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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원 서울아산병원 교수 조언 "우리 아이 발달 수준, 정상인가요?"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교수 조언 "우리 아이 발달 수준, 정상인가요?"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9.02.03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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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바야흐로 육아 정보 홍수 시대다. 간혹 제대로 된 설명이 덧붙여지지 않거나 심지어 잘못된 정보들이 난무해 부모의 판단력을 흐리곤 한다. 무엇보다 많은 엄마, 아빠들이 자녀의 발달 시기에 맞게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혹여 아이 성장에 문제라도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우리 아이 발달 수준은 과연 정상일까?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에게 답을 구해 보았다.

대학병원 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하는 농담 중에 ‘자녀 교육의 가장 큰 적은 옆집 엄마’라는 말이 있다는 김효원 교수. 옆집 엄마가 아이의 교재와 교육기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내 자녀만 뒤처지거나 무엇인가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할 터. 이러한 불안은 도리어 아이를 다그치게 하는가 하면 자녀의 마음을 읽거나 마냥 즐겁게 놀아 주기 어렵게 만든다.

아기는 모두 타고난 기질이 다르고 발달 속도도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도 말이다.

“대부분 아기는 부모가 믿고 기다려 주면 정상 발달을 따라잡아요. 머지않아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능력도 발휘하게 되지요. 어쩌면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불안을 견디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장하게 될 테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부모가 아이의 발달 시기에 맞게 제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이는 시기별로 성취해야 할 발달 과제가 다르고, 이러한 발달을 도와주기 위한 엄마, 아빠 역할도 조금씩 변하기 때문이다. 이에 아이가 자라는 것에 맞춰 부모가 어떠한 도움을 줘야 하는지에 대해 엄마, 아빠도 공부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아동 정신분석학자인 에릭슨은 '사람은 성인이 된 다음에도 시기마다 배우고 익혀야 하는 발달 과제가 있으며, 부모가 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발달 과제 중 하나이다’고 말했어요. 오늘도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면서 부모가 되어가 보자고요.(웃음)”

아기의 발달 수준별 부모의 반응법
출생부터 3개월까지


그렇다면 먼저 출생부터 3개월까지 엄마, 아빠들이 아이를 양육할 때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점은 무엇일까?

김효원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출생부터 3개월까지는 아기의 감각과 운동 기능이 자라 엄마를 쳐다보고, 눈을 맞추며, 웃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때 엄마, 아빠가 아기를 안아 주고, 눈을 맞추며, 많이 웃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이 시기 엄마의 경우 아기가 무척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신생아를 돌보느라 몸과 마음이 지칠 수 있다.

“아이가 3개월 차에 접어들기 전에는 엄마가 다소 여유를 가지고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서로 맞춰 가는 게 필요합니다.”

생후 4개월부터 6개월까지
애착 형성의 중요한 시기


생후 4개월부터 6개월까지는 애착을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그렇다고 아주 특별한 육아법은 없다. 아기는 운동 능력이 자라면서 목을 가누고, 뒤집으며, 옹알이도 시도한다. 이때 자녀를 많이 안아 주고, 토닥거려 주며, 뽀뽀도 많이 해 주는 게 좋다고 김효원 교수는 조언했다.

그저 아이와 놀아 주며 운동 발달을 도와주는 게 최고의 반응법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만약 아기가 새로운 것을 해내거나 무엇인가 하려고 노력할 때 격려와 지지를 보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옹알이하려는 아기와 눈을 맞추고 말을 걸어 주는 것도 자녀 발달에 유익하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특히 자녀의 감정과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그들이 보내는 신호에 적절하게 반응해 주세요. 직접 아기를 돌보지 못한다면 안정적으로 아기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이 시기 아이는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 게 발달에 주효하다는 점 꼭 기억했으면 해요.”

