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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실효성 의문 ··· "배기량 큰 차량 · 정유사만 혜택본다"
유류세 인하 실효성 의문 ··· "배기량 큰 차량 · 정유사만 혜택본다"
  • 김준성 기자
  • 승인 2018.10.24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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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해 유류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정유사만 배불리고 국제유가 계속 올라 가격 인하 이상으로 유류가격이 오르면 유류세 인하 효과가 상쇄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10년 만에 유류세를 인하하기로 하자 역진성과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류세 인하만큼 정유사나 주유소가 휘발유 가격을 낮추도록 하는 강제조항이 없어 결국 정유사만 배불리는 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가격인하가 이뤄지더라도 국제유가 상승이 계속돼 가격인하 이상으로 기름값이 올라 유류세 인하효과가 상쇄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모든 차량이 유류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많이 드는 비싼 배기량이 큰 차량주가 최대 수혜를 볼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된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가 가격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오는 11월6일부터 내년 5월6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휘발유·경유·LPG 등에 붙는 유류세가 15% 인하된다.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휘발유의 경우 리터당 123원의 가격이 인하되고 경유와 LPG는 각각 87원, 30원의 가격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류세는 휘발유값의 47%를 차지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를 더하면 휘발유값 중 세금 비중은 56%로 올라간다. 휘발유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낮출 경우 휘발유값이 낮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구조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가 실제 유류값 인하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유류세 인하로 유류가격이 인하되더라도 유류세 인하분만큼 100% 가격인하가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 평소 유가가 오를 때는 유류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유가가 내릴 때는 실제 주유소 가격인하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정부는 이에 대해 정유사로부터 매일 가격보고를 받아 유류세 가격인하분이 제때 반영되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모니터링을 강화해도 시장에서 결정한 가격까지 제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정유사, 주유소 간 가격 담합여부에 대한 모니터링도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6개월 단기간 이뤄지는 정책기간동안 이를 적발해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유사들의 가격조정도 문제지만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유류세 인하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실이 한국석유공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8년 3~12월 국내 휘발유값은 평균 리터당 1703원을 기록했다. 그해 정부가 유류세를 10% 인하하기 전 1~2월 평균 휘발유값 1653원보다 50원(3%)이나 상승한 가격이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가 리터당 100달러 넘게 상승하면서 유류세 인하분을 상쇄해 가격인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외부기관의 전망을 볼 때 올해의 경우 2008년과 같은 국제유가의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아 유류세 인하가 상쇄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계 정세를 감안하면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애초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10%대가 아닌 30%로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성엽 의원은 지난 19일 열린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유류세 10% 인하로는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세금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며 "(유가 상승에 따른 상쇄분을 감안해)유류세 인하폭을 30%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류세 인하로 인한 역진성 문제도 국감에서 지적된 바 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모든 차량에 똑같이 15%의 유류세를 인하해주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고가의 연료탱크가 큰 배기량이 큰 차량일수록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유류세 인하가)서민대책이 아니라고 본다"며 "조세정책이 소비효과도 갖고 친환경적인 구상도 돼 있는데 (이번 유류세 인하는) 일종의 표를 의식해 (인기에)편승한 조세정책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차량 배기량이나 가격에 따라 유류세 인하를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 내에서도 서민층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유류세를 환급해주는 방식이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소득 역진적인 측면은 세제혜택 전체를 보고 하는 건데 일단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측면에서 보면 (유류세 인하로)저소득층일수록 가처분소득 늘어나는 효과가 클 것"이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소득에 따라서 유류세를 환급해주는 것이지만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Queen 김준성 기자][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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