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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며… 원영스님이 묻는다 '지금 어딜 가고 있나요?'
한 해를 보내며… 원영스님이 묻는다 '지금 어딜 가고 있나요?'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8.12.11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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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스님이 묻는다 '지금 어딜 가고 있나요?'
원영스님이 묻는다 '지금 어딜 가고 있나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그 매력에 쉬이 빠져든다는 원영 스님. 특히 지난 가을, 차창 위에 떨어진 메마른 낙엽 한 장이 스님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나뭇잎은 지면 땅으로, 흙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더군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스님, 지금 어딜 가고 있어요?’라고 이 나뭇잎이 제게 묻는 것 같았어요.”

6년 넘게 BBS불교방송 라디오 <좋은 아침 원영입니다>를 진행하는 방송인이자 학자, 수행자임에도 여전히 세속과 출가의 경계에서 서성인다는 원영 스님. 참으로 솔직담백한 스님은 여느 평범한 사람들처럼 올해 마흔다섯 살을 보내며 유독 생각이 많아졌다고 고백했다.

“무엇인가 한 템포 쉬어가야겠다 싶었는데 딱 계기가 왔어요. 어쩌면 우리도 나뭇잎처럼 자연스럽게 돌아갈 길이 정해져 있을지 몰라요. 그런데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싶어서 마음이 울컥하고, 가슴이 콱 막히는 것 같았지요.”

‘그동안 내가 무엇을 놓치고 살았지?’, ‘지금까지 무심코 스쳐 지나 간 것이 뭘까?’, ‘무엇을 무시하며 걸어왔을까?’ 40대 중반, 인생에서 한번 꺾이는 시기에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다시 삶의 방향키를 조정하고 있다고 스님은 이야기했다.

삶을 잠시 멈추다

스님은 그 기록들을 담아 최근 에세이 <삶이 지금 어딜 가느냐고 불러세웠다>를 펴냈다. 스님이 매일 매 순간 느낀 단상을 일기처럼 엮은 소소한 글들은 4050 세대들의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자신이 지금 어딜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결혼, 출산 후 익숙하지 않은 엄마 역할을 부랴부랴 소화해내고 있는 워킹맘들이 대다수다. 회사 일에, 남편 뒷바라지에, 육아에 경황없이 살다 보면 정작 자신은 없어지고 마는 순간이 오지 않는가.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나름 보람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래, 이런 고민을 나만 하는 게 아니었구나’라는 마음에서요.”
어떻게 보면 그동안 열심히 살았던 탓에 이 책 제목에 끌리는 이들도 많았을 터.

“맞아요. 그래서 저도 그분들께 정말 애썼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자기 삶이 없어졌다고 해서 지금껏 잘못 산 것은 절대 아니에요. 자신 덕분에 평온한 가정이 있을 수 있었잖아요. 모든 일에는 헛됨이 없습니다.”

다만 한 번쯤은 자기 인생을 돌아볼 시간은 꼭 필요하다고 스님은 강조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많은 이들이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를 쓸데없이 걱정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스님은 제아무리 좋은 말도 모두에게 통하지는 않는다고 단단히 짚었다.

“‘나는 나중에 어떻게 될까?’, ‘과거에는 내가 이랬는데…’라는 생각을 저도 하는걸요. 과거에 집착하면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므로 나쁜 거예요. 지난날을 반조해 보고, 거기서 무엇인가 교훈을 얻었을 땐 바로 삶에 적용하며 살아야지요. 미래에 대한 불안, 두려움도 매우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열심히 살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가을이 되면 추위가 걱정되는 게 당연한걸요. 그 생각에 너무 얽매인 나머지 현실에 충실할 시간, 인생을 낭비하는 것에만 주의하면 됩니다.”
셀 수 없이 갈팡질팡하는 게 인생이랬다.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오히려 문제는 그보다 ‘번뇌’에 있다. 지금, 자기 삶의 방향키를 재조정하려는 이들은 어떻게 하면 번민, 잡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늘 근본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해요. 생각은 늘 나무 아래 밑동, 큰 줄기, 작은 가지들의 패턴을 보이지요. 번뇌란 큰 기둥은 놓아버리고 작은 가지들에만 집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스스로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일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지금 기본에 충실하고 있는가?’ 그럼 곧 답이 나올 거라고 봐요.”

