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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때리기 국감 … 호통만 친 국회의원에 야구팬들 분노
선동열 때리기 국감 … 호통만 친 국회의원에 야구팬들 분노
  • 김원근 기자
  • 승인 2018.10.12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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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 인사를 하고 있다.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 인사를 하고 있다.

 

선동열 감독을 증인으로 국감장에 불러 호통으로 일관하던 국회의원들에게 야구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선동열 감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직 국가대표 감독이 국감장에 들어선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손혜원(더불어민주당), 조경태(자유한국당), 김수민(바른미래당) 의원이 선 감독을 증인으로 신청해 채택됐다. 이들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선발에 문제가 있다며 선 감독을 국감장으로 끌어냈다.

아시안게임이 야구 선수들의 병역 면제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난은 대회 전부터 시작돼 대회 기간, 금메달로 대회를 마친 뒤로도 계속됐다. 이는 선 감독을 향한 부정 청탁, 비리 의혹 등으로 번졌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지켜본 야구팬들은 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본질을 벗어난 질문으로 일관했기 때문. 질문의 수준도 낮았고, 근거도 부족했다. 그저 말자르기, 호통으로 선 감독을 망신주려는 모습만 부각됐다.

먼저 질문에 나선 김수민 의원은 '퀴즈쇼'를 준비했다. A선수와 B선수의 성적을 담긴 패널을 보이며 선 감독에게 어느 선수를 뽑겠느냐고 물었다. 선 감독이 "성적은 B가 좋지만"이라며 설명을 하려 하자 김 의원은 말을 자르며 선택을 종용했고, 결국 선 감독은 "B선수"라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기다렸다는듯 A,B 선수의 이름을 공개했다. B는 김선빈(KIA), A는 논란의 주인공 오지환(LG)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패널에 적힌 성적은 2017년의 것으로 이번 논란과 크게 관련이 없는 성적이었다. 김 의원이 성적을 기준으로 선수 선발을 문제삼으려면 선발 당시 성적을 비교했어야 했다. 그러나 선발 당시 오지환은 유격수 중 김하성(넥센)에 이어 가장 좋은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이 밖에도 김 의원은 "오지환이 작년 11월에 상무 입대를 포기했다. 언질이 있지 않고서는 대체 복무 기회를 스스로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오지환과 미리 교감했느냐"고 정확한 증거 없이 그저 의혹 수준의 질문을 계속했다.

손혜원 의원의 질문은 인신공격에 가까웠다.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겠다고 직접 나섰나 아니면 누가 먼저 얘길 했나'를 시작으로 '연봉이 얼마냐', '근무시간이 어떻게 되나'라고 질문을 쏟아냈다.

이는 야구팬들의 공분을 샀다. 선 감독이 "2억원"이라고 연봉을 공개하자 손 의원은 "판공비는 무제한이라고 알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또한 증거 자료는 없었다.

선 감독이 TV로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들을 체크하는 것도 문제삼았다. 현장에서 보는 것보다 TV로 프로야구 5경기를 한꺼번에 보는 것이 선수들을 파악하기는 더 편하다는 선 감독의 설명에 손 의원은 "너무 편한 감독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야구장 직관은 응원의 재미를 느낄 수는 있지만 야구를 자세히 분석하며 보기에는 TV 시청이 더 낫다'며 손 의원의 야구 전문성 결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야구 행정 문제를 현장 지도자인 선 감독에게 추궁하는 것도 적절치 않았다. 오래전부터 야구계 안팎, 언론에서 필요성을 주장해 마침내 도입된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KBSA)의 짬짜미로 치부한 것도 어불성설이었다.

손 의원은 급기야 "선 감독이 할 수 있는 결정은 두 가지 밖에 없다"며 "사과를 하든지 사퇴를 하라. 이대로면 2020년까지 버티기 힘들다"고 사퇴를 종용했다. 선 감독은 "소신있게 뽑았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선 감독의 사과는 이미 이루어졌다. 국감장에서 선 감독은 "선수 선발은 소신껏 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시대적 흐름과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은 죄송하다. 경기에 이기려고만 한 점은 죄송스럽다. 행정, 사회적인 것들을 몰랐기 때문에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Queen 김원근기자][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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