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5:05 (금)
 실시간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헌정사 처음 사법부 수장이 '피고인석'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헌정사 처음 사법부 수장이 '피고인석'에
  • 김원근 기자
  • 승인 2019.02.11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사법부 수장이 피고인석에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 위작공전자기록 등 행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박병대(62·12기)·고영한(63·11기)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양 전 대법원장의 공범으로 이날 불구속 기소하고 먼저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은 추가 기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2017년 9월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를 위한 재판개입,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보호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구체적 혐의 사실은 47개에 달한다.

먼저 상고법원 도입, 법관 재외공관 파견 등 사법부의 이익을 위해 청와대, 외교부 등 행정부의 지원을 받아낼 목적으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다.

2015년 3~6월 서기호 당시 정의당 의원이 양 전 대법원장의 인사권 행사에 반발하고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자, 서 의원이 낸 '판사 재임용 탈락' 소송을 원고 패소로 종결하도록 담장 재판장에 요구한 혐의도 있다.

최고 사법기관 위상을 놓고 갈등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견제하기 위해 △헌재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 보고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관련 청와대를 통한 헌재 압박 △헌법재판소장 비난 기사 대필 게재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결정 사건에 대한 재판개입 △대법원과 헌재에 동시에 계류된 매립지 귀속분쟁 관련 사건 재판개입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및 재판 재판개입 등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2~2017년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을 비판하고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행동을 한 법관들에게 문책성 인사조치를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2017년 매년 정기인사에서 총 31명을 '물의 야기' 법관에 포함해 문책성 인사조치를 검토하거나 부정적 인사정보를 소속법원장에게 통보하는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고 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판결 비판,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대법관 임명제청 비판 등 법원 내부망 게시판에 재판 비판 및 사회 현안에 관한 글을 쓴 법관을 상대로 문책성 인사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제인권법연구회 인사상 불이익 검토 △법원 외부 인터넷 법관 카페인 '이판사판야단법석' 와해 시도 △대한변호사협회 및 회장 압박 △긴급조기 국가배상 인용 판결 법관 징계 시도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추천 개입 등 혐의가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조직을 보호할 목적으로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은폐·축소 △ '정운호 게이트' 관련 판사 비위 은폐·축소 및 영장 재판개입 △집행관 사무소 사무원 비리 수사 확대 저리를 위한 수사기밀 수집 지시 △법관 비리 수사 관련 영장청구서 사본 유출 지시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2014년 8월~2015년 12월 공보관실 운영비로 받은 예산 3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에게 대법원장 격려금으로 지급한 혐의도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나머지 법관 100여명 중 사법처리 대상을 추려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최고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한 만큼 사법처리 범위는 최소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양승태 사법부에 재판에 관해 청탁한 것으로 조사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전현직 국회의원의 기소 여부에 관해 결정한 뒤 검찰은 이달 내로 8개월에 걸친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관련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하고 대법원에 비위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Queen 김원근 기자] 사진 뉴스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