생후 7개월부터 돌 무렵까지
아이의 다양한 발달 특징을 이해하라


생후 7개월부터 9개월 사이 아기들은 점차 기어 다니면서 활발하게 세상을 느끼고 탐색한다. 말귀를 알아듣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며,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하기도 한다. 또한 낯가림과 분리불안이 시작되고, 고집도 조금씩 생긴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이때 부모는 아기가 다양한 자극을 경험하도록 도와주며 인지발달을 높여 줄 필요가 있다. 감정을 조절하고 원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엄마, 아빠는 자녀의 감정을 읽어 주며 적당한 훈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그녀는 조언했다.

이어 생후 10개월에서 돌 무렵까지는 대근육과 소근육, 언어, 인지, 사회성 발달이 모두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다. 물론 발달 속도는 아기마다 차이가 있고, 영역별 발달 역시 같은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개 부모는 어김없이 아기가 곧잘 발달하는 영역보다 발달이 느린 부분에 더 신경 쓰며 초조해하기 쉽다. 따라서 정상 발달의 범위를 정확히 공부하고, 아기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잘 클 수 있도록 지켜보며 격려해 주는 것이 주효하다고 그녀는 재차 강조했다. “자신과 자녀를 믿고 아이의 발달을 기다려 주세요.”

결론적으로 아이들은 모두 타고난 기질도 다를 뿐 아니라 대근육, 소근육, 언어, 인지, 사회성 등 영역별로 발달 속도도 격차가 있다. 또한 생후 첫 1년 동안 정상 발달의 범위도 큰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정상 발달의 범위를 벗어나 평가가 필요한 정도를 정확히 알고, 그 범위 안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곧 부모의 사랑이라고 전했다.

“부모는 아이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에요. 아이들은 부모의 반응을 통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 가거든요. 부모가 자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아기의 사소한 발전에 관심을 기울여 주며,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을 경우 아이는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기가 ‘꽤 괜찮은 사람’,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답니다. 반면 부모가 아이와 자신에 대해 불안해하면 아이도 함께 불안해져요. 결국 부모의 반응이 아이의 자존감 바탕이 된다는 점 반드시 명심하세요.”

[김효원 교수 어드바이스]

이제 막 3개월에 접어든 아이라면?

Q 아이와 집에 단 둘이 있을 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아이와 잘 놀아 주는 것일까요?

A 초보 엄마는 이 시기 조그마한 아기와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거나 당황할 수 있어요. 그러나 너무 걱정 마세요. 아기는 엄마가 눈을 맞춰 주고, 뽀뽀하며, 쓰다듬어 주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하니까요. 여기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기에게 말을 걸어 주거나 노래를 불러 주면 더욱 좋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놀이에 익숙해지면 아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예요.

+TIP 아기가 높은 톤으로 소리를 내거나 눈웃음을 지으며 표정이 밝아질 경우 현재 기분이 좋다는 뜻이에요. 반면 아이가 눈이나 몸 전체를 다른 데로 돌릴 경우 지금 심심하고 싫증이 난다는 의미입니다. 아이의 기분을 좋게 했던 노래나 쓰다듬는 법을 기억했다가 심심해할 때 비슷한 방식으로 놀아 주세요.

Q 이제 70일 정도 된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가 왜 우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혹시 아이 울음 구별법이 따로 있나요?

A 엄마는 아이가 보내는 다양한 신호를 구별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요. 갓 태어난 아기는 배고프거나 기저귀가 축축, 혹은 졸린 상황을 잘 구별하지 못한채 막연히 불편하다고 느끼므로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거든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도 불편함의 차이를 조금씩 구별하게 되고, 이윽고 상황에 따라 다른 울음소리를 내게 됩니다. 부모도 아기의 울음소리의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지요. 이때 부모가 급한 마음을 먹으면 오히려 아이가 우는 이유를 더 캐치하기 어려워져요. 아기가 울면 ‘지금 뭐가 불편해서 우나 보다’ 하며 느긋하게 생각하고 아기의 상태를 차근차근 살펴보세요. 여러 상황을 반복해서 겪다 보면 아기 울음소리가 구별될 때가 분명 올 겁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독 발달이 빠르거나 늦다면?

