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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개발로 80~90세 노인들, 세 번째 쫓겨날 처지
지역개발로 80~90세 노인들, 세 번째 쫓겨날 처지
  • 김준성 기자
  • 승인 2019.01.28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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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경제자유구역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에 포함된 청주시 내수읍 입동리 주민들이 28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충북경제자유구역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에 포함된 청주시 내수읍 입동리 주민들이 28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계속되는 공공사업의 영향으로 3번이나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된 충북 청주의 한 마을 주민들이 지자체의 이주자 택지 제공 약속 번복과 낮은 보상가 책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대부분 70~90대 노인인 청주시 내수읍 입동리 마을 주민들은 28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경제자유구역 청주에어로폴리스 2지구 개발에 따른 이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항공산업·물류 등 기업체가 입주하게 될 에어로폴리스 2지구는 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포함해 내수읍 입동리·신안리 일원에 32만㎡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입동리 주민 32가구는 개발지역이 아닌 다른 곳으로 또 한 번 이주를 해야 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1976년 공군 제17전투비행장이 들어설 때 처음 이주를 했고, 1991년 청주국제공항 건설 계획으로 두 번째 이주를 했다. 이번이 40년에 걸쳐 세 번째 이주다.

반강제적으로 세 번째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됐지만, 주민들이 처음부터 반발한 것은 아니었다. 문홍열 이주대책위원장은 “청주시가 2016년 7월 주민들에게 이주자 택지 제공을 약속했으나 지금에 와서 택지를 제공할 수 없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당초 개발계획이 나온 뒤 청주시가 원통리 시유지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가, 2년여가 지난 지난해 9월쯤 이를 번복했다는 주장이다. 검토 결과 법적으로 이주자 택지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당장 착공을 코앞에 두고 기존 이주대책이 무산되자 주민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감정평가대로 보상을 받는다 해도 청주지역에 새 터전을 찾기는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40년 살아온 입동리 마을 집터 대지 감정가격이 평당 40만원대”라며 “대지와 주택, 지장물 포함한 감정가격은 1억원 정도로, 충북도는 이 같은 감정가격이 보상금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금액으로는 청주 외곽지역의 24평형대 아파트 전세도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의 이주대책도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주민들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서 이주 대상지역 3곳을 추천해줬지만 평당 매매가격이 보상금액보다 높아 빚을 지면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경자청은 사업구역 내에 택지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는데, 오폐수처리장이나 철도역과 거리가 수십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각종 공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그 곳으로라도 이주하겠다는 주민은 5가구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그러면서 당초 약속대로 저렴한 가격에 도유지·시유지를 이주자 택지로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 위원장은 “주민들은 에어로폴리스에 포함시켜 달라고 한 적도 없고, 한다고 설명을 들은 적도 없다”며 “왜 충북도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인해 80~90세 노인들이 갚을 능력도 없는 빚을 지면서 정든 고향에서 쫓겨나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경자청은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이주 대책을 고민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다음달 중순쯤 사업 착공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단기간에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자청 한 관계자는 “당초 시유지를 제공하려 했던 것은 법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사업지구 내에 택지 제공을 추진 중”이라며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해당 마을을 사업지구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Queen 김준성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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