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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1월호 -그림이 있는 아뜨리에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1월호 -그림이 있는 아뜨리에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1.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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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1월호
1990년 11월호 -그림이 있는 아뜨리에/김창렬화백
1990년 11월호 -그림이 있는 아뜨리에/김창렬화백

 

해맑고 투명한 삶의 이미지

김창렬

'물방울 작가' 김창렬(61)화백. 20년 가까이 물방울을 그려온 그의 고집은 아직껏 변함이 없다. 김창렬화백엑 있어 물방울, 좀더 정확하게 말해서 물방울의 '허상', 즉 '공간 속에 실재성을 지니지 않고 있는 이미지'가 그의 회화 세계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는게 미술 평론가 이일씨의 지적이다.

물방울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탄생된 것은 아니다. 서울 미대 재학중 6.25를 경험한 김창렬 화백은 전쟁의 상흔과 울부짖음·분노를 캔버스에 담고자 했다. 떨어져 나간 살점을 화폭에 옮겼던 것이 점차 나프탈렌처럼 하얀 구형(球形)으로 변했다가 69년 파리에 정착하면서부터 점액질 물질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투명해지면서 물방울이 된것.

평온함·맑고 투명한 이미지를 주는 물방울이 전쟁의 상흔에서 출발했다는 게 여간 아이로니컬하지 않다. '사라져서 없어지는 물체'인 물방울과, 불안·분노·공포 등 부정적인 요소를 잊어버림으로써 없애려는 '동양인의 사고방식'은 일맥 상통한다는 게 작가의 풀이이다. 그의 자유스러운 상상력이 없었다면 이런 논리는 결코 성립될 수 없었으리라.

그가 물방울만을 그려 왔다고 해서 늘 우리에게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김창렬 화백의 회화 세계는 그동안 많은 변천을 거듭해 왔다. 물방울을 깨뜨린다거나 겹쳐 그리는 등의 형태로, 또는 스프레이로 뿌리는 작업에서 붓으로 그리는 형식으로…

지난 10월(5일~15일)현대화랑에서 가진 그의 작품전은 또다른 변모를 확인시켜 준 셈이다. '회귀'란 이름을 붙인 이번 작품들은 마포(麻布)의 캔버스 위에 천자문과 물방울을 조화시킨 것과, 닥지와 먹으로 배면을 만들고 그 위에 물방울을 얹는 유형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곧 사라져 버릴 듯 불안해 보이던 물방울이 비로소 제자리를 만난 듯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게 특색이다. 마치 밑바탕에 그대로 스며들 것만 같은 착각 속에 빠지게 한다.

김창렬 화백은 자신의 이러한 변화의 원천을 환갑을 지난 나이와 한자 문화권에서 찾는다. 낳은 시간과 똑같은 시간으로 되돌아 온다는 환갑을 작년에 맞으면서 귀소본능이랄까, 자기가 생성된 원천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는 것. 한편 할아버지 앞에서 신문지 하나 가득 한자 서예 연습하던 어린시절의 기억으로 되돌아가, '한자'를 조형적인 의미에서 재발견하여 그의 작품 속으로 끄집어내게 되었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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