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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 '종북·주사파' 지칭, 명예훼손 아니다"
대법 " '종북·주사파' 지칭, 명예훼손 아니다"
  • 김준성 기자
  • 승인 2018.10.30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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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30일 이춘식씨(94)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기 위해 착석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30일 이춘식씨(94)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기 위해 착석하고 있다.

 

대법은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 등의 표현으로 타인을 지칭해도 명예를 훼손하는 위법행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49) 부부가 보수논객 변희재씨(44)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지 4년여만이다.

쟁점은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 등 표현이 이 전 대표 부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하는지 등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8대5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원합의체는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허용되지 않지만, 정치적 표현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거나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공허하고 불안한 기본권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또 언론에서 공직자 등을 비판하거나 정치적 반대의견을 표명하며 사실 적시가 일부 포함된 경우에도 불법행위의 책임을 인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전원합의체는 "'종북' '주사파' 등 용어가 사용됐으나 이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할 경우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변씨는 2012년 3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 전 대표와 배우자인 심재환 변호사(60)에 대해 '종북 주사파' '종북파의 성골쯤 되는 인물'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이자 이데올로그' 등 표현이 담긴 글을 올렸다.

뉴데일리와 조선닷컴, 조선일보는 변씨 트위터 글을 인용해 기사를 썼고, 이 전 대표 부부는 변씨와 언론사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2012년 4월 소송을 냈다.

2013년 5월 1심과 이듬해 8월 2심은 이 전 대표 부부 손을 들어줬다. 변씨에겐 1500만원 배상을, 뉴데일리와 조선닷컴 및 조선일보엔 500만~1000만원 지급과 일부 정정보도를 하라고 선고했다.

2심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 특정인이 주사파,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돼 명예가 훼손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2014년 9월 대법원에 접수돼 소부에서 논의되다가 올해 6월18일 전합에 회부됐다. 전합은 4개월여 심리를 거쳐 타인에 대해 '종북' 등 표현을 쓰는 것은 명예를 훼손하는 위법행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박정화·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표현의 자유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박 대법관 등은 "한국사회에서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 용어는 그 입장으로 규정된 사람들을 민주적 토론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공격수단으로 사용돼온 측면이 있다"며 "이런 표현을 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Queen 김준성 기자][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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