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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문석현 박사의 특별한 자녀 교육법
인공지능 시대, 문석현 박사의 특별한 자녀 교육법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8.11.06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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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실패, 혼자서 일어나는 아이가 성공하는 미래세상”

 

문석현 박사.
문석현 박사. 데이터경영연구소장.


문석현은 카이스트 출신 인공지능 박사다. 넥슨과 쿠팡 등 인터넷·게임 서비스 기업에서 비즈니스 데이터 과학자로 일하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지금은 데이터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과거 저서 <빅데이터> 등으로 전문성과 대중성을 함께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런 그가 불현듯 또 다른 저서 <미래가 원하는 아이>를 펴내며 자녀 교육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지금 그가 하필이면 자녀교육에 대한 소재를 꺼내 들었을까?

이에 대해 그는 이제 갓 40개월에 접어든 사랑스러운 딸을 바라보며 아이들의 미래를 깊이 고민하는 부모들과 함께 생각하고 공감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데이터 과학자인 그가 불쑥 자녀교육 이야기를 꺼낸다니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한 사람도 있을 터.

“맞아요. 그러나 저는 데이터 연구가로서 누구보다 먼저 미래를 봤습니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눈부신 혁신이 일어날 미래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구글, 페이스북 등 소프트웨어 기업이 세상을 선도하고 있지 않은가.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가 미래를 보는 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미래 사회 구조와 직업 세계를 전망, 그 안에서 우리 아이들이 잘 적응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승자독식, 더 혹독할 미래

그렇다면 그가 미리 들여다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이 어지간한 일자리를 대체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사항이다. 같은 의사라도 치료법을 개발하는 의사와 매뉴얼을 반복하는 의사 간 보상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입시 점수를 올려 명문대에 합격하는 길만 정답으로 삼는 현재 성공 방식도 모조리 깨지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게임 룰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더욱이 미래엔 승자독식 사회의 경향이 더 굳어질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예전에는 어느 분야든 꼭 1등이 아니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빌미가 있었어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음악가라도 몸은 하나이므로 전국의 공연을 다 커버하기란 어려웠지요. 그러나 어마어마한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아이튠즈, 멜론 등 핸드폰 앱을 터치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잖아요.”

이로써 2등 음악의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갈수록 1등과 2등 간 격차는 더 심해져 음반 제작도, 인지도도, 공연도 모두 1등한테만 몰리게 됩니다. 실제 실력은 큰 차이가 없는데도 2등은 관객이 없으니 재투자가 안 이뤄지고 음반도 못 만들지요.”

대신 종목이 더 다양해진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짜야 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그 대신 게임 종목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격투기를 한다고 하면 복싱 프로선수가 되어 먹고사는 방법밖에 없었다. 자신과 같은 체급에서 남보다 못하면 평생 빛을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꼭 복싱이 아니어도 이종 격투기 등 종목이 다양해지지 않았는가. 굳이 복싱에만 목맬 필요 없이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는 분야를 찾아 그 안에서 1등을 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성공한 회사로 현재 구글이 있다는 문석현 박사. 1990년대 소프트웨어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꽉 잡고 있었다. 오피스 같은 운영체제를 만드는 일에서만큼은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를 이겨낼 회사는 없었다. 이에 구글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길을 틀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검색 엔진 서비스로 승부를 보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구글은 현재 그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만약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이기려고 했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에 그는 미래 사회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새로운 기회를 찾는 데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구글처럼 블루오션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통찰력을 키우는 게 제일 주효하다는데….

“거기에 몇 가지 조건이 붙어요. 첫째 다른 사람이 아직 뛰어들지 않은 분야여야 하고, 특히 1등이 잘 안 하고 있는 일이어야 해요. 그리고 세 번째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어야 하지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냐? 이 세 가지를 깊이 생각해보세요.”
 

 

자녀에게 도전할 기회를 만들어주어라

참 안타깝게도 현재 학교는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데 인색하다.
“저도 어른이 되어서야 시작한 고민인걸요.”

요즘 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아이들의 진로교육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명문대, 고시 합격만을 중요시했던 부모 세대의 성공 공식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금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게 도와주는 거예요. 만약 자녀가 저와 같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실제 과학자를 만나게 해주면 됩니다. 아이가 직접 그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과학자라는 직업의 장단점을 미리 깨우치게 하는 거지요.”

그 역시 선견지명이 있었던 부모 덕에 어릴 적 여러 직업인을 만났고, 지금의 과학자로 꿈을 바꿔 이룰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당시 만났던 변리사가 해준 조언은 지금 그가 경력을 쌓은 뒤 새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기 전에는 제대로 모른다는 점이에요.”

그도 우연한 기회로 자신이 수학이나 과학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의 학창 시절 어느 날, 갑자기 전교에서 5등 안에 드는 학생들만 모아 시험지 세 장을 던져준 선생님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그를 포함한 다섯 명의 학생들에게 무작정 수학과 과학 문제를 풀어볼 것을 지시했다. 그로서는 한 번도 듣지도 본 적도 없는 문제라 무척 당황스러웠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몇 문제는 풀어 볼 만해서 답안지에 대충 긁적긁적하고 나왔다. 며칠 뒤 선생님이 그를 불러 수학 과학 경시대회 학교 대표로 선발됐다며 통보했다고 한다. 실제 서울시에서 진행됐던 경시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

“결국 우리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뭔가 도전해볼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매우 중요해요. 혹여 아이가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면 마음껏 해볼 수 있게 해주세요. 본인이 직접 부딪혀보면 자기가 이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감이 옵니다. 당장 성과가 안 나오지만 조금만 더 하면 될 듯싶을 때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계속 도전하도록 격려도 하고요. 그런데도 세상에 자신보다 게임을 더 잘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본인이 느낀다면 그냥 취미로 남기든지 혹은 게임 중계자로 진로를 틀어볼 수도 있어요. 이러한 경험은 어려서부터 하게 해줘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라

이때 부모는 가급적 개입하지 않고 지켜만 봐야 한다고 그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실제 그가 딸에게 적용하고 있는 교육법이기도 하다. 설사 아이가 길을 가다가 넘어져도 절대 부모가 직접 일으켜 세워줘서는 안 된다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저는 아이가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요. 이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매우 중요한 습관입니다. 특히 미래 사회에서 아이들은 무지하게 실패를 경험해야 할 거예요. 그때 빨리 털고 일어나 다시 도전하는 사람에게 경쟁력이 있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일찍이 회복 탄력성을 키워주려는 까닭입니다.”

제가 묘사하는 세상이 조금 무섭게 다가올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것이 제가 실제로 살았던 세상이고, 또 미리 알고 준비하면 충분히 즐겁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제 이야기가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그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래요.”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촬영 협조 카페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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