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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요요 마, 음악으로 세계를 연결하다
첼리스트 요요 마, 음악으로 세계를 연결하다
  • 양영은
  • 승인 2019.02.1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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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은이 만난 사람
사진=소니뮤직 제공
첼리스트 요요마. 사진=소니뮤직 제공


클래식 음악계의 스타 요요 마가 1년여 만에 다시 서울에 왔다. 그가 엄청난 애정을 쏟으며 이끌고 있는 실크로드 앙상블과 함께. 지난해 10월 17일 예술의전당에서 ‘효성과 함께하는 요요 마&실크로드 앙상블’ 공연을 마쳤다. 요요마는 지난해 10월 18일 출국 직전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64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열정적이고, 여유로우며, 때로는 아이같이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이라기보다 하나의 ‘대화’이기를 바란다며 기자들을 맞은 요요 마, 그와 나눈 이야기들(Queen 2018년 12월호).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부터 다보스 포럼 특별 연주, 그래미상 18회 수상, UN평화대사까지 다양한 수식어에 빛나는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 마. 어려서부터 음악에 있어 남다른 천재성을 인정받은 그는 하버드대에서 인류학과 독일 문학을 전공한 후 평생을 첼리스트로 맹활약해 왔다. 첼로가 따뜻하고 아름다운 음색을 지녔음에도 레퍼토리가 넓지 않다는 데 한계를 느낀 그는 지금으로부터 20년여 전 실크로드 앙상블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폭넓은 인문학적 교양을 자랑하는 요요 마가 여러 분야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몸소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문화의 힘이 믿음과 이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그는 음악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으로 세계에 인류애를 고취시키기 위한 ‘연결’ 작업에 전력 중이다.

Q. 지난 10월 17일 저녁 공연을 마치고 어떻게 보내셨나요?
A. 바로 리셉션에 갔어요. 예술의전당 근처 이태리 레스토랑에 가서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후배 연주자들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러 손님들도 오셔서 함께 해주셨고요. 이번 실크로드 앙상블 멤버가 한국에서 연 콘서트는 처음이었어요. 대다수가 세계 각지에서 각자 공연에 임하다 모처럼 한국에서 다 같이 모인 겁니다. 요즘은 프로젝트로 나라별로 다른 뮤지션을 뽑아 매번 색다른 음악회를 무대에 올리고 있어요.

Q. 특히 이번 콘서트에 대한 소회가 어떠셨나요?
A. 이번에는 한국에서 잘 알려진 생황 연주자 중 한 명인 ‘가민’과 무대를 꾸밀 수 있어 좋았어요. 사실 가민은 이번 공연에서 처음 만났는데, 전부터 제가 피리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그 소리를 이 기회에 직접 들을 수 있어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매번 이렇게 기존 친구들은 물론 새 아티스트를 꾸려서, 어떻게 하면 보다 창조적인 음악을 선보일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게 제겐 너무 즐거운 경험이에요.

Q. 한편으로 한국에 있는 요요 마 선생님의 팬들은 이러한 앙상블보다 솔로로서의 모습을 더 기대하곤 하는데요. 최근에 또 바흐 앨범도 내셨잖아요.
A. 최근 세 번째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녹음했어요. 바라건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합니다. (웃음) 이제 앞으로 2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36개 도시에서 솔로로 이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다 연주할 거예요. 한 무대 당 2시간 정도 소요되는 대장정입니다. 한국에도 다시 올 거고요. 그때는 무대에서 오롯이 저만 보시게 되겠지요.

