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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그 날의 반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그 날의 반전'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8.11.23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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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한국의 풍경을 택배기사가 물품 수거하듯 파인더에 담아와 사람들의 마음에 배달하다.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풍경사진 시리즈 '풍경이 마음에게'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풍경사진 시리즈 '풍경이 마음에게'

 

영화 '닥터지바고'를 보면서 설원을 달리는 기차 곁으로 끝없이 이어진 자작나무 숲이 참 이국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원도 인제 원대리에도 대규모 자작숲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사진을 찍으러 세 번 다녀왔다.

며칠 전 세 번째로 들렀을 때는 자작나무 숲 주차장을 2킬로미터 쯤 남겨둔 지점에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라이트와 비상 깜박이는 켜둔 채로 시동을 끄고 사진을 찍고 돌아왔더니 밧데리가 방전되어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그 때 멀리에 보이는 자작나무 숲 언저리에는 아침 안개가 머물고 있었다.

자작숲과 안개는 사진적으로 쉽게 만날 수 없는 조합의 장면이라 빨리 가서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보험사 출동서비스를 불러놓고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보통 이 십분 정도면 도착하는데 그 날의 위치가 시내와 너무 멀리있어서 그랬는지 무려 사십 여 분이 지나서야 서비스 기사가 왔다.

다시 시동이 걸린 차를 운전해 얼른 가려는데 밧데리가 방전된 차는 사십 분 정도 시동을 끄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차를 주차장에 대고 오늘은 운수가 나쁜날 이라고 생각하며 안개가 점점 옅어져 가는 자작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동을 켜둔지 삼십 분이 지날 무렵 삼십 분이나 사십 분이나 무슨 차이가 있으랴 싶어서 시동을 끄고 카메라 가방을 등에 메고 주차장에서 숲까지 사십 분 남짓의 산길을 뛰듯이 올라가 드디어 숲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렇게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했던 안개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앞 전에 두 번 왔을때 보았던 것과 별반 다를것이 없는 숲을 거닐며 사진을 몇 장 담고 있는데 숲 뒤의 산등성이 위로 떠오른 해가 자작숲을 비추어 숲은 일순간 순백의 설원처럼 변했다.

앞서 두 번 왔을때는 사람들이 몰려오는 시간을 피해 아침 일찍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내려와서 햇살이 숲에 드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차가 말썽을 부려 시간이 지체되어 북향의 숲 뒤 높은 등성이 위로 하루 중 잠깐 지나는 해를 만나는 행운을 갖게 된 것이다.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서 자작이라고 불리는 자작나무는 껍질이 흰색이라 그늘에 있을때는 보이지 않았던 진면목을 햇살을 받으며 비로소 보여주었다.

어두운 원경을 뒤로 하고 강한 콘트라스트를 보이며 서 있는 하얀 나무들은 여기가 한국이 맞나 할 정도로 이국적인 장면을 내게 선물했다.

반전이 있던 날이었다.

 

 


글 사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김도형의 서정적 풍경사진 인스타그램 갤러리 ID: photol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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