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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우리 아이, 공부의 문은 무엇으로, 어떻게 열어야 할까?
초등학생 우리 아이, 공부의 문은 무엇으로, 어떻게 열어야 할까?
  • 최영득 원장
  • 승인 2018.12.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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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정책과 교육 판도가 바뀌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우리 때하고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려고 하니 바뀐 것이 없다. 사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중에도 같은 고민이다. ‘국영수 신경 쓰고 그 다음에 무얼 해야 하지?’, ‘국영수는 우리 때처럼 하면 될까?’라고. 또, ‘영어는 영어 유치원 다녔으니까 브랜드 학원 하나 보내지 뭐, 파닉스를 더 해야 하나?’, ‘수학은 연산 문제를 열심히 풀게 해야지, 교구 수학은 이제 끊어야 하나?’, ‘국어는 조금 여유가 있으니까 방문 학습지 정도면 되겠지, 독서 학원을 보내볼까?’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지만 변한 건 없다. 갑자기 수험생이 된 듯 예체능은 뒷전으로 보내고 국영수 중심으로 학원을 선택한다. 기본 하나에 선택 메뉴 하나 고르는 세트 메뉴마냥 선택을 하면 그래도 좀 안심이 된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고민.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의 방향이 조금 잘못되었다. 교과목 선택, 학원, 공부 우선 순위에 집중하지 말고 우리 아이의 학습 역량 그 자체에 집중해보자.
 

[교육부 홍보 브로셔-2015 개정교육과정 中]
[교육부 홍보 브로셔-2015 개정교육과정 中]


교육부에서 이야기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을 정리하자면, (융합) 소양으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컴퓨팅 사고력)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두루 갖춘(R&E) 창의융합형 인재(진로)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다. 이 중 어느 곳에도 국어, 영어, 수학은 찾아볼 수 없다. 교과목에 대한 분위기 자체를 느낄 수가 없다.

당연하다. 지금까지의 교육으로 학업 성취도는 ‘too much’다.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다. 문제는 ‘성취도’가 아니라 ‘흥미도’에 있다. 그리고 2015 개정교육과정의 변화는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하고 참여 활동을 강화하여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시키자. 이는 ‘즐거움과 깨달음, 감동이 있는 교육’과 같은 맥락이다.
 

TIMSS(수학, 과학 학업성취도 국제비교평가) 2011: 초등학교 50개국, 중학교 42개국
TIMSS(수학, 과학 학업성취도 국제비교평가) 2011: 초등학교 50개국, 중학교 42개국

 

그렇다면, 우리도 포커스를 바꾸어야 한다. ‘무엇을’ 공부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학습 역량’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통합’이 있다.

흥미도를 높이고 다양한 활동을 도모하며, 수행하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는 ‘융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영어로는 ‘Convergence’.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해지거나 그렇게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어렵다. 수능 문제에서도 융합 문제는 가장 뒤쪽에 아니면 ‘킬러 문항’이라며 이공계 지식이 담긴 지문을 넣어 괴롭게 한다. 그런데 2015 개정교육과정을 준비하며, 시원한 답이 생겼다.

“공부를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분리했길래, 다시 합치는 융합의 과정을 거치느라 학생들이 고생을 할까?” 그래서 학습이 묶였다. 말 그대로 통합시켜, 통합 교과서가 나왔다. 초등학교 1, 2학년의 통합 교과서뿐 아니라 융합과학, 융합사회라 칭했던 고1 과정의 교과서도 통합과학, 통합사회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인사이트(Insight)가 생긴다.

바로, 현실은 모든 것이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유도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채 교과목으로 구분해보니 괴로운 암기형 공부가 된다는 것이다.

[융합교과의 구성 中 봄]
[융합교과의 구성 中 봄]

 

위처럼, 실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학습하는 ‘봄’ 통합 교과서를 보면 학부모 세대에서도 볼 수 있던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이 계절에 맞게 녹아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예전 교과서에는 뒤에 ‘생활’이 붙어 있었음에도 그다지 ‘나의 생활’과 연관되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학생의 시간(봄, 여름, 가을, 겨울)과 공간(학교, 가족, 이웃, 우리나라) 요소를 그대로 학교에 옮겨왔다고 할 수 있다.

통합∙융합 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아래와 같은 표를 제시하였다. 여기에서 중요한 단어는 ‘경험적 학습’과 ‘통찰력’이다.

[한국교육개발원- 디지털/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융합구조]
[한국교육개발원- 디지털/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융합구조]

앞서 말한, 시간과 공간적 요소에서 경험한 것을 기본으로 학생들이 학습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학적으로는 이를 ‘구성주의’라고 표현한다. 생활하면서 경험적으로 느껴야 하는 것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다면, 흔히 이야기하는 연애를 글로 배운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때문에 아이와 함께하며 많은 것을 보여 주며 들려 줄 필요가 있다.

‘어떠한 공부를 시킬 것인가?’ 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고 싶게 만들까?’가 중요해진 것이다.

아이에게 다양한 공간을 열어 주어야 한다. 공부를 하고 싶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내가 아이의 공부를 선택해서 넣어 줄 필요는 없다. 단지 ‘통찰력’을 키워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려면 ‘궁금증’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답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때 꼭 필요한 부모의 역할이 있다. 바로, ‘좋은 질문’.

이번 겨울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면, 좋은 질문들을 아이에게 해보자. ‘’추운 것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미세먼지가 무엇일까?”, “꽃이 다 없어졌는데 내년 봄에는 어떻게 꽃이 다 나타날까?” 책에서 정보를 얻고 싶어지면 스스로 국어, 영어 공부를 원하게 될 것이다. 학원을 보내달라고 할 수도 있다. 원리가 궁금하면 실험해 볼 수도 있다. 그렇게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게 된다.

‘어떤’ 공부보다는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궁금증을 만들어 주고 방법을 찾아주고, 사용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학습 방법이 중요하다. 계산하고 암기하는 것은 아이들이 컸을 때, 옆에 있는 인공지능이 답을 줄 테니까.

글 사진 최영득(와이즈만 압구정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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