Q. 앙상블의 팀원으로서의 요요 마와 솔로로서 요요 마의 정체성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어렸을 때는 혼자 연주하는 것과 여럿이 연주하는 게 매우 다르게 느껴졌는데요. 지금은 나이가 들다 보니 다 같아요. 둘 다 너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학창시절 학기 중에는 솔로만 하고, 방학 여름 캠프 때는 실내악 연주만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솔로이스트일 때와 앙상블 멤버일 때는 달라야 한다고 봤지요. 음악에는 각기 다른 장르가 있기도 하니까요. 바로크에서 탱고로, 또 탱고에서 드보르작으로 돌아갈 때 매번 변해야 한다는 게 제 철학이었어요. 결국은 다 같은 음악인데도 말이에요. 그런데 20대 중반 쯤 이 생각을 극복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저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나라별로 다양한 사람이 있지만 모든 사람을 전 세계 하나로 바라보는 경향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또 그 방식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이므로 음악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Q. 이번에 공연과 함께 발매한 앨범 <Six Evolutions - Bach: Cello Suites>에서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을 세 번째로 녹음하셨어요. 첼리스트로서 레퍼토리도 계속 확장하고 계시는데요. 후배 첼리스트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A. 저는 꼭 후배 첼리스트들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든 늘 ‘필요에 대응하도록 노력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일단 주변을 둘러보세요. 자신의 집 주변, 골목, 이웃, 출근하는 길목 등 모든 상황을 살펴보면서 사람들이 과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답은 각자 다르겠지만 누군가와 3분 정도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충 감이 잡힐 거예요. 젊은 층의 경우 일자리일 수도 있겠지요. 요즘 실업률이 매우 심각하잖아요. 그렇다면 음악은 그들에게 어떤 일을 해줄 수 있을까? 음악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음악을 좋아하는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그 답을 얻을 수 없다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무엇인가를 궁금해 하며 질문하다 보면 언젠가 답은 그 사람이 하는 행위에서 나오게 돼요. ‘물음’을 통해 각기 다른 시각과 다른 방향으로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비로소 자신만의 길이 눈앞에 보일 때 그 방향대로 나아가기 시작하면 스스로 하는 모든 일에 가치가 부여될 것입니다.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도 그렇게 해서 마침내 자기만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요요마. 사진=소니뮤직 제공
요요마. 사진=소니뮤직 제공

Q. 세계적으로 위대한 첼리스트로 평가받고 계신 선생님도 그와 비슷한 과정을 겪으셨나요?
A. 저 역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또 반대로 그만큼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각 나라를 돌아다닌 거예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 과정에서 저 또한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세계 각 나라에는 어떠한 음악이 있는가? 그 지역 사람들은 왜 이러한 음악을 좋아하는가?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를 자신들의 음악 세계로 초대했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의 음악이다’라는 친절한 소개와 함께요. ‘우리와 함께 하자’는 그들은 호스트였고, 저는 손님이었지요. 그렇게 그들의 음악 세계를 조금씩 이해해갔습니다. 이후 제가 찾은 보물들을 또 다른 지역으로 가져갔고, 그쪽 음악인들에게도 알려주었어요. ‘내가 이 지역에서 이런 음악을 찾았다’, ‘되게 재밌다’, ‘흥미롭다’라면서요. ‘내가 비록 그 음악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렇게
재밌고 흥미로운 음악을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 이렇게 한 나라의 음악이 여러 나라로 확장해 가면서 지금의 ‘실크로드 앙상블’도 탄생할 수 있었던 겁니다.

Q. 그게 바로 현대의 음악가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
A. 네, 음악가들은 결코 음악을 커리어 측면에서만 생각하고 접근하면 안 돼요. 특히 음악 분야에서는요. 반드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야 합니다. 음악은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에 무한한 음악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끈질기게 찾아 나아가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 시대 사람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부터 알고, 그 필요에 대응해가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습니다.

Q. 그렇다면 선생님은 현대 세계에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음악은 여기에 어떠한 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A. 매일 모든 사람이 뉴스 기사를 보고 읽고 듣습니다. 기사만 봤을 때는 세상이 잘못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죠. 모든 게 너무 분열되고 있으며, 파괴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또 상당히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제가 세계 지구촌을 돌아다니다 목격한 광경은 뉴스에서 접한 것과는 매우 달랐다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매우 착하고, 친절하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과연 무엇을 더 믿어야 될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죠.
자기가 직접 본 세계 현실들의 조각조각을 모아서 그것을 나름대로 분석해 대응하는 것이 가장 좋을 거 같아요. 제가 음악인으로서 모든 사람들의 필요를 다 알 수는 없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를 찾아내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제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하면 공감대가 형성되게 마련이에요. 그리고 그 공감대라는 것은 우리 사회를 조성하는 아주 중요한 기반이 되죠. 음악을 포함한 모든 문화가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서로 공감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Q. 여기서 문화는 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그동안 사람들은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발명했어요. 문화를 만들어냈죠. 한국만 봐도 한국어라는 언어, 불고기라는 음식을 만들었고, 신라시대, 고려시대 등 역사 속에서 여러 시대를 창조했잖아요. 거대한 기업과 도시, 비행기라는 교통수단, 음악도 사람들이 만들었습니다. 왜일까요? 바로 이러한 것들이 우리에게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어마어마한 세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가치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반이 바로 문화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해’라는 것 자체가 ‘문화’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무엇인가 이해가 가능한 것이 문화가 되고, 그렇게 조성된 문화 덕분에 우리의 생존 능력도 올라가니까요. 문화로 인해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훨씬 우수해지죠.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도 있고요. 제가 세계 각 지역의 음악에 대해 공부하고, 다른 지역에 가서 이를 이야기로 전파했던 것처럼 말예요. 문화는 정치, 경제 분야에서도 중요한 기본 바탕, 즉 테이블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문화 속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신뢰’ 같은 것들 또한 포함돼있어요.