Q 저희 딸은 이제 태어난 지 140일이 됐어요. 소아과에 갔더니 머리둘레가 95백분위수라고 하는데, 많이 큰 건가요?

A 앞서 이야기했듯 발달이 모두 그런 것처럼 머리둘레도 아기마다 차이가 납니다. 혹시 머리둘레가 97백분위수 이상으로 무척 크거나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아기의 머리둘레가 정상 발달에 비춰 어느 정도인지는 한국 소아청소년 표준 성장표를 한번 확인해 보세요.

+TIP 머리를 측정할 때는 앞이마에서 시작해 귀 윗부분을 거쳐 뒷머리까지 둘레가 가장 크게 되도록 해야 해요. 아기의 신체가 자랄수록 머리둘레도 함께 늘어납니다. 머리둘레는 한 번 측정한 결과도 중요하지만, 성장하면서 변하는 과정도 관찰해야 하므로 주기적으로 재는 게 좋아요.

Q 이제 생후 5개월 된 아기가 옹알이를 안 하는데 괜찮은 건가요?

A 아기가 옹알이를 시작하는 시기나 소리, 빈도도 아기의 기질에 따라 무척 달라요. 아기들은 자기 나름의 발달 시기와 성향에 맞춰 옹알이를 합니다. 옹알이가 좀 늦어진다고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자녀의 옹알이 발달을 도와주고 싶다면 아기가 내는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옹알이를 따라 하거나 대답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나 자녀가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지나치게 걱정하는 등 불안한 엄마는 아기와 즐겁게 놀거나 말을 걸 수 없겠지요? 그렇게 되면 오히려 아기의 발달이 늦을 수 있어요. 마음을 편히 가지고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가지세요.

인내가 사랑이다

Q 아이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여 주면 혼자서도 잘 놀아요. 계속 줘도 될까요?

A 18개월 이하의 아기들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 기기를 사용하면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또한 전자 기기를 많이 접한 아기들은 학령기가 되었을 때 비만, 수면장애를 겪게 되고, 공격적이거나 산만한 행동을 보이며 언어 발달이 지연된다고 합니다. 이에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18개월 이하의 아동이 전자 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IT가 발달한 곳에서 아기가 TV나 스마트폰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요. 만약 TV나 전자 기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 최소한 부모는 아이가 어떠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지, 무슨 프로그램을 시청하는지 알아야 하고, 가능한 아기가 전자 기기를 사용할 때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얼마 전에 딸아이와 외출했는데 또래 아기들은 ‘엄마’, ‘물’, ‘맘마’라는 말도 곧잘 하더군요. 우리 아기는 아직 옹아리 말곤 말을 잘 못 하는데 말이에요. 엄마, 아빠가 무슨 잘못을 한 것은 없는지 너무 고민돼요.

A 아기를 키우다 보면 다른 아기와 비교하면서 우리 아기가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 쉽습니다. 특히 언어는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지요. 그러나 아기마다 언어 발달 속도의 차이가 크고, 대개 이런 차이는 정상 범위에 속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18개월에 첫 단어를 말하는 것부터 250단어를 하는 것까지 모두 정상 범위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대부분 아기가 5세 이상이 되면 복잡한 문장까지도 말할 수 있고, 언어 발달의 개인차도 거의 없어져요. 즉 발달이 어느 범위 내에서 순서대로 진행된다면 속도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자녀의 언어 발달을 도와주고 싶다면 일단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말을 많이 걸어주면서 다양한 언어 자극을 줘 보세요. 높은 톤으로 억양을 강조하면서 천천히 단어를 늘려서 말해 보는 겁니다. 의성어나 의태어를 많이 섞어서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요.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물주는아이 제공 | 참고도서 <육아 상담소 발달>(김효원 지음, 물주는아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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