이를 위해 명상이나 요가를 하는 현대인들이 많지만 사회 생활 하며 짬을 내기도 힘든 이들에겐 아예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할 것을 스님은 권했다. 일상에서 큰 틀은 유지하는 선에서 조금씩 가지치기를 해나가는 것이다.

소박하고, 단정하게

마음에도 공간이 필요하듯 삶에도 어느 정도 여백은 필수다. 집 안 냉장고가 가득 차 있을 때 답답함을 느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터. 방안에도 왠지 빈 벽이 있어야 마음이 편하지 않은가. 이 때 크기는 전혀 상관이 없다. 소유욕만 버리면 된다.
“무엇인가 정리정돈이 안 돼 있으면 어쩐지 마음도 어수선하지 않나요? 삶에도 여백을 줘야 해요. 소박하고 단정한 삶. 그래야 자유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지요.”

어릴 적 어머니가 부부싸움 후 화를 표현할 길이 없어 집 찬장에 있는 그릇들을 다 빼 깨끗이 씻은 후 다시 정갈하게 넣어두던 모습이 생각나 마음이 짠하다는 원영 스님.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다면 쇼핑이라도 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을 텐데요. 그 옛날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네요. 가슴 속 한을 집안 정리로밖에 풀 수 없었던 인생. 대체로 그 당시 어머니들이 다 그랬지요.”

더 큰 그림을 보려면
 

원영스님.


소박하고 단정한 삶을 꾸리면서도 생의 우아함은 결코 놓치지 않는 원영 스님. 모든 사람이 무엇인가 비우고 버린 뒤 더 아름다운 것들로 충만했으면 좋겠다는 스님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운 시선을 거두는 법이 없었다. 그럼에도 아직 자기만의 답을 찾기 어렵다면 ‘떠남’으로써 자신의 삶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 생각에 갇혀서 일을 판단하곤 한다. 즉 모든 것의 기준이 자기 자신일 때가 많다. 한 개인이 부딪친 문제, 헤어날 길 없다고 느낄 만큼 꽉 막힌 문제, 그런 것들을 풀기 위해선 일단 거리를 두어야 한다.

“떠나보아야만 알 수 있어요. 어차피 해결책은 자신이 경험한 것 중에서 제일 낫다고 판단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찾아내기까지는 시간과 거리가 있어야 해요. 문제가 생겼을 땐 일단 떠나보아야 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얼굴을 너무 들이밀고 들여다보면 잘 보이지 않는 법이지요. 마음의 거리, 육체의 거리를 일정 수준 유지해야 객관적으로 더 잘 볼 수 있답니다.”

자신이 머문 곳에서 떨어져 바라보면 시야 확보가 더 잘 된다. 이는 자신의 삶, 직장, 연인, 친구, 동료, 인간관계 모두가 그렇다. 더 큰 그림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 일 역시 엄청난 용기가 요구된다는 이들이라면 스님이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보자.

“이태리에 가면 소원을 들어주는 동상이 하나 있대요. 그곳에서 어떤 사람이 매일 같이 로또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빌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동상이 그 사람에게 성질을 막 내더래요. ‘야 이놈아 로또부터 사! 기도만 하지 말고!’라고요.(웃음) 그 말은 우리가 무엇인가 해내려면 그 방향으로 한걸음 내디뎌야 한다는 뜻이에요. 되든 안 되든 말이에요. 새해에는 모두가 1cm만이라도 좀 더 용기를 내셨으면 합니다.”

올해 서울 청룡암으로 절을 옮기고 스님 인생 처음 주지 스님을 맡아 어깨가 사뭇 무겁다는 원영 스님. 한 해를 보내며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다시 되잡았다는 스님이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전한 말씀이 꽤 큰 울림으로 남았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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