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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한국인의 밥상 문화
기획특집 | 한국인의 밥상 문화
  • 최하나기자
  • 승인 2019.01.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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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우유 한 잔, 점심은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저녁엔 회식 자리의 술안주로 간단히 저녁을 때웠다면? 누군가는 칼로리를 계산하며 다이어트에 괴로워할 테고, 누군가는 그나마 삼 시 세 끼를 다 먹었다며 안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의 세 끼니에 진정한 밥상은 없다. 단순히 영양 섭취나 식욕 해소를 위해 무언가를 먹는 행위 그 너머의 의미가 담긴, 한국인에게 밥상이란 어떤 의미일까?
 

파트 1. 전통 가마솥 밥상 예찬
밥상이 차려지기까지… 행복한 밥상 풍경

요즘은 씻어 나온 쌀에 물만 부어 전기밥솥에 넣고 20분 만 기다리면 뚝딱 밥이 만들어지는 세상이지만 예전엔 밥상이 하나 차려지기까지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다. 쌀은 박박 씻어야 깨끗하다며 추운 겨울에도 찬물에 손을 담가 진짜로 박박 소리가 나게 쌀을 씻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생각난다.

이렇게 씻은 쌀은 최소한 30분은 불려야 밥맛이 차지고 맛있다. 불린 쌀을 가마솥에 안치고, 따뜻한 장작불에 손을 대고 앉아 밥이 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지만 행여나 밥이 늦어져 아침을 못 먹는 가족이 있을까, 어머니는 조바심이 나기만 한다.

이제 뜸이 다 들었다. 가마솥 뚜껑을 열면 하얀 수증기가 펄펄 쏟아져 흩어진다. 근처에 가기만 해도 눈이 따가운데, 엄마는 눈이 따갑고 얼굴이 뜨겁지도 않으신지 바로 고개를 들이밀고 커다란 양푼에 주걱으로 밥을 푸신다.

그렇게 차려지는 아침 밥상에는 언제나 보글보글 된장찌개와 구수한 우거지 지짐이 함께한다. 가마솥밥의 별미는 단연 누룽지. 바닥을 긁어 겨우 양손바닥만하게 나오는 누룽지를 서로 먹겠다며 싸우던 기억, 누룽지 물에 숭늉을 만들어 호호 불며 마시던 추억, 이 모든 것이 우리의 행복했던 밥상 풍경이다.
 

파트 3. 한식 밥상이 주는 의미
나에게 밥상은?

 

 

나에게 밥상은 믿음이다.
나의 밥상을 받는 모든 이들이
나를 최고의 요리사라고 믿고 있다.
그렇기에 몸에 좋지 않은 재료나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좋은 것들로만 맛있게 만들려고
노력하게 된다.

-요리연구가 이보은

 

 

 

 

나에게 밥상은 웬수 같은 운명이다.
일년 365일 30년을 밥상을 차리며 살고 있다.
어떤 땐 넌덜머리가 나 쳐다보기도 싫지만
그래도 배고픈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숟가락부터 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남양주 햇빛촌 장순자 사장





 

 

 

나에게 밥상은 오케스트라다.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늘어놓고
요리를 하다 보면
마치 지휘자가 된 듯하다.
그렇게 정성으로 지휘를 하다 보면
조화롭고 아름다운 음식과
식탁이 완성된다.

-생채식 연구가 최지영





 

 

나에게 밥상은 선물이다.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기쁘다고 하지 않던가.
누군가를 위해 밥상을 차릴 때면
선물을 주듯 정성을 다하게 되고,
맛있게 밥을 먹을 그 사람을
생각하면 흥분된다.

-요리연구가 김영빈





 

 

나에게 밥상은 가족이다.
평생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등지를 돌며
세계의 최고급 요리를 만들며 살았다.
하지만 최고의 밥상은
내가 태어난 이 땅에서
가족들과 함께 도란도란 앉아 나누는
한 끼 식사, 그것이다.

-셰프 박명일




 

 

나에게 밥상은 그리움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을 먹어본 지 언제던가.
밖에서 대부분의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요즘,
엄마가 지어준 따뜻한 밥에
찌개 한 그릇이 너무도 그리워진다.

-에디터 김홍미

 







파트 3. 건강한 식탁, 건강한 식습관 
한식으로 차리는 보약 밥상

 

정부가 1년에 한 번씩 분석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2018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의하면, 주요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흡연, 음주, 신체활동, 식습관 등의 건강생활습관에 대한 관리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균형 잡힌 식사가 만성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인 만큼, 건강을 위해서는 어떤 먹거리를 섭취하느냐가 중요하다.

