승인 2018.10.08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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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미 국무부 제공)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미 국무부 제공)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함에 따라 북미 양국이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른 상응조치에 대하여 합의한 것으로 파악되며 이른바 '단계적 동시행동'을 원칙으로 한 합의가 수립될 지 여부가 8일 주목된다.

단계적 동시행동은 북미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서로가 원하는 조치를 동시에 맞교환하는 방식의 협상 방식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미국이 주장해 온 '선(先) 비핵화 조치 후 검증에 따른 종전선언 혹은 대북 제재 완화'보다는 북한이 주장해 온 '비핵화 조치와 관계 개선 조치의 동시 교환'에 더 방점이 찍힌 개념이다. 

북한은 과거 북핵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단계적 동시행동에 대해 '원칙'이라는 단어를 붙여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을 요구해 왔다.

북한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6월 13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두 정상이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이룩해나가는 과정에서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북한 매체의 주장과는 달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6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먼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 뒤에 제재를 늦추게 될 것"이라며 북한 매체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 같은 북미의 입장 차이는 이번 북미 '당일치기 협상' 직전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달 29일 제73차 유엔 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도 신뢰 조성에 기본을 두고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행동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언급하며 북핵 문제 협상에서 오랫동안 고수해 온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북한이 요구해 온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의 대전제는 '신뢰 구축'이다. 북한은 서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의 해체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가 대미 신뢰 구축 조치라고 주장하며 미국 역시 '관계 개선과 신뢰 구축'을 위해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전개해 왔다. 

이 같은 북미 대립 기류의 변화 가능성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북미 간 '빅딜 설'이 제기되면서 나왔다.

그리고 청와대는 전날인 7일 폼페이오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 후 발표한 자료에서 북미 협상에서 이 같은 기류 변화가 실제로 있었음을 시사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의 서면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있었으며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라고 언급한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이에 대해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대해 동시에 논의가 이루어지게 된 것은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 접근과 동시행동 원칙을 미국이 마침내 수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무부는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북한의 사후 사찰 수용 관련 내용이 담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 서면 브리핑에서 '단계적 동시행동'이나 '상응조치'에 대한 언급을 내놓진 않았다. 

따라서 북미가 향후 협상 과정에서 단계적 동시행동을 유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의 입장에선 북한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북핵 문제 해결 접근 방식을 전면 수용한 모양새가 되는 것이 부담이다.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세울 경우 그간 북한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해 온 '비밀 핵시설'의 신고 등 대북 압박책에 힘이 빠질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이 비밀 시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기만책이라고 주장하며 압박을 가해 왔는데, 단계적 동시행동이 '원칙'으로 될 경우 향후 북한이 비밀 핵시설을 협상 카드로 삼아 '단계적'으로 공개하며 미국에 '동시행동'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계적 동시행동이 어긋나는 것은 미국의 태도가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진정성이 관건이라는 주장도 만만찮게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단계적 동시행동은 이론적으로는 북미가 첨예한 협상 끝에 타결점을 잘 찾는다면 양측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인 것 역시 사실이다. 

미국은 일단 2차 정상회담 전까지 관련 언급을 피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은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단계적 동시행동을 '원칙'화 하는 어떤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는 '이른 시기에' 개최를 천명한 2차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타결을 공표할 안건에 대한 세부 논의를 실무 협상에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상회담 합의문 혹은 공동성명에 '단계적 동시행동'의 명시화 등에 대한 논의가 불거질 경우 북미 간 첨예한 줄다리기와 진통이 예상된다.


[Queen 김준성기자] 사진 미 국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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