Q. ‘신뢰’요?
A. ‘이해’하는 것보다 더 깊이 들어가면 ‘공감’이 있고, ‘신뢰’가 있습니다. 신뢰라는 것은 억지로 ‘나를 믿어’라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지요. 제 음악에 있어서도 신뢰는 무척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어떠한 선생님이 학생에게 정말 좋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인가’하는 것도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학생도 그 선생님에게 맡길 수 있겠죠. 제 이야기가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누구나 각자 인생을 돌이켜보면 신뢰가 쌓였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는 인간관계에서도 아주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Q. 지금까지 세계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20년 넘게 실크로드 앙상블 프로젝트를 끌어오시면서 음악 세계에 매우 좋은 영향을 끼치셨습니다. 반대로 앙상블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선생님 자신은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조금 더 인간다워졌다고 느낍니다. 이번 바흐 무반주 모음곡도 첫 번째 앨범과 달리 최근의 세 번째 앨범이 무엇인가 더욱 깊이 있게 들리더군요. 기술적으로 얼마나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실크로드 앙상블 멤버는 저마다 다른 음악적 표현법이 있는데요.
제가 그것들을 조금씩 습득하면서 더 인간적인 방법으로 음악을 펼치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다시 말해 우리는 항상 혼돈 속에서 무엇인가 명확함을 찾고자 합니다. 저도 40대에는 ‘바흐가 한 악기로 어떻게 이토록 다채로운 선율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좀 더 구체적으로 ‘음악과 음악 사이의 적막까지 어쩌면 이리 빈 공간마저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까?’라고 궁금해 하며 명확한 답을 갈구했었습니다. 그러나 실크로드 앙상블 활동을 하면서 ‘아, 이 사람은 소통 능력이 정말 뛰어나구나!’와 같은 보다 인간적인 접근으로 바흐 음악에 대한 이해도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바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신 것 같아요.
A. 저는 바흐가 매우 훌륭한 과학자이자 작곡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사물놀이에 대해 접했을 때도 비트가 무척 흥미로웠는데요. 바흐는 이러한 비트를 매우 잘 가지고 놀 줄 압니다. 결국 이것은 디자인의 문제인데요. 타고난 감각이라고도 할 수 있죠. 제가 젊은 시절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듣고 엄청난 위로를 받았어요. 한 음악에 어떠한 특별함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떠한 음악가로 남고 싶으세요?
A. 저는 앞으로도 쭉 사람들과 소통하는 뮤지션이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이걸 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또 여러분의 다른 혜안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묻고 답하면서요. 그 방식은 사뭇 다르더라도 결론과 결과는 비슷할 거예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문화가, 특히 음악이 여러 면에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연주하고, 그 지역 사회의 멤버들과 꾸준히 소통할 거예요. 그 모든 대화의 결과물을 다른 지역에 가서 연결시켜 주기도 하면서요. 이렇게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데에 저의 목적이 있습니다. 실크로드 앙상블이 있었기에 제가 이렇게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를 해볼 용기를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모두 신뢰와 협력을 토대로 해결책을 찾아서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 채 앞으로 나아갔던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인터뷰 양영은(KBS기자) | 정리 송혜란 기자 | 사진 소니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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