음식을 먹는 것은 기본적인 생명유지와 일상적인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얻는 행위이자 신체를 구성하고 지켜나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식사는 정서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사 먹는 밥에 지칠 때 ‘엄마가 해준 밥 먹고 싶다’, ‘집 밥 먹은 지 오래다’와 같은 말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밥,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먹고 있을까.

WHO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83년 이후 각종 암 발생률에서 세계 상위권에 위치한다. 이처럼 한국인의 질병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에 염분이 높은 음식을 급하게 먹어서 위에 부담이 가며, 저녁에는 기름진 음식 위주로 과식을 하면서 알코올 섭취와 흡연까지 하는 잘못된 식습관 때문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각종 반찬에는 소금이 많이 들어 있는데 특히 시중에서 파는 음식에는 지나치게 많은 염분이 들어 있으며 소금과 함께 화학조미료도 들어가 위를 비롯한 신체 점막에 무리를 주고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저녁에 기름진 음식을 먹는 습관은 비만과 성인병 발병률을 높이고, 육류의 탄 부위에는 발암물질까지 다량 포함돼 있다. 여기에 음주와 흡연까지 하게 되면 간이 손상되고 폐암이나 뇌혈관 질환의 위험까지 생긴다.

아침 거르지 말고 세 끼를 균형 있게 먹는 습관 길러야

하루의 활동이 시작되는 아침에는 반드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아침식사를 통해 두뇌의 주요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섭취해야 하루의 활동을 잘 시작할 수 있으며 위산이 분비된 상태로 속이 비어 위가 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밥이 포도당으로 전환돼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데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출근길에 혹은 출근하여 급히 때우지 말고 집에서 가벼운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김치찌개, 국, 탕, 조림의 과다한 염분에 대한 문제는 각종 매체를 통해 여러 차례 제기되어 왔다. 그때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염분의 습관적 섭취가 고혈압, 비만, 위염과 위암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자극적인 김치찌개 등의 메뉴를 자주 먹지 말고, 국이나 찌개에 물을 조금 부어서 먹기를 권하기도 한다. 찌개류 대신 채소류가 들어가고 양념을 조절할 수 있는 비빔밥이나 북엇국, 떡국 같은 부드러운 메뉴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한식, 제대로 먹으면 보약과도 같은 훌륭한 밥상

우리가 주로 먹는 음식에서 문제점이 제기되었지만 사실 이런 문제들은 현대에 와서 발생한 것이지 우리 고유의 한식은 짜거나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었다. 예전의 한국음식의 기본은 밥, 국 외에 김치, 장아찌, 생채, 나물, 콩을 이용한 두부 등 채소 위주의 반찬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건강에 도움을 주는 식단이었고 특히 된장은 항암효과가 뛰어난 음식이다.

한식요리연구가 이종임 원장은 이에 대해 “한국음식의 식단은 밥과 반찬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밥은 당질 위주의 음식이며 반찬은 다양한 컬러의 식재료에 오미를 첨가하여 오색과 오미의 조화로 만든다. 따라서 식단을 짤 때는 밥을 중심으로 탄수화물과 반찬은 육류, 생선에 5가지 컬러 푸드를 이용하여 5가지 맛을 지닌 양념을 배합하고 맛과 향, 색깔 그리고 식감을 주며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을 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수입 식품보다는 제철에 나는 우리 농산물을 이용하고 육식이나 동물성 지방은 줄이고 등푸른생선이나 콩류, 신선한 채소, 과일, 곡류 등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며 설탕과 소금 섭취를 줄이도록 한다. 인스턴트·패스트푸드 가공식품, 외식 등을 줄이고 집에서 엄마가 사랑과 정성으로 만들어 주는 안전한 먹을거리인 집밥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염분과 지방 낮추고 채소와 해조류 섭취 늘리자

집에서 식단을 짤 때는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을 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빠뜨리기 쉬운 채소류와 해조류를 꼭 섭취하라고 강조한다. 채소와 해조류는 요오드 칼륨 칼슘 철분 등 각종 무기질이 풍부해 소화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며 에너지가 체내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영양소 균형이 잡힌 식단을 짜되 ‘탄수화물 : 단백질 : 지방’의 비율이 ‘55-70% : 7-20% : 15-30%’를 이루는 것이 적정하다. 칼슘과 철분, 비타민의 권장량이 들어가야 하며 만성퇴행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고식이섬유 저콜레스테롤 식단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식약처 친환경 녹색 식단 참조).
 

[Queen 최하나기자] 진행 김홍미 나보영 사진 Queen  촬영협조 | 남양주 햇빛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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