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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군불의 추억'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군불의 추억'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8.12.07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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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한국의 풍경을 택배기사가 물품 수거하듯 파인더에 담아와 사람들의 마음에 배달하다.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과 이야기)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풍경사진 시리즈 '풍경이 마음에게'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풍경사진 시리즈 '풍경이 마음에게'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나는 여름이면 소꼴 먹이기, 겨울에는 군불 때면서 쇠죽 끓이기가 내 임무였다.

여름에 풀이 지천으로 널린 둑에 소를 메어놓고 친구들과 천에서 수영을 했다.

그 천의 깊은 곳은 우리의 키보다 깊어서 다이빙을 할 수 있었고 당시 티비 드라마로 방영된 '타잔'의 주인공 타잔처럼 절대 머리가 젖지 않는 자유형 수영 시합을 하기도 했다.

긴긴 여름해가 뉘엿해지면 우리는 용돈벌이에 나섰다.

천의 얕은곳 진흙 속에는 우리가 '태평조개' 라고 불렀던 손바닥 만한 조개가 있었는데 그 조개를 캐어다 자개농의 장식을 위해 조개껍질을 가공하는 공장에 가져가면 후하게 돈을 줘서 여름 한 철 우리는 부자였다.

계절이 바뀌어서 겨울이 오면 뒷산에서 바람에 떨어진 갈비(소나무 잎)를 까꾸리(갈퀴)로 긁어모아 집으로 와서 쇠죽을 끓이며 군불을 지폈다.

쇠죽이 끓으며 냄새가 올라오면 외양간의 어미소는 음메 하며 쇠죽을 빨리 달라 보챘다.

안동에 소재한 경북도청에 일이 있어서 지나는 길에 산 아래 외딴집에서 군불을 때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다가가 폰으로 몇 장 담았다.

비록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포근했던 고향 마을이, 물장구 치고 놀던 그 천이, 워낭소리 내며 둑길에서 풀을 뜯던 우리 어미소와 새끼, 조개를 팔아 번 돈으로 '소년중앙'을 사서 봤던 그 감질맛 나던 연재 만화가, 온통 그립다.

 

 

글 사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김도형의 서정적 풍경사진 인스타그램 갤러리 ID: photol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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