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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 유족, 피의자 상대 손해배상 패소
'이태원 살인사건' 유족, 피의자 상대 손해배상 패소
  • 김준성 기자
  • 승인 2018.12.13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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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고(故) 조중필 씨의 유족들이 가해자인 아더 존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김동진)는 13일 조씨의 유족이 아더 존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족 측의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본안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본안을 판단한 후 기각 결정을 내리는 것과는 다르다.

유족 측은 "패터슨과 리는 살인사건 가해자로서의 책임이 있고, 특히 패터슨은 미국으로 도주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총 6억3000여만원을 청구하는 내용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확정된 재판의 판단이 있을 경우 이와 모순되는 주장은 부적법하다고 보는 '기판력'에 근거해 유족 측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패터슨과 리는 살해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유족 측의 주장에 대해 "지난 2000년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인용한 판결이 있었다"며 "이번 소송은 당시 소송과 동일하기에, 이미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다시 동일한 소송을 제기한 건 부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이 패터슨에 대해 "미국으로 도주해 진실을 은폐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에 대해선 "검사가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를 했기에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된다"면서도 "패터슨이 이를 이용해 미국으로 출국한 행위 자체를 민법상 불법행위라고 보긴 어렵다"며 기각했다.

패터슨과 리가 조씨를 찔러 살해한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도 "1998년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리의 경우 범행을 실행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판결이 확정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 이후 패터슨이 조씨를 살해했고 리는 이를 공모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새로운 사실관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과거에 원고 패소 판결한 사건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어서 기각한다"고 밝혔다.

조씨의 어머니인 이복수씨는 선고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사건이 한번 종료됐다고 해도 패터슨은 형사재판도 받지 않고 도주했는데, 민사소송을 해서라도 보상받아야 하지 않겠냐"며 "내 나라에서 억울하게 죽었는데 국민을 위해 법이 하는 게 무엇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 측 대리인인 하주희 변호사는 "가해자들에게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당연히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 소송을 진행한 것"이라며 "(별건으로 진행 중인)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선 충분한 배상을 받길 원하고, 이 소송은 어떻게 할지는 의논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3일 조씨가 이태원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현장에 있던 2명 중 에드워드 리만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혐의로만 기소했다.

하지만 리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유족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지만 그는 이미 출국한 뒤였다. 법무부는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한 지 16년 만인 2015년 9월 한국에 데려왔고, 2017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유족 측은 "검찰의 늑장 대응으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 늦어졌다"며 국가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3억6000만원의 지급 판결을 받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1999년 패터슨을 출국정지 조치했지만 담당 검사가 실수로 출국정지 연장 기한을 놓친 틈을 타 패터슨은 미국으로 도주했다.


[Queen 